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펌, 채수근 상병과 함께 급류에 휩쓸렸다 구조된 생존해병의 어머니입니다.

가져옵니다 조회수 : 4,890
작성일 : 2024-05-18 10:08:33

안녕하세요, 채수근 상병과 함께 급류에 휩쓸렸다 구조된 생존해병의 어머니입니다.

 

 길고 깊은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기분입니다. 우리 아들들은 그저 사과와 위로가 필요했을 뿐인데... 정작 아무 잘못 없는 아이들이, 생사의 기로에서 구사일생으로 돌아온 아이들이 죄책감에 힘들어합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저의 방심이 문제가 아니었나 하는 자책도 합니다. 

 

 사고가 나기 전, 호우 피해 복구 작전에 투입된다길래 아들에게 ‘물에는 안 들어가는 거지’라고 물어봤었습니다. 아들은 삽, 갈퀴, 장화만 받았다고 대답했었습니다. 그럼 잔해를 치우고 수재민을 돕는 거겠거니 생각하곤 별말 안 했습니다. 혹시 물에 들어가게 되면 구명조끼는 주시는 거냐고 중대장님에게 전화라도 한번 할까 싶었지만, 극성맞은 엄마를 뒀다고 아들이 눈총받을까 싶어서 말았습니다. 제가 전화 한 통만 걸었어도 채 상병도, 우리 아들도, 선, 후임 동료들도, 다들 그때의 이야기를 나누며 해병대에서의 추억을 회상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삽이랑 장화만 줬으니 당연히 물에 안 들어가나보다 생각했던 게 후회스럽습니다. 

 

 생전 밟을 일 없을 것 같았던 공수처와 국회를 다니며 바랐던 것은 하나였습니다. 높은 분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젊음을 바친 아들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공감하고 위로가 되어주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그렇게 해주지 못했습니다. 

 

 제가 자신을 고발하자 ‘생존해병과 그 엄마가 하는 일은 북한의 사이버공격과 같다’며 군사법원에 의견서까지 제출한 임성근 전 사단장에게 묻고 싶습니다. 어떤 것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지만, 당신에게 목숨을 맡겼던 병사들에게,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어른답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는지요? 사고가 발생하고 10개월이 지났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책임 있는 사람들은 다 자기는 죄가 없다는 말만 하고, 힘 있는 분들은 그런 사람들을 옹호하고 지켜주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런 현실에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능력이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마음에 좌절하고 있을 때 손잡아주신 분들은 권력이 아닌 시민이었습니다. 시민들께서 마음 모아주신 덕분에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고마움을 어떻게 표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는 소식이 가슴 한켠을 짓누릅니다. 경찰과 공수처가 수사를 잘 하고 있으니, 그 뒤에 특검을 해도 늦지 않다고 하십니다.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난 10개월 동안 대체 무엇이 진행되었습니까? 용기 내서 사단장을 고소했던 저희 아들을 볼 낯이 없습니다.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입니까? 언제까지 기약없이 더 고통받아야 한다는 말입니까? 저는 대한민국 수사기관이 능력이 없어서 10개월 동안 사고 원인 하나 찾아내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이라는 큰 권력이 연루되어 있으니 다들 눈치만 보고 수사에 진척이 없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특검이 필요한 것입니다. 

 

5월 28일에 다시 열리게 될 본회의에서 재의결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여야 소속정당에 관계없이,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필요한 일인지만 생각해주십시오. 국민들의 대다수가 왜 특검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지 고민해주십시오. 재의결에서 꼭 특검법을 통과시켜주십시오. 염치불구하고 시민들께도 다시 부탁드립니다. 국민동의청원을 빠르게 성사시켜주셔서 특검법이 꼭 통과될 수 있도록, 그래서 수근이의 한을 풀고, 우리 아이들도 더 고통스러워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길고 깊고 어두운 터널이지만 터널은 언젠가 밝은 빛으로 끝날 것이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facebook.com/share/p/NWAryCoYL6sKScLK/?mibextid=oFDknk

 

 

IP : 125.134.xxx.38
2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ㅠㅠ
    '24.5.18 10:14 AM (118.235.xxx.253)

    특검이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미안하다는 말 하는게 어려운건 지들이 이 일을 만들어낸 장본인들이고 숨기기에 급급했던 인간들이기에 그런거죠.
    지들멋대로 하다 젊은이들이 죽고 나라가 망가져도 지들만 살아남아 떵떵거리며 살면 된다는 신념만 있는 넘들..
    이것들을 하루라도 빨리 처벌하고 끌어내렸으면 좋겠습니다..

  • 2. ...
    '24.5.18 10:14 AM (124.111.xxx.163)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마 안 있으면 군대갈 나이의 아들이 있는데 이런 정권에서 군대를 보낸다는 건 정말 끔찍합니다. 소중한 내 자식을 그들은 그냥 저렇게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도구로 취급하네요.

  • 3. ****
    '24.5.18 10:15 AM (220.95.xxx.155)

    첫줄만 읽고 잠시 숨을 고르게 됩니다.

