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까지 세 마리의 대형견과 함께 생활했어요.
지금 함께하고 있는 녀석은 생후 9주차에 데려온 제 생애 첫 꼬꼬꼬마시절부터 키운 저먼 세퍼드에요.
대형견의 꼬꼬마시절 에너지는 실로 어마어마해서 30분 미친듯이 놀다가 30분 기절해서 자고, 다시 일어나서 이번에는 1시간 놀아주면 1시간 자고 이것의 무한반복이었어요. 저희 집에서 7분 걸어나가면 바로 바닷가인데, 전에는 날씨가 괜찮을 때만 바닷가길로 산책을 다녔어요. 이 녀석의 지치지 않은 에너지에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는데, 온갖 냄새와 모래가 있고, 놀다가 집에 가자 하면 바닷물로 뛰어 들어 저에게서 도망갈 수 있는 바닷가는 이 녀석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가 되었어요. 하루라도 바다를 안가면 시무룩 시무룩
그래서 저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거세게 불고 기온이 영하 10도가 되어도 소풍 가방을 싸서 바다로 갑니다.
이 녀석이 없었다면 매 순간 변하는 바다의 모습을 이리 매일 관찰할 수는 없었을 거에요. 그리고 이렇게까지 자연을 사랑하지도 못했을 것 같아요. 미국판 자산어보라도 써야하는데
한동안 저는 저희 블록의 유일한 비백인이었어요. 저희 강아지가 8개월이 되었을 때, 이웃에 브라질리언 가족이 이사를 왔어요. 그때 미국에 한창 코비드 19가 휩쓸 때여서 남편도 저도 재택근무를 하고 있을 때였는데, 저희가 학교 운동장에 개 데리러 놀러 나가면 그 아이는 항상 엄마랑 놀이터에서 둘이 놀았어요. 다른 아이들은 마스크 쓰고 축구하고 농구도 하고 그랬는데... 며칠 후 아이가 아버지와 함께 놀고 있는 것을 보고 남편이 괜찮으면 우리 강아지랑 함께 놀자고 말했어요. 그 아버지도 영어가 서툴렀고, 아이는 아직 전혀 영어를 모르는 것 같았어요. 그래도 얼마나 신나요. 8개월된 강아지와 9살 정도 아이의 조합. 그렇게 몇 주 같이 놀았는데, 어느 날 그 아이의 아버지가 너무나 쑥쓰러워 망설이는 눈을 하고 부탁했어요. 아이가 강아지 줄을 잡고, 아이들 놀고 있는 운동장에 가서 놀고 싶어한다고요. 저희는 계속 대형견을 키워서 어릴 때부터 훈련을 많이 시켰지만, 아이가 줄을 잡게 하는 것은 또 전혀 다른 수준의 문제잖아요.
잠시 고민하던 남편이 6피트 줄을 가지고 와서 남편과 아이가 함께 줄을 잡고 산책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열흘 지나고 강아지가 아이의 명령도 모두 따르게 되었을 때, 아이의 부모님 그리고 저희 부부의 보호 하에 아이가 강아지 줄을 잡게 해줬어요. 그 때 그 아이의 그 커다란 웃음. 갖고는 싶었지만, 기대하지는 못했던 그런 것을 선물 받았을 때의 그 기쁨에 가득한 웃음.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 때 그 웃음이 떠올라 또 행복해 지네요.
우리 강아지는 또 얼마나 얌전히 그 아이의 리드에 따르던지. 걸음 속도도 늦추고, 세상 얌전한 개가 되었어요. 그리고 우리 모두는 운동장으로 진격. 아이가 줄을 잡고 가니까, 원래 우리 강아지와 잘 놀던 아이들도 다가와서 같이 놀고, 그렇게 또 몇 주 같이 두 부부와 아이, 강아지가 운동장으로 가서 계속 놀았어요.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도 이제 충분히 익숙해져서 드디어 같이 축구를 시작했구요. 저에게는 아이의 그 환한 웃음과 처음 다른 아이들과 축구를 하던 모습이 동화가 되었어요. 우리 개가 없었다면 제가 갖지 못했을 순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