주말이면 아침 일찍 아침먹고 서울숲에 가서 한시간 내지 한시간 반을 걷고 오는 길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떠들다 점심 전에 집에 오는게 저희 부부의 주말 오전 루틴이예요
오늘 서울숲 산책 중 길이 3.5센티 정도의 큰 벌을 봄 (생김새로만 보면 흔히 보는 꿀벌의 XL 버전)
제가 아는 큰 벌이라고는 말벌 외에 떠오르지 않아 남편에게 물어봤어요 (저보다 몇년 먼저 태어나 세상을 더 많이 봤다는 이유만으로 뭔가 저보다 더 알고있을거라는 막연한 믿음에 기인한 기계적인 행동 ㅎㅎ)
저: 저게 무슨 벌인지 알아?
남편: 호박벌 아닌가?
저: 왜 호박벌인데?
남편: 몸이 호박처럼 통짜라서 호박벌이 아닐까?
저: 단호박도 있고 애호박도 있는데..??
남편: 내가 알기로는 저렇게 큰벌이면 말벌일 수 있는데 말벌은 허리가 개미처럼 잘록해
(실은 둘다 벌 허리가 통짜인지 잘록한지 제대로 못봤음)
계속 갸우뚱하면서 숲 산책을 마치고 카페에 도착
커피를 마시며 납득되지 않고 찝찝한 결론과 저의 호기심으로 인해 카페에서 열심히 검색, 말벌 vs 호박벌, 꿀벌 vs 말벌 차이 등 읽고 정보 수집한 결과….
꿀벌 (bee), 말벌 (wasp/hornet), 잎벌 (sawfly) 등 세 종류로 나뉜다
꿀벌은 말 그대로 꿀을 저장하고 생성하는 벌로서 말벌과는 천적 관계이고 호박벌은 꿀벌의 한 종류다
- 호박벌의 특징 ( 크기는 1.5센티 내외, 수정벌이라고도 하는데 진동수분행동이라고 해서 꽃가루를 더 많이 모으기 위해서 가슴의 근육을 진동시켜 몸에 빽빽이 난 털뭉치에 묻히고 그걸 암술머리에 묻혀주면 수분작용이 완료됨. 외양의 특징은 털북숭이. 주로 검은 털 혹은 살짝 누런 털에 엉덩이(배) 부분만 주황색 털이 있음, 동글동글 귀여운 인상. 호박벌은 둥글고 큰 몸통에 비해 날개가 매우 작고 빈약하여 기체역학 이론상으로 보면 날기 어려운 구조지만 가슴근육이 유난히 발달하여 다른 벌보다 많은 횟수의 날개짓으로 난다고 함, 그러다보니 영어에서의 bumblebee라는 이름도 날개짓으로 인한 붕붕거리는 소리를 따서 만든 이름. 수컷 호박벌은 침이 없음)
- 말벌의 특징 (크고 길다, 특히 장수말벌은 2.5-5센티 길이, 허리가 잘록, 털이 짦음, 침의 독성이 강함, 한번 쏘면 끝인 꿀벌과 달리 침을 여러번 쏠 수 있음, 말벌의 생태계 내 주요 기능은 해충을 잡아먹는 포식자로서 해충 번식을 막는 일, 말벌에서 말은 크다라는 뜻의 접두사(처음 안 사실!), 말벌의 약점은 고온에 취약하다는 것, 보통 말벌이 꿀벌을 잡아먹지만 꿀벌이 떼로 달려들어 말벌의 온도를 높이면 꿀벌에게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는... )
*저희 부부의 결론
"허리가 잘록한 건 확인을 못했으나 짧은 털, 하체에 또렷한 검정 노랑 줄무늬, 크기로 봐서 꼬마장수말벌일 가능성 90%다"
작년 여름 서울숲 연못에서 소금쟁이를 관찰하며 의외의 재미를 느꼈고 어제도 연못 어디선가 나는 걸진 소리에 개구리냐 두꺼비냐 맹꽁이냐 설전을 벌이고 검색도 해보고 소리도 찾아봤지만 실물을 못봐서 결론을 못내렸어요
그런데 궁금한걸 머리맞대고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그래서 매주 주말 산책길에 하루 아무거나 한가지씩 5분 탐구생활을 해보기로 했어요 ㅎㅎ
역시 숙제로 할 때와 아닐 때의 마음가짐은 하늘과 땅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