    다음줄을 읽을때까지 용기가 필요하네요...ㅠ

    지금 군에 있는 아들이 있어서 채수근상병가족과 동료가족들이 얼마나 힘드실지
    상상조차 못하겠습니다.

  • 4. 아우
    '24.5.18 10:15 AM (14.49.xxx.107)

    눈물나네요 ㅜㅜ

  • 5. ㅇㅇ
    '24.5.18 10:16 AM (222.233.xxx.216)

    글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특검 어서 해서 이나라 그만 썩게 우리 아이들 지켜내야죠

  • 6. 특검
    '24.5.18 10:19 AM (172.225.xxx.187)

    똑바로 하라고 민주당 찍었으니 기대합니다.
    미지근은 이재 그만.

  • 7. ㅡㅡ
    '24.5.18 10:19 AM (114.203.xxx.133)

    꼭 특검법 통과되기를 바랍니다

  • 8. ㅇㄱ
    '24.5.18 10:20 AM (125.134.xxx.38)

    감사합니다

  • 9. ....
    '24.5.18 10:21 AM (221.145.xxx.47) - 삭제된댓글

    채상병이랑 같이 복무했던 애가 채상병 애살스럽고 선임한테도 잘하고 예쁨받는 후임이었다네요. 얘는 곧 전역이라 복구작업에 투입 안됐지만 사건이후 힘들어 하고 아직도 해병대 얘기는 안하려고 합니다.
    사건이후 해병대 애들 기자들 접촉 못하게 격리시키고 말 못하게 단속했다고 합니다. 나쁜 시키들...

  • 10. ....
    '24.5.18 10:23 AM (221.145.xxx.47) - 삭제된댓글

    채상병이 복구 작업 나가면서 자기 없는 사이 전역하셔서 못보니 한번 안아달라고 했다고.

  • 11. 쓸개코
    '24.5.18 10:25 AM (118.33.xxx.220)

    장병들 파리목숨으로 여기고 장비도 없이 위험한 곳에 투입시킨 그자도
    자기자식은 끔직히 여기겠죠?

  • 12. 용감한 어머니
    '24.5.18 10:34 AM (114.203.xxx.205)

    이런 일은 전두환 군정이 끝일거라 생각했고 쥐박이한테 당했으니 더이상은 없을거라 생각했었죠. 기꺼이 나서주셔서 감사하고 존경스럽습니다. 야만의 시대가 하루빨리끝나길 바랍니다.

  • 13. ㅜㅜ
    '24.5.18 10:38 AM (223.38.xxx.100)

    이런 현실...분노합니다

  • 14. ...
    '24.5.18 10:42 AM (1.241.xxx.106)

    글 읽으면서 눈물이 나네요.
    시민들의 요구를 알면서도 거부권행사하는 놈이 대통령이라는 현실이 참 답답하고요.
    민주당이 꼭 특검 통과시키길 바랍니다.

  • 15. 구구절절
    '24.5.18 10:46 AM (106.102.xxx.39) - 삭제된댓글

    맞는 말이네요.
    처벌도 꼭 해야하고
    원칙을 지키지않아 벌어지는 참사들은 없어져야합니다.

  • 16. lovesaram
    '24.5.18 10:49 AM (211.234.xxx.220) - 삭제된댓글

    https://n.news.naver.com/article/214/0001349225?sid=100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대통령실의 개입, 부당한 압력이 드러나고 그 정점에 대통령이 있다는 의심이 짙어지고 있다"면서 "공수처장은 필요하면 대통령도 소환하고 수사할 수 있나"고 물었고, 오 후보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의지가 있다"고 원론적으로 답했습니다.

    송기헌 의원도 "공수처가 잘 수사했으면 좋겠는데, 안 되면 공수처가 존재 가치를 잃고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필요하면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과감, 신속, 공정하게 할 것인지도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압박했습니다.


    반면 -___-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공수처의 기소권이 제한돼 특검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든 사건을 특검으로 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몰고간다"면서 "그럼 공수처를 존속시킬 필요가 있냐"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도 "공수처는 민주당이 만든 것 아니냐"며, 야당이 공수처의 정치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 17. 반면누구냐
    '24.5.18 10:51 AM (211.234.xxx.220)

    https://n.news.naver.com/article/214/0001349225?sid=100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대통령실의 개입, 부당한 압력이 드러나고 그 정점에 대통령이 있다는 의심이 짙어지고 있다"면서 "공수처장은 필요하면 대통령도 소환하고 수사할 수 있나"고 물었고, 오 후보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의지가 있다"고 원론적으로 답했습니다.

    송기헌 의원도 "공수처가 잘 수사했으면 좋겠는데, 안 되면 공수처가 존재 가치를 잃고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필요하면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과감, 신속, 공정하게 할 것인지도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압박했습니다.


