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할아버지상 치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예요.

와사비 조회수 : 1,578
작성일 : 2024-05-03 09:02:04

할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셨어요. 얼마 못버티실것 같다는 연락받고 할아버지 손과 발 쓰다듬으며 사랑한다 말씀드리고 다시 집에 돌아온지 사흘만에 떠나셨어요. 가쁜 숨으로 대화는 어려웠지만 응,응. 힘겨운 대답과 눈 깜빡임으로 최선을 다해 소통해 주신 모습이 저에게 마지막 기억이 되었네요.

 

엄하셨던 우리 할아버지. 강인한 바탕에 속이 여리시고 또 표현은 투박하게, 손녀 등 툭툭 치며 웃어주시던 할아버지의 미소와 거친 손이 눈에 선한데. 그 모습 떠올리면 목이 메이고 너무 그립네요.

 

얼마전 할아버지께 다같이 다녀가기도 했고, 남편 업무가 하필 바쁜시즌이라 할아버지 장례식 참석하는데 나도 모르게 남편눈치를 좀 봤어요. 애들 볼테니 혼자 다녀오라고 얘기하는 남편한테 마음 상해서 반나절 입 다물고 있었고요. (당연히 가야되는거 아니냐고 따질까 고민만 반나절) 남편이 생각을 바꾸곤, 아니다 같이 가자. 해서 아이들 시부모님께 맡기고 장례식에 참석했어요.

 

도착했더니 손주들 중에서 제가 제일 꼴찌로 왔네요. 사촌오빠들과 새언니 그리고 어린 조카들 모두 데리고요. 너희 바쁜데 너무 애쓰지 마라 하는 부모님 말씀에 그런가보다 했던 핑계를 생각해보지만 정말 아차싶었어요. 우리 엄마아빠가 면이 안서셨겠구나. 시부모님께 애들 맡기고 시부모님이 챙겨주신 봉투 들고 왔건만 사촌들은 사돈어르신까지 모두 와주셨네요. 어려워라.

 

시간이 늦기 전에 새언니와 어린 조카들 그리고 저희 남편은 먼저 집으로 보냈어요. 손님들 모두 떠난 새벽에 손주들끼리 모여앉아 몇년만에 수다떨고, 봉투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네요. 편하게 울고 웃고, 여기저기 대충 쪽잠 자고 일어나 발인 하고 이제 혼자 집으로 갑니다. 

 

애만 낳았지 어른인듯 어른 아닌 제가. 집안의 큰일을 치르면서 마음도 머리도 어지러웠어요. 친구들한테 구구절절 얘기하기도 그렇고해서 여기에 그냥 주절주절 해보아요. 조사는 꼭 다녀와야겠구나 마음 먹어보고요. 봉투엔 이름도 반듯하게 적어야겠더라고요. 남편은 남편대로 애썼으니 집에가서 고맙다 말해주려고요. 시부모님께도 감사인사 잘 드리고요. 

 

어른을 잘 하고 계신 모든분들 존경합니다.ㅎㅎㅎ 인생 매너와 지혜 그리고 센스를 열심히 키우길 희망하며 글을 급히 마쳐봅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할아버지 사랑해요!

 

 

IP : 118.235.xxx.21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2
    '24.5.3 9:22 AM (14.32.xxx.100)

    이런 글 정말 감사합니다.
    요즘 어른이기 힘들죠. 보고 배운게 없어서요
    저도 봉투에 꼭 반듯하게 이름 넣겠습니다.
    돈도 한 방향으로 넣은거 보니 고맙더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마음은 내가 신경 쓴 만큼 느끼게 되있나봐요
    남편분도 이번에 보고 느낀 점 많으실거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90488 지구마블세계여행 아마존, 페루 너무 좋네요 6 지구마블재방.. 2024/06/15 2,033
1590487 고등아이반에 17 고등 2024/06/15 2,310
1590486 코스트코 드립백중에 젤 괜찮은게 어떤걸까요? 2 커피 2024/06/15 1,186
1590485 제가 보기에 신동엽 이수근은 천재 23 .. 2024/06/15 5,138
1590484 욕실 하얀 눈줄 6 2024/06/15 1,646
1590483 첫생리했을때 얻어터졌어요 28 ... 2024/06/15 7,438
1590482 오페라덕후 추천 대박 공연(양산, 대구) 9 오페라덕후 2024/06/15 962
1590481 한심한 소리 못참는 분들 mbti 가 뭐세요? 46 ㅇㅇ 2024/06/15 3,661
1590480 워크샵 강사의 자세 3 ㅁㄴㅇㄹ 2024/06/15 1,380
1590479 살빼시겠어요? 33 ㅇㅇ 2024/06/15 5,540
1590478 오늘 습하네요. 1 .... 2024/06/15 880
1590477 테니스 거리조절 어떻게 하나요? 공이 중앙에 안맞고 하늘로.... 4 테니스도 골.. 2024/06/15 634
1590476 한국나이로 43살..무엇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인걸까요? 31 ㅇㅇ 2024/06/15 4,259
1590475 나란히 걸을 때 어느쪽에 서나요? 9 걷다보면 2024/06/15 1,353
1590474 피부레이저 오래하면 더 늙어보이는거 아나요? 13 ... 2024/06/15 3,805
1590473 야한 소설 추천 좀 해주세요 10 연인 2024/06/15 3,439
1590472 세계인구가 2배로 늘어나는데 50년 걸렸네요 4 인구문제 2024/06/15 1,520
1590471 내일 부산 기차타고갈거예요. 3 좀 알려주.. 2024/06/15 1,094
1590470 이 수학문제집 뭘까요? 4 .. 2024/06/15 969
1590469 10시 양지열의 콩가루 ㅡ 연애결혼 vs 중매결혼 , 이혼율.. 1 같이봅시다 .. 2024/06/15 814
1590468 한의대를 편입해보겠다고 하니 14 ㅇㅇㄴ 2024/06/15 3,501
1590467 바나나빵 밥솥에 하면 3 바나나빵 2024/06/15 1,715
1590466 젤 네일을 했는데 1 ... 2024/06/15 1,162
1590465 이정현은 진짜 징글징글하네요 50 Dd 2024/06/15 31,801
1590464 솔직히 이제 디올백 보면 불법 노동자 8만원..이 생각부터 날듯.. 8 ㅎㅎ 2024/06/15 1,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