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 남자 이야기 2

그 여자 조회수 : 5,674
작성일 : 2024-05-16 18:05:59

그 날 그 첫 모임에 10 명 정도 참석했는데

공식 모임 전

시작된 이야기가 박 선생님 이야기였습니다 .

불과 10 일 전쯤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그리고 1 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가족으로는 아무도 없이 혼자라는 이야기였고

여기서 박 선생님이 그 남자였습니다 .

아마 오늘 못 오실 것 같다고 다들 입을 모으는 중에

그 남자 박 선생님이 오신 거였습니다 .

그리고 딱 한자리 비어 있던 저의 앞자리에 앉으셨고요

회장님께서 신입회원이라고 소개해 주셔서 통성명하고

그냥 같이 저녁 먹으면서 정기연주회에 대한 의견수렴하고

그날은 그냥 헤어지게 됩니다 .

 

얼렁뚱땅 지척에서 보게 된 , 같이 밥 한끼를 먹게 된

그 날 그 남자에 대한 느낌은요

그냥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1 년여 사이에 부모님 두 분을 잃었다는 소식이 작용했겠지만

어떻게 표현이 안 되는 마음이랄까요

평소에 오지랖 넓은 제가 또 마음이 동하는 순간이었어요

뭐라도 위로가 되고 싶었고 토닥토닥 해주고 싶은 마음

좀 웃겨요 제가 뭐라고 ,,, 처음보는 사람한테

여기까진 제 마음이고

 

2 학기 개학과 동시에 정기연주회 준비 첫 번째 연습모임이

있던 날이었어요

저는 며칠 전에 버스킹하던 중 배가 아파서 병원갔다

맹장 수술하고 퇴원하는 날 이었거든요

아직 실밥을 풀지 않아서 복대를 하고 퇴원과 동시에 모임장소로 갔어요

물론 연습을 하는데 앉을 수가 없으니까 엉거주춤 서서 연습

( 앉으면 복압이 높아져서 실밥이 터질 수가 있어요 )

같이 연습하던 회원들이 왜 그러냐고 궁금해해서 사정이야기를 하고

끝까지 같이 연습하고 저녁까지 먹고 집으로 왔구요

물론 회원들이 연습하지 말라고 집으로 가라고 했는데 제가 그러기가 싫었어요

합주인데 최소한 제 소리가 연주에 나쁜 영향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이 날 그 남자가 저한테 받은 느낌을 나중에 이야기해줬는데요

퇴원하는 날 아무렇지 않은 듯이 와서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괜찮다고 끝까지 연습을 하는 모습이 좀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뭐랄까 외롭거나 힘든 면을 괜찮은 척 가리고 있는

약한 모습을 남들한테 보이지 않을려고 애쓰는 것이 느껴져서

제가 좀 안되어 보이더라고( 저 여자는 왜 저리 치열하게 사나..이런느낌)했어요 

저나 그 남자나 둘 다 아주 주관적인 관점에서

상대방에게 측은지심 같은 것이 첫인상에서 느껴졌나봐요

 

정기 공연까지 매주 같은 요일 퇴근 후에 모여서 연습을 하고

근처 순대국 집에서 저녁을 먹는데

저는 아이가 고딩이라 10 시에 집에 오니 저녁을 먹고 가는데

그 남자는 왠일인지 꼭 저녁을 먹으로 가면 같이 가기는 하는데

밥을 먹지는 않더라구요

그리고 꼭 제가 먹는 식탁에서 먹기도 했구요

그런데 또 가만히 생각해보면 저랑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하거나

그런 일도 없었어요

연습 열심히 하고 밥 먹을 때 곁에 조용히 있다 가는 사람

말수도 너무 적고 새초롬해서 저는 그 남자를 좀 편하게 생각하지 않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다른 회원들이 다 가고 저랑 , 그 남자 , 또 여자 회원 한 사람

이렇게 밥을 먹으러 갔는데 저녁을 잘 먹다가

그 여선생님이 저한테

“ 선생님께서 저녁 드시고 가면 남편분은 어떻게 하셔요 ”

이렇게 질문을 던진 겁니다

원래 거짓말을 못 하던 저는 밥 먹다 말고 순간 얼음이 되어버렸어요

무슨 말을 해야되나 생각하다가 그 남자랑 눈이 딱 마주쳤는데

여 선생님께서 눈치를 챙기셔서 얼른 화제를 돌리시더라구요

 

나중에 그 남자가 이야기 하더라구요

저 날 제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걸 봤다고

그런데 사실 전혀 아니었거든요 거짓말을 못해서 당황한건데 ....

