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할아버지상 치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예요.

와사비 조회수 : 1,543
작성일 : 2024-05-03 09:02:04

할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셨어요. 얼마 못버티실것 같다는 연락받고 할아버지 손과 발 쓰다듬으며 사랑한다 말씀드리고 다시 집에 돌아온지 사흘만에 떠나셨어요. 가쁜 숨으로 대화는 어려웠지만 응,응. 힘겨운 대답과 눈 깜빡임으로 최선을 다해 소통해 주신 모습이 저에게 마지막 기억이 되었네요.

 

엄하셨던 우리 할아버지. 강인한 바탕에 속이 여리시고 또 표현은 투박하게, 손녀 등 툭툭 치며 웃어주시던 할아버지의 미소와 거친 손이 눈에 선한데. 그 모습 떠올리면 목이 메이고 너무 그립네요.

 

얼마전 할아버지께 다같이 다녀가기도 했고, 남편 업무가 하필 바쁜시즌이라 할아버지 장례식 참석하는데 나도 모르게 남편눈치를 좀 봤어요. 애들 볼테니 혼자 다녀오라고 얘기하는 남편한테 마음 상해서 반나절 입 다물고 있었고요. (당연히 가야되는거 아니냐고 따질까 고민만 반나절) 남편이 생각을 바꾸곤, 아니다 같이 가자. 해서 아이들 시부모님께 맡기고 장례식에 참석했어요.

 

도착했더니 손주들 중에서 제가 제일 꼴찌로 왔네요. 사촌오빠들과 새언니 그리고 어린 조카들 모두 데리고요. 너희 바쁜데 너무 애쓰지 마라 하는 부모님 말씀에 그런가보다 했던 핑계를 생각해보지만 정말 아차싶었어요. 우리 엄마아빠가 면이 안서셨겠구나. 시부모님께 애들 맡기고 시부모님이 챙겨주신 봉투 들고 왔건만 사촌들은 사돈어르신까지 모두 와주셨네요. 어려워라.

 

시간이 늦기 전에 새언니와 어린 조카들 그리고 저희 남편은 먼저 집으로 보냈어요. 손님들 모두 떠난 새벽에 손주들끼리 모여앉아 몇년만에 수다떨고, 봉투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네요. 편하게 울고 웃고, 여기저기 대충 쪽잠 자고 일어나 발인 하고 이제 혼자 집으로 갑니다. 

 

애만 낳았지 어른인듯 어른 아닌 제가. 집안의 큰일을 치르면서 마음도 머리도 어지러웠어요. 친구들한테 구구절절 얘기하기도 그렇고해서 여기에 그냥 주절주절 해보아요. 조사는 꼭 다녀와야겠구나 마음 먹어보고요. 봉투엔 이름도 반듯하게 적어야겠더라고요. 남편은 남편대로 애썼으니 집에가서 고맙다 말해주려고요. 시부모님께도 감사인사 잘 드리고요. 

 

어른을 잘 하고 계신 모든분들 존경합니다.ㅎㅎㅎ 인생 매너와 지혜 그리고 센스를 열심히 키우길 희망하며 글을 급히 마쳐봅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할아버지 사랑해요!

 

 

IP : 118.235.xxx.21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2
    '24.5.3 9:22 AM (14.32.xxx.100)

    이런 글 정말 감사합니다.
    요즘 어른이기 힘들죠. 보고 배운게 없어서요
    저도 봉투에 꼭 반듯하게 이름 넣겠습니다.
    돈도 한 방향으로 넣은거 보니 고맙더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마음은 내가 신경 쓴 만큼 느끼게 되있나봐요
    남편분도 이번에 보고 느낀 점 많으실거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79778 요새 직장 최저로 임금받으면 4 .... 2024/05/06 1,432
1579777 기숙사에 있는데 살이 너무 빠졌어요. 17 새내기 2024/05/06 4,591
1579776 발가락골절 뼈 다 붙은거 어찌 확인하나요??? 4 ㅇㅇ 2024/05/06 1,121
1579775 딸직업으로 약사가 최고라니요 참 이해불가입니다 59 하ㅠ 2024/05/06 9,491
1579774 윤후 군 엄청 멋있게컸군요. 7 옛날예능 2024/05/06 4,309
1579773 저희 집 수국꽃이 피었어요 3 기쁨 2024/05/06 1,496
1579772 괴벨스 대중선동의 심리학책 아시는 분? 3 ㅎㅎ 2024/05/06 665
1579771 급 군포산본에서 갈만한 큰병원응급실은요? 4 애가 탑니다.. 2024/05/06 1,059
1579770 고 이선균님 유작 개봉을 원합니다 7 ㅇㅇ 2024/05/06 1,365
1579769 밭고랑 비닐은 언제 씌우나요. 3 2024/05/06 767
1579768 스팽스 보정속옷 입으시는 분 1 size 2024/05/06 585
1579767 철인왕후 너무 불편해서 못보겠네요 12 ㅇㅇ 2024/05/06 3,914
1579766 지원 불가 방침에 전국 떠도는 부산 위안부 기록물 1 !!!!! 2024/05/06 661
1579765 초등 아이들 악기 지원 끊은 정부가 현금 1억??? 6 .... 2024/05/06 1,667
1579764 김혜경은 안 나오는 게 나은데 64 ㅣㅣㅣ 2024/05/06 5,118
1579763 왜 결혼 사실을 숨겼는지 이해가 가네요. 46 ㅇㅇ 2024/05/06 24,616
1579762 허재 며느리는 누가 될지 9 .. 2024/05/06 5,234
1579761 신세계그룹은 개털이네요 19 ........ 2024/05/06 9,124
1579760 클래식채널 보시는분 6 ㅇㅇ 2024/05/06 835
1579759 감기 끝에 기운없을 때 좋은게 있나요 5 ,,, 2024/05/06 1,328
1579758 간식 먹으면서 식사시간엔 배 안고프다고 하는 20 ... 2024/05/06 2,423
1579757 안방이 꼭 남향이어야될 필요가 있을까요? 16 -- 2024/05/06 1,947
1579756 골뱅이 소면 무침 윤이 안 나요 7 .... 2024/05/06 1,768
1579755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나는 윤 대통령이 제발 입을 좀 닥쳤으.. 3 2024/05/06 1,298
1579754 소창을 면보로 써도 되나요? 1 .. 2024/05/06 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