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할매 이야기를 3편으로 끝낼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댓글에 궁금해 하시는 부분들이 있어서
성실하게 답변을 해드려야 궁금증이 풀리실 것 같아
다시 또 반전 편을 쓰게 되었습니다.
친정엄마 돌아가시고
외삼촌이랑 제 형제들이랑 이야기 하다가
저한테 그러시더라구요
제가 어릴 때 외삼촌이 집에 놀러 와서 보면 어린데도 집안일이며 동생들도 잘 돌보고
너무 잘하는데 누나인 제 엄마가 칭찬 한 번을 안 하시더래요
그래서 왜 저렇게 잘하는데 칭찬을 안 해 주냐고 물어 보셨대요
그랬더니 엄마가 그러시기를
잘하는 것은 맞는데 칭찬을 하면 기고만장 해질 것이고
그러면 다른 형제들 기죽을까 봐 칭찬을 안 하시는 거라고 .....
그래서 저는 칭찬이 너무 고프고 사랑이 너무 고파서
무엇이든 다 잘 할려고 일을 찾아서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국민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이른 봄에는 소쿠리들고 나물뜯고
한 겨울에 얼음깨고 빨래하고
9살 때 밥을 한 것도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어요
무슨 일로 엄마가 늦게 오셨는데 단지 칭찬이 듣고 싶어서
이러한 상황들은 어릴 때부터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날까지
바뀌지 않더라구요
반에서 일등을 해도 칭찬은 커녕 전교등수 따지면 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성적이 내려가면 탓은 몇 배 ....
니가 사다 준 생일케이크 너무 달아서 못 먹겠다
니가 사다 준 젓갈 너무 진해서 못 먹겠다
교사라면서 옷도 백화점가서 좋은 거 사 입어라
(이때는 막내 동생 학비도 제가 일부 부담하느라 허리가 휠 지경)
맨날 청바지에 띠 쪼가리만 걸치고 다니지 마라
신랑도 없으면서 친정에 돈을 너무 안 쓴다
( 생신, 어머이날, 명절 다 챙겨가며 살아도 ㅠ ㅜ)
니 아들한테 돈 너무 쓰지마라 남의 자식아니냐
기타 등등
늘 만나면 이거 잘못했다 저거 잘못했다
정말 의지하고픈 친정엄마한테 평생을 지적질만 당하다 보니
그냥 할매가 자주 하시던 울강세이(우리 강아지)가 그랬나 하시며 엉덩이 두드려주시던
그런 일들이 너무 좋고 소중했었던가 봐요
유일하게 우리 집에서 저에게 칭찬을 해주셨으니까요
할머니 대소변 수발도 저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저 대학 다닐 때 집안 형편이 안 좋아져서
여차하면 제가 휴학하거나 그만 두어야 될 상황이다보니
1학년 여름방학을 제외하고는
방학만 시작하면 알바 할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공장, 백화점, 개인의원, 대학병원 신경외과 중환자실
그래서 3학년때 대학병원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 간병인 할 수 있겠느냐고
수간호사님께서 연락을 주셔서
중풍환자 대소변 수발을 들며 등록금을 벌어야 했습니다.
그때는 워낙 앞 뒤 돌아볼 겨를이 없을 만큼 절박한 시기여서 힘든 줄도 몰랐어요
그러니 할머니 수발쯤은 그냥 .......
알바이야기가 나왔으니
그렇게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면서 일 한 덕분에
제 첫 등록금만 부모님이 주셨고
나머지는 전부 다 제 손으로 마련하고 장학금도 받고 졸업했기에
지금 생각해봐도 제가 대견해서 수고 많이 했다고 스스로를 다독다독 해봅니다.
또 궁금증을 가지실 것 같아요
우리 엄마가 왜 저한테 저러셨는지
저는 엄마 때문에 생긴 트라우마가 있어서 심리상담도 받고
아직도 해결 못한 부분이 있어 썰을 풀자면 이야기가 좀 길어질 것 같아요
혹시나 또 기다려 주신다면 다음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