그 남자 혼자 제가 안쓰럽게 보였다고 걱정했다고 했어요

그리고 나랑 친하지도 않았고 밥을 안 먹으면서 왜 맨날 식당에 따라왔냐고

물어보니까 말을 해 본적도 없고 친하지도 않았지만

그냥 밥 먹을 때 같이가서 옆에 있어주고 싶었다고 ....

 

3 개월간의 연습을 마치고 정기 공연하는 날

오지랖이 넓은 저는 단원들 먹을 호박죽이랑 , 커피포트 , 커피믹스 등등

간식을 준비해서 공연장으로 갔습니다 .

 

각자 자기파트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남자가 녹주의 ( 국악합주단의 오너 집박이 입는 의상 ) 를 들고

여자 분장실로 찾아왔더라구요

물론 저를 찾아온 것은 아니에요 저보다 다른 회원들하고 더 친했거든요

1 년 전에 공연할 때 그 의상을 입었던 회원이 대충 개키고 넣어뒀던 듯

고름도 구불구불 도포자락도 주름이 크게 져서 도저히 무대에 설 수가

없을 정도였던 거에요

 

그래서 제가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면서 뚜껑 열고 올라오는 김에 쏘여서

고름이며 도포자락 주름을 거의 다 펴서 공연하는데 아무 문제가 되지 않게

해결해 주었어요

사실 그 즈음 학교에서 제 별명이 * 가이버 였거든요

여자이지만 일머리도 있고 어디서든 급작스레 생기는 그런 문제들을 잘 해결하는 편이었어요

 

무사히 정기공연 끝내고 단원들 모두 뒷풀이하러 식당에 갔는데

맨날 연습 후에 잘 따라오던 그 남자는 안 보이더라구요

다른 단원 말로는 컨디션이 안 좋아 저녁도 포기하고 바로 집으로 갔다고

그리고 그날 저녁에 고름이며 주름 펴 줘서 고맙다고 문자 한 통을 끝으로

또 다시 몇 개월 공백이 생깁니다 .

 

3 개월이 지나고

희망찬 2012 년이 되었습니다 .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한 번 끊고

다시 빨리 돌아 오겠습니다 .

 

IP : 121.182.xxx.203
2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 여자
    '24.5.16 6:07 PM (121.182.xxx.203) - 삭제된댓글

    https://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3824595&page=11

  • 2. ㅇㅇ
    '24.5.16 6:17 PM (39.118.xxx.82)

    앗싸
    또 1등..ㅋㅋㅋㅋㅋ
    너무 재밌어요
    머리속에서 막 장면장면 그려져요

  • 3. ^^
    '24.5.16 6:21 PM (116.123.xxx.155) - 삭제된댓글

    안길어요.
    안길어.
    기달림이 더 길어욧!!
    물한잔만 드시고 오세욧.

  • 4. 그 여자
    '24.5.16 6:22 PM (121.182.xxx.203)

    저녁해 가지고 밥먹고
    초저녁잠 많은 그 남자 재우고 다시 올게요 3편으로

  • 5. ...
    '24.5.16 6:23 PM (219.255.xxx.153)

    글 너무 재밌어요. 소설 쓰셔도 되겠어요.

  • 6. ...
    '24.5.16 6:23 PM (219.255.xxx.153)

    앗 그 남자와 같이 사시는군요

  • 7. 이야기꾼들이
    '24.5.16 6:24 PM (61.101.xxx.163)

    참 많네요.ㅎㅎ
    잘 읽겠습니다.

