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할아버지상 치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예요.

와사비 조회수 : 1,539
작성일 : 2024-05-03 09:02:04

할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셨어요. 얼마 못버티실것 같다는 연락받고 할아버지 손과 발 쓰다듬으며 사랑한다 말씀드리고 다시 집에 돌아온지 사흘만에 떠나셨어요. 가쁜 숨으로 대화는 어려웠지만 응,응. 힘겨운 대답과 눈 깜빡임으로 최선을 다해 소통해 주신 모습이 저에게 마지막 기억이 되었네요.

 

엄하셨던 우리 할아버지. 강인한 바탕에 속이 여리시고 또 표현은 투박하게, 손녀 등 툭툭 치며 웃어주시던 할아버지의 미소와 거친 손이 눈에 선한데. 그 모습 떠올리면 목이 메이고 너무 그립네요.

 

얼마전 할아버지께 다같이 다녀가기도 했고, 남편 업무가 하필 바쁜시즌이라 할아버지 장례식 참석하는데 나도 모르게 남편눈치를 좀 봤어요. 애들 볼테니 혼자 다녀오라고 얘기하는 남편한테 마음 상해서 반나절 입 다물고 있었고요. (당연히 가야되는거 아니냐고 따질까 고민만 반나절) 남편이 생각을 바꾸곤, 아니다 같이 가자. 해서 아이들 시부모님께 맡기고 장례식에 참석했어요.

 

도착했더니 손주들 중에서 제가 제일 꼴찌로 왔네요. 사촌오빠들과 새언니 그리고 어린 조카들 모두 데리고요. 너희 바쁜데 너무 애쓰지 마라 하는 부모님 말씀에 그런가보다 했던 핑계를 생각해보지만 정말 아차싶었어요. 우리 엄마아빠가 면이 안서셨겠구나. 시부모님께 애들 맡기고 시부모님이 챙겨주신 봉투 들고 왔건만 사촌들은 사돈어르신까지 모두 와주셨네요. 어려워라.

 

시간이 늦기 전에 새언니와 어린 조카들 그리고 저희 남편은 먼저 집으로 보냈어요. 손님들 모두 떠난 새벽에 손주들끼리 모여앉아 몇년만에 수다떨고, 봉투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네요. 편하게 울고 웃고, 여기저기 대충 쪽잠 자고 일어나 발인 하고 이제 혼자 집으로 갑니다. 

 

애만 낳았지 어른인듯 어른 아닌 제가. 집안의 큰일을 치르면서 마음도 머리도 어지러웠어요. 친구들한테 구구절절 얘기하기도 그렇고해서 여기에 그냥 주절주절 해보아요. 조사는 꼭 다녀와야겠구나 마음 먹어보고요. 봉투엔 이름도 반듯하게 적어야겠더라고요. 남편은 남편대로 애썼으니 집에가서 고맙다 말해주려고요. 시부모님께도 감사인사 잘 드리고요. 

 

어른을 잘 하고 계신 모든분들 존경합니다.ㅎㅎㅎ 인생 매너와 지혜 그리고 센스를 열심히 키우길 희망하며 글을 급히 마쳐봅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할아버지 사랑해요!

 

 

IP : 118.235.xxx.21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2
    '24.5.3 9:22 AM (14.32.xxx.100)

    이런 글 정말 감사합니다.
    요즘 어른이기 힘들죠. 보고 배운게 없어서요
    저도 봉투에 꼭 반듯하게 이름 넣겠습니다.
    돈도 한 방향으로 넣은거 보니 고맙더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마음은 내가 신경 쓴 만큼 느끼게 되있나봐요
    남편분도 이번에 보고 느낀 점 많으실거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80206 Sns 알고리즘 무서워요 5 ... 2024/05/05 3,043
1580205 무단횡단 진짜 안하시나요? 56 ㅇㅇ 2024/05/05 4,146
1580204 감자 심었는데 싹이 나오고 있어요 6 whwg 2024/05/05 1,479
1580203 짜증나서 못보겠네 6 Smmssm.. 2024/05/05 3,936
1580202 아무리 부자라도 30세 이상은 상상안감 19 2024/05/05 5,694
1580201 동남아 예쁜 바다요 6 ^^ 2024/05/05 1,935
1580200 의대정원..반대 의사있는 집안 .. 찬성 의사없는 집안.. 11 무엇이든 2024/05/05 1,885
1580199 치킨을 성공 했어요 2 2024/05/05 2,660
1580198 여자 직업으로 교수는 이제 별로에요 45 현실 2024/05/05 9,239
1580197 선재, 박보검 - 청춘기록 재밌나요 26 ,< 2024/05/05 3,532
1580196 영국 보수당도 망했네요 6 ㅇㅇ 2024/05/05 2,971
1580195 무슨 봄비가 이렇게 많이 와요 12 ㅁㅁ 2024/05/05 6,184
1580194 미우새 김승수랑 양정아 넘재밌네요ㅋ 19 2024/05/05 9,774
1580193 폴로 티셔츠 구매 어디서 하나요? 10 폴로 2024/05/05 3,523
1580192 인도 없는 시골길을 걸었는데 2 사랑 2024/05/05 3,704
1580191 무료 사진편집 어플 추천 부탁드립니다. 1 ... 2024/05/05 821
1580190 78년생 47살 생애 첫 대장내시경 33 ㅇㅇ 2024/05/05 6,427
1580189 (같이봐요)SBS 스패셜 학전, 그리고... 2 나무 2024/05/05 2,000
1580188 우리집 고양이 이야기 9 야옹 2024/05/05 2,423
1580187 탈모 이엠 변비 관련 글쓴이입니다 50 ㅁㅁ 2024/05/05 4,360
1580186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현대인 질병 5 크흡 2024/05/05 4,928
1580185 흔들의자에서 살고 있어요~~ 11 히힛 2024/05/05 4,668
1580184 네덜란드 여행 후기입니다 18 방랑자 2024/05/05 6,459
1580183 적당히를 모르는 사람 너무 싫어요 3 ... 2024/05/05 3,703
1580182 제 인생의 화양연화는 55세 지금이었구만요 10 ㅇㅇ 2024/05/05 5,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