    반면 - ___ -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공수처의 기소권이 제한돼 특검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든 사건을 특검으로 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몰고간다"면서 "그럼 공수처를 존속시킬 필요가 있냐"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도 "공수처는 민주당이 만든 것 아니냐"며, 야당이 공수처의 정치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 18. ㅠㅠ
    '24.5.18 10:53 AM (220.80.xxx.96)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뭔가요
    국민청원 하면 되나요
    채수근 님의 죽음은 유난히 더 슬프네요ㅠ

  • 19. 반드시
    '24.5.18 10:59 AM (121.121.xxx.162)

    특검으로 수사가 왜곡된경로가 밝혀지기를 바랍니다.

  • 20. ㅠㅠ
    '24.5.18 10:59 AM (39.7.xxx.113)

    생존장병 어머니께 감사하네요
    채상병 부모님에게 힘이 될듯..
    아들있으면서 국힘을 지지하는 분들 정말 이해가 안가요
    지 아들이 죽어도 그랬을려나

  • 21.
    '24.5.18 11:04 AM (223.62.xxx.197)

    특검 꼭 이루어져야 하죠.

  • 22. 끝까지
    '24.5.18 11:51 AM (124.55.xxx.20)

    지켜볼꺼에요. 정말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비루한 이재명무새들은 절대 이런글엔 아닥하죠.쳐한심한 충생들

  • 23. ..
    '24.5.18 12:12 PM (211.206.xxx.191)

    저도 생존장병 어머니 글에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특검 꼭 이루어져야 하죠.222222222222

  • 24. ..
    '24.5.18 1:42 PM (210.221.xxx.209)

    진정 용감한 어머니 이십니다.
    특검은 꼭 이루어져야 합니다.

  • 25. 버베나
    '24.5.18 2:14 PM (223.39.xxx.95) - 삭제된댓글

    큰 사건이 일어나면 거기에 연루되지 않았던 사람들은 자기일 아니라고 그저 남일이라고 뉴스만 보죠
    삼풍.씨랜드.대구지하철.세월호. 이태원등 그저 남일이라고 흘려보내죠
    이런 큰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면 언제까지 내 일이 아닐까요?
    제발 국민들이 정신차리고 똘똘 뭉쳐 안전사고는 더이상 일어나지않았음 하네요

  • 26. ...
    '24.5.18 7:13 PM (1.245.xxx.77)

    대한민국의 신체건강한 청년은 누구나 군에 갔다와야합니다. 이 일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책임있는자, 은폐한 자들은 사과하고 처벌 받아야 마땅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85957 코로나 때 강제로 일주일 쉬었던 게 좋았어요 3 ㅇㅇ 2024/05/20 2,408
1585956 자전거동호회 가입해서 활동해도 될까요? 8 미니벨로 급.. 2024/05/20 1,309
1585955 손흥민선수 경기 시작해요 11 축구좋아 2024/05/20 1,401
1585954 너무 지칠때 나가시나요? 7 2024/05/19 1,974
1585953 꾸덕한 그릭요거트먹을때 조합 추천해주세요 14 꾸덕 2024/05/19 2,547
1585952 나물 무침이나 볶음이 짜게 되었을 때 12 2024/05/19 2,577
1585951 40대 여성 첫차 추천해주세요 20 첫차 2024/05/19 3,800
1585950 약사님 계시면 이것좀 봐주세요 4 ㅇㅇ 2024/05/19 1,369
1585949 20대 따님들 화장대 어떤 거 쓰나요.  7 .. 2024/05/19 1,455
1585948 뉴진스 계약해지시 위약금이 5천억원이래요 17 ... 2024/05/19 7,249
1585947 딸아이가 성인adhd라고 진단받았어요 13 반성문 2024/05/19 5,986
1585946 안양,과천, 산본쪽 미용실 추천 부탁드려요 웃자 2024/05/19 413
1585945 노원 아이키우기 좋은아파트 추천부탁드립니다~ 3 ㅇㅇ 2024/05/19 1,468
1585944 펑해요 59 후회해도 소.. 2024/05/19 21,242
1585943 1년중 오늘같은 날씨는 석달이나 되려나요? 2 ... 2024/05/19 2,330
1585942 초보고딩맘)진로관련책 관련질문드려요 땅지 2024/05/19 273
1585941 해외로 수출하고 싶은 k문화가 있으신가요 4 sde 2024/05/19 1,379
1585940 나이드니(?) 아토피가 생기네요;; 9 ㅇㅇ 2024/05/19 2,672
1585939 고3아들과 밤데이트 했어요 1 ;;; 2024/05/19 1,934
1585938 혀를 깨물었는데 피가 안 멈춰요 5 marie 2024/05/19 2,430
1585937 최진혁 어머니 47 어휴 2024/05/19 21,112
1585936 정말 대치동 학원가 분위기 저런가요? 23 리얼리 2024/05/19 7,789
1585935 우리 강아지 혼자 너무 재밌게 놀아요 14 .. 2024/05/19 2,921
1585934 민희진은 지금 쯤은 아일릿 르세라핌 한테는 3 안타깝다 2024/05/19 2,851
1585933 우울증 남얘긴줄 알았는데,, 경험자시거나 좀 아시는 분 도움 좀.. 6 순콩 2024/05/19 2,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