  • 8. maljjong9
    '24.5.16 6:24 PM (125.251.xxx.123)

    교사셔서 그런지 글도 너무 잘 쓰시고 막 그림이
    그려져요 장면장면이 영화처럼 ㅎ 너무 잼나요

  • 9. 그 여자
    '24.5.16 6:25 PM (121.182.xxx.203)

    아 미리 결론을 내보였네요
    저는 고수가 아니라 하수인가 봅니다

  • 10. ...
    '24.5.16 6:26 PM (219.255.xxx.153)

    그럼 그 댓글 지우세요. 저도 지울게요

  • 11. ....
    '24.5.16 6:27 PM (210.219.xxx.34)

    오늘 한편 남았어요~

  • 12. ^^
    '24.5.16 6:33 PM (116.123.xxx.155) - 삭제된댓글

    고수시네.
    실수인척 염장을 지르시네요ㅋㅋ
    아직도 재우다니.
    집집마다 알아서 잘만 자는 집들이 기다리고 있는 거에욧.

  • 13. 쓸개코
    '24.5.16 6:37 PM (118.33.xxx.220) - 삭제된댓글

    그 남자 이야기 1
    https://www.82cook.com/entiz/read.php?num=3824595&reple=35666227

  • 14. 쓸개코
    '24.5.16 6:42 PM (118.33.xxx.220) - 삭제된댓글

    자녀가 있으셨군요. 저는 왜 원글님을 미혼이라고 생각했을까요?ㅎ
    그 남자 이야기 1
    https://www.82cook.com/entiz/read.php?num=3824595&reple=35666227

  • 15. 아진짜
    '24.5.16 6:43 PM (114.203.xxx.205)

    이분 정말. 걍 혼자 알아서 주무시라하시고요ㅜ

  • 16. ..
    '24.5.16 7:04 PM (211.243.xxx.94)

    해피엔드라 기대되네요. 그 남자랑 사시는구나..

  • 17. ??
    '24.5.16 7:07 PM (223.38.xxx.47)

    원글님 본인이 첫 댓글로 첫 글 링크 걸어 두셨는데
    또 링크를 거는 건 왜…?

  • 18. 그 여자
    '24.5.16 7:12 PM (121.182.xxx.203)

    윗님 1편에서 누가 2편 볼려면 1편 찾아봐야겠다고 하셔서 자발적으로 ....
    부끄러바서 지웠어요

  • 19. 어머
    '24.5.16 7:16 PM (223.38.xxx.47)

    원글님 그게 아니고요,
    원작자가 첫 댓글로 링크를 걸어 둔 거면 충분한데
    마치 그걸 안 보고 못 본 듯이
    다른 사람이 다시 또 링크를 거는 건 좀 별로다 하고 한 말이에요. 아무리 정리하고 링크 거는 게 본인 취미여도
    원작자가 했으면 나서지 말아야죠…

  • 20. 쓸개코
    '24.5.16 7:17 PM (118.33.xxx.220) - 삭제된댓글

    아 물음표님 제가 댓글 다 못보고 휘리릭 내려왔어요.
    지우려고 했는데 원글님이 먼저 지우셨네요.

  • 21.
    '24.5.16 7:18 PM (118.235.xxx.243)

    당연히 미혼 남녀 얘긴줄 알았는데..

    돌싱들의.이야기군요.
    어쩐지 연애진도가 너무 느려서.... ㅎㅎㅎㅎㅎㅎ
    아무리 옛날이라도 손 한번 잡는 데 1년 걸리겠네? 했네요.

    자녀들이 사춘기인 돌싱들이면 충분히 이해갑니다

  • 22. 쓸개코
    '24.5.16 7:19 PM (118.33.xxx.220) - 삭제된댓글

    아 물음표님 제가 댓글 다 못보고 휘리릭 내려왔어요.
    제목 보자마자 본문도 읽기 전에 글 찾아놓고 본문 읽고 바로 내려왓거든요.
    링크가 하나 있었던거 같은데 그냥 댓글들 안 보고 맘이 급해서 댓글부터 달았어요.
    지우려고 했는데 원글님이 먼저 지우셨네요.

