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할아버지상 치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예요.

와사비 조회수 : 1,328
작성일 : 2024-05-03 09:02:04

할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셨어요. 얼마 못버티실것 같다는 연락받고 할아버지 손과 발 쓰다듬으며 사랑한다 말씀드리고 다시 집에 돌아온지 사흘만에 떠나셨어요. 가쁜 숨으로 대화는 어려웠지만 응,응. 힘겨운 대답과 눈 깜빡임으로 최선을 다해 소통해 주신 모습이 저에게 마지막 기억이 되었네요.

 

엄하셨던 우리 할아버지. 강인한 바탕에 속이 여리시고 또 표현은 투박하게, 손녀 등 툭툭 치며 웃어주시던 할아버지의 미소와 거친 손이 눈에 선한데. 그 모습 떠올리면 목이 메이고 너무 그립네요.

 

얼마전 할아버지께 다같이 다녀가기도 했고, 남편 업무가 하필 바쁜시즌이라 할아버지 장례식 참석하는데 나도 모르게 남편눈치를 좀 봤어요. 애들 볼테니 혼자 다녀오라고 얘기하는 남편한테 마음 상해서 반나절 입 다물고 있었고요. (당연히 가야되는거 아니냐고 따질까 고민만 반나절) 남편이 생각을 바꾸곤, 아니다 같이 가자. 해서 아이들 시부모님께 맡기고 장례식에 참석했어요.

 

도착했더니 손주들 중에서 제가 제일 꼴찌로 왔네요. 사촌오빠들과 새언니 그리고 어린 조카들 모두 데리고요. 너희 바쁜데 너무 애쓰지 마라 하는 부모님 말씀에 그런가보다 했던 핑계를 생각해보지만 정말 아차싶었어요. 우리 엄마아빠가 면이 안서셨겠구나. 시부모님께 애들 맡기고 시부모님이 챙겨주신 봉투 들고 왔건만 사촌들은 사돈어르신까지 모두 와주셨네요. 어려워라.

 

시간이 늦기 전에 새언니와 어린 조카들 그리고 저희 남편은 먼저 집으로 보냈어요. 손님들 모두 떠난 새벽에 손주들끼리 모여앉아 몇년만에 수다떨고, 봉투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네요. 편하게 울고 웃고, 여기저기 대충 쪽잠 자고 일어나 발인 하고 이제 혼자 집으로 갑니다. 

 

애만 낳았지 어른인듯 어른 아닌 제가. 집안의 큰일을 치르면서 마음도 머리도 어지러웠어요. 친구들한테 구구절절 얘기하기도 그렇고해서 여기에 그냥 주절주절 해보아요. 조사는 꼭 다녀와야겠구나 마음 먹어보고요. 봉투엔 이름도 반듯하게 적어야겠더라고요. 남편은 남편대로 애썼으니 집에가서 고맙다 말해주려고요. 시부모님께도 감사인사 잘 드리고요. 

 

어른을 잘 하고 계신 모든분들 존경합니다.ㅎㅎㅎ 인생 매너와 지혜 그리고 센스를 열심히 키우길 희망하며 글을 급히 마쳐봅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할아버지 사랑해요!

 

 

IP : 118.235.xxx.21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2
    '24.5.3 9:22 AM (14.32.xxx.100)

    이런 글 정말 감사합니다.
    요즘 어른이기 힘들죠. 보고 배운게 없어서요
    저도 봉투에 꼭 반듯하게 이름 넣겠습니다.
    돈도 한 방향으로 넣은거 보니 고맙더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마음은 내가 신경 쓴 만큼 느끼게 되있나봐요
    남편분도 이번에 보고 느낀 점 많으실거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93996 빛좋은 개살구 ? 신세계 2024/05/17 285
1593995 이사가는데 식기세척기 떼어갈까요? 5 질문 2024/05/17 1,738
1593994 부스스한 웨이브 뭘로 잡으세요? 6 아모스 04.. 2024/05/17 1,346
1593993 향수냄새요~ㅠㅠ이럴수도있을까요? 1 ... 2024/05/17 1,821
1593992 그래서 박칼린 최재림은 무슨 사이에요? 38 ㅇㅇ 2024/05/17 24,308
1593991 딸이 사람 상대하는 알바 하지 말래요 31 알바 2024/05/17 6,600
1593990 20살딸 안경하는데 안과 시력측정해야하나요? 5 궁금이 2024/05/17 592
1593989 싱가폴 성폭행미수범 11 . 2024/05/17 3,085
1593988 친구없는 초등아이 커서도 그럴까요 32 고민 2024/05/17 2,701
1593987 샤람의 첫인상, 눈빛에서 느껴지는게 맞을까요? 21 모터스 2024/05/17 3,168
1593986 냥냥 펀치를 완벽하게 피하는 댕댕이. 5 .... 2024/05/17 1,464
1593985 우리집 강아지 자랑 14 모마 2024/05/17 1,571
1593984 에어랩 말고 그냥 고데기 쓰시는 분? 8 .. 2024/05/17 1,424
1593983 대장 내시경후 등산 언제 할수 있나요 2 ..... 2024/05/17 743
1593982 원내대표도 투표했으면 박찬대 안됐을것 같아요 15 내생각 2024/05/17 1,174
1593981 어디가 아이의 입시에 유리할수 있을까요...? 30 2024/05/17 2,900
1593980 아이 아플 때 휴가낸 지인 약속 ㅠㅠ 39 궁금 2024/05/17 5,334
1593979 국민연금 예상수령액 조회 2 궁금 2024/05/17 2,258
1593978 화장지 품질이 떨어진거 같지 않나요? 5 ㅇㅇ 2024/05/17 1,653
1593977 저처럼 게으른 분은 없을겁니다. 33 ㅁㅊ 2024/05/17 5,840
1593976 크록스 슬리퍼 사이즈...애매한데요. 4 크록스 2024/05/17 801
1593975 16기영수 5기돌싱글즈 규온 느낌이 비슷한데 직업도 같네요 3 2024/05/17 1,389
1593974 피식대 김민수, 이용주 등 사건 아세요? 24 심각하네요... 2024/05/17 6,366
1593973 원피스 추천 부탁드려요~♡ ... 2024/05/17 676
1593972 나는 솔로 남자들도 15기 현숙이 작위적인게 느껴지나봐요 4 2024/05/17 5,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