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로 수학여행을 갔어요
삼삼오오 모여서 구경하고 돌아다녔는데
같이 다닐 친구가 없어서 벤치에 앉아 있었죠
같은 학교 애들이 모여서 하하호호 떠들며 제 근처로 다가오는게 보이니
너무 울컥하고 서러운 마음에 도망치듯 달려가서
어떤 아줌마들 단체가 많은 곳 옆에 서 있었어요
섞여서 잘 안보이니까요
아주머니들 단체가 얼마뒤 가버리니, 그다음 또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선생님이 구경 다하고 버스앞으로 모이라고 했는데, 그 시간까지 한시간 정도가 남았더라구요
혼자 외진곳에 한시간 숨어 있다가 시간 맞춰 갔어요
버스 제일 뒷자리에 자기들끼리 친한 무리가 앉았는데
선생님이 정해준 번호순대로 앉으랬어요
그랬더니 그 무리 중 제 옆에 앉아야하는 친구가
싫다고 엄청 소리 지르며 저를 째려보더라구요
결국 선생님이 앉고 싶은대로 앉으라고 했고
제 옆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어요
수학여행 내내 말한마디 안했어요
저한테 말거는 친구도, 제 말을 들어주는 친구도 없었거든요
그 당시 도시락 싸가던 시절이었는데
점심시간에 도시락 같이 먹을 친구가 없었어요
용기내서 혼자 먹어본 적 있는데
10대 사춘기 여학생이어서 그런지 엄청 서럽더라구요
그래서 그 뒤 점심시간 종치면 밖에 나와 운동장을 배회했죠
아무도 없는 텅빈 운동장에 앉아 있었어요
어느날 같은반 어떤 친구가 저한테 말을 걸어주더라구요
조금씩 친해졌어요
그 친구가 "교무실 청소 담당 애들 아무도 청소 안하고, 왜 너혼자 매일 다해? 다음부터는 혼자 다 하지마" 라고 말을 하더라구요
너무 고마웠어요
어느날 엄마가 "왜 점심 도시락을 안싸가냐?" 하길래
그날은 엄마한테 싸달라고 했어요
그 친구한테 같이 도시락 먹자고 부탁해보려고요
엄마가 맛있는 반찬 가득 담아서 점심 싸주셨어요
그 친구한테 가서 몇번이나 "점심 같이 먹을 수 있어?" 라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입이 안떨어지더라구요
겨우겨우 용기내어서 물어봤어요
근데 그 친구가
"어 나 같이 먹는애들 있어서 미안"
이러더라구요
그래서 엄마가 싸준 그 도시락 손도 못대고
그대로 집에 가지고 갔어요
엄마가 속상할까봐 엄마가 일마치고 오기전에 집에서 다 먹었죠
엄마가 매일 싸주실까봐
"학교에서 점심 먹으니까 졸음이 와서 안싸갈래"
했어요
그때 왕따 당했던 이야기 평생 엄마한테 비밀로 했는데
돌아가신 엄마가 이제는 다 알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한번씩 들더라구요
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한번씩 떠오르네요
그 기억이 떠오를땐 애써 잊으려 하지않고
그때 생각하면서 저한테 스스로
잘 견뎠다고 얘기해줘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