  • 23. 쓸개코
    '24.5.16 7:20 PM (118.33.xxx.220)

    아 물음표님 제가 댓글 다 못보고 휘리릭 내려왔어요.
    제목 보자마자 본문도 읽기 전에 글 찾아놓고 본문 읽고 바로 내려왓거든요.
    링크가 하나 있었던거 같은데 그냥 댓글들 안 보고 맘이 급해서 댓글부터 달았어요.
    지우려고 했는데 원글님이 먼저 지우셨네요.
    원글님이 다신걸 무시하고 그런 마음은 아니었습니다.
    불편한 상황 만들어 죄송해요.

  • 24.
    '24.5.16 7:24 PM (61.79.xxx.36)

    중년의 사랑이 더 감질나요. . 너무 듣고 싶습니다.!!

  • 25. 조금
    '24.5.16 7:52 PM (1.236.xxx.93)

    설렙니다 호호호

  • 26. ㅇㅂㅇ
    '24.5.16 8:10 PM (182.215.xxx.32)

    설렙니다 222

  • 27. 그래도
    '24.5.16 8:23 PM (203.142.xxx.241) - 삭제된댓글

    그런 인연이 있었네요

  • 28. 재미져요
    '24.5.16 8:53 PM (175.214.xxx.36)

    아이가 고딩이라...부분에서 저도 모르게 "어머 어떡해!"했어요
    유부녀이신 줄 알고ᆢ

  • 29.
    '24.5.17 4:34 AM (121.163.xxx.14)

    재밌게 읽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85236 10만원 축의금 17 ㅁㅁ 2024/05/17 4,608
1585235 술 주정꾼을 뽑아놓았으니,,, 4 ........ 2024/05/17 912
1585234 부수입이 연 2000만원 이상인 직장인들이 많나요 ? 주위에요?.. 10 ** 2024/05/17 3,055
1585233 옛날에는 김밥에 재료가 뭐가 들어갔을까요.?? 39 ... 2024/05/17 3,423
1585232 푸바오가 워토우를 아껴먹는다니 뭔가 귀엽네요 6 ㅇㅇ 2024/05/17 3,130
1585231 바람피는 남편들?혹은 여자들.. 9 ㅣㅣ 2024/05/17 3,188
1585230 현금 투자하시는 분들 어디에 투자하세요 5 ㅇㅇ 2024/05/17 2,390
1585229 임대하는 14평 아파트 올수리 최소비용이 얼마나 들까요? 2 샷시, 화장.. 2024/05/17 1,618
1585228 부모님께 도리만 다할 방법 뭘까요 9 .. 2024/05/17 1,822
1585227 통오이 김밥을 만들어 봤어요. 34 음. 2024/05/17 8,917
1585226 장례식후 넘 힘들어하는 지인에게 음식 갖다드리기 27 바람 2024/05/17 3,639
1585225 듀얼토닝 이후 피부과 관리 방법이요!! 4 bb 2024/05/17 1,317
1585224 선업튀 기사스포 질문 15 푸른당 2024/05/17 1,719
1585223 점을 좀 보고 싶어요.. 추천좀..... 2024/05/17 509
1585222 집 매매 알아볼때 부동산 하나만 접촉해도 되는거죠? 2 .. 2024/05/17 831
1585221 미국 사는 친구 선물 어떻게 줘야할까요? 3 oo 2024/05/17 1,704
1585220 공항발렛파킹 2 세로 2024/05/17 686
1585219 앞치마에 불붙어서 6 혼비백산인 2024/05/17 1,828
1585218 롯데본점에서 신사역 가는 버스 4 버스 2024/05/17 407
1585217 제가 지능이 낮은걸까요? 성인 adhd일까요? 16 ddd 2024/05/17 4,602
1585216 남자 겨드랑이 혹잡히면 1 궁금 2024/05/17 1,222
1585215 올리브오일 선택 7 에어 2024/05/17 1,809
1585214 어제 김밥 팁 감사합니다~~! 16 행복 2024/05/17 6,913
1585213 레인부츠 국산 저렴이 9 얼마전 2024/05/17 1,512
1585212 일상얘기 나누는 사람 있나요? 20 열매사랑 2024/05/17 2,5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