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울 할매 이야기 1 ......

손녀딸 조회수 : 3,945
작성일 : 2024-05-01 23:21:52

햇볕이 내리쬐는 6월의 어느 오후에 

6살짜리 여자아이가  땀을 빨빨 흘리며

대문간옆 감나무 그늘 아래에 퍼지르고 앉아서 목이 쉬도록 울고 있으니까 

쪽진머리의 그 아이 할매가 옆에 와서 아이를 달래봅니다 

" 너그 엄마가 또 니만 나두고 나갔는 갑제

자꾸 울마 목 쉰다  고마 뚝하고 내 따라가자 눈깔사탕 한 개 주꾸마  "

70년대 초반의 귀하디 귀한  달달한 눈깔사탕의 유혹에 혼자 남겨진 서러움도

잠시 잊을수 있었던 그날의 이 장면이 

6살 여자 아이가  환갑을  앞에 둔 지금까지도 생애  첫 장면으로 기억하는

저와  그리운 할매의 모습이랍니다.  

 

그 여섯살  여자아이가 바로 저

부모님도 계시고 언니도 동생도  있지만 

그 시절 엄마는 저는 집에 두고 다른 형제들만 데리고 저렇게 외출을 하시면 

저는 또 따돌려졌다는 서러움에  자주 저렇게 울었었고 

그래서 제 생애 첫 장면이  좀 슬프게 떠올려지곤  한답니다. 

특히나  오늘은  할매가 보고 싶고 생각이 나서 

남편 먼저 자라고 하고 저는  이러고 있습니다. 

엄마 돌아가시고 난 후에도   엄마는 그립지도  않았고     

가끔씩  할매가 많이 그립습니다.  보고싶습니다. 

 

울 할매는 

1900년생이셨는데 

경상도 시골 부농의 집  딸로 태어나셨고  

남자 형제들은 글공부를  할 수 있었어도 딸들한테는 글공부를 시키지 않으셨다고 해요 

그런데도 울할매는 남자 형제들 어깨너머로  한자도  언문도 다 익히셔서 

그 시절  울동네서 신문을 읽으실 줄 아는 몇 안되는 어른이셨어요 

 

 위안부 가지 않을려고  급하게 혼인하느라 4살아래  할배랑 결혼을 하셨고  

결혼생활 중  아들만 8면을 낳으셨대요 

그런데 보릿고개  홍역등으로 5번째 울 아버지 밑으로 형제들은

어릴 때  다 떠나보내셨다고 해요 

 

당신이 딸로 태어난게 항상 불만이셨던  울 할매는 

아들손자에게만  방금 낳은 달걀을 챙겨 먹이고  다른 좋은 거 챙겨주시면서도

손녀딸들은  손자들하고 차별을 좀 하셨던거 같아요  특히 먹는걸로 ..

그렇지만  공부잘하는 손녀딸들  안스럽게   보시기는 했어요 

여자는 공부 암만 잘해도  남자들만큼  출세 못한다고  하시면서요 

 

그래도  언니에 이어 제가 대학갈때는 울 동네에서 남자들도 대학못보내던 시절이니까 

계집애들 둘 씩이나  대학보낸다고 손가락질하고 부도맞을거라고 

동네 사람들 수군대도  울할매는 아무말씀도   안하셨어요  

IP : 121.182.xxx.203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은하수
    '24.5.1 11:28 PM (58.142.xxx.195)

    원글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시리즈로 계속 부탁드려요

  • 2. 원글
    '24.5.1 11:43 PM (121.182.xxx.203)

    좋은글이라 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오늘따라 할매가 많이 그리워서요 .....

  • 3. 꿩 대신
    '24.5.2 12:05 AM (211.206.xxx.191)

    닭이라고 엄마 대신
    할매에 대한 그리움의 추억을 가진
    그래도 챙겨주는 할머니가 계신 행복한 분이네요.

  • 4. ....
    '24.5.2 12:22 AM (210.219.xxx.34)

    그리운 대상이 있다는건 행복한 일상이 존재했다는 증거겠지요?

  • 5. 대충쓴글표나는데
    '24.5.2 12:34 AM (211.234.xxx.35)

    왜케 좋지요?

  • 6. 이런글
    '24.5.2 12:52 AM (211.112.xxx.130)

    자주 올려주세요.
    다른분들 이런 옛날이야기 너무 재밌고
    마음이 푸근해져요.

  • 7. 쓸개코
    '24.5.2 9:42 AM (118.33.xxx.220)

    6살 꼬마가 얼마나 서러웠을까요..
    할머니도 아들 딸 차별은 살아온 세월이 그런것이지.. 기본적으로 정이 없는 분은 아니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79688 회사에서 몰래 자기계발해요?? 병맛광고 2024/05/04 899
1579687 자원봉사자는 자기 밥 싸가야 하는건가요? 10 2024/05/04 2,976
1579686 무료하신 분들" 선재 업고 튀어"보세요 3 ... 2024/05/04 1,811
1579685 식기세척기 삶의 질을 높여주는 거 같아요 2 좋아요 2024/05/04 1,781
1579684 겨울패딩세탁 매년하세요? 15 . . . .. 2024/05/04 2,869
1579683 천안 농막에 초대 받았는데 비가 온대요ㅠ 32 .. 2024/05/04 5,597
1579682 후대폰에 터치민감도 버튼 있으신가요? ㅇㅇ 2024/05/04 301
1579681 10시 양지열의 콩가루 ㅡ 100회 그리고 분열과 T.. 1 같이봅시다 .. 2024/05/04 373
1579680 너무 담백해서 더 슬픈 김민기의 목소리 7 ........ 2024/05/04 1,471
1579679 고3 수시는 언제 쓰나요? 13 고3 2024/05/04 1,430
1579678 시멘트색 상의는 어떻게 코디할까요? 4 .. 2024/05/04 744
1579677 사촌동생결혼식인데 복장 13 000000.. 2024/05/04 2,298
1579676 설거지 다 되 있고 정리 끝난 부엌에서... 5 안먹고싶다 2024/05/04 3,755
1579675 진료비 세역내역서 요구? 5 2024/05/04 1,438
1579674 분당, 판교에서 아점으로 먹기 좋은 식당 추천 좀 부탁드려요 13 아점 2024/05/04 1,778
1579673 젊은 여자애들 말투 정말 듣기 거북하네요 59 어쩌다가 2024/05/04 22,449
1579672 드래곤백에 대해 9 알고싶어요... 2024/05/04 2,340
1579671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구경할 때 2 그랜드하얏트.. 2024/05/04 1,712
1579670 장은영. 금나나 사생활에 악플달며 증오하는 사람들 24 ..... 2024/05/04 4,202
1579669 사과값이 비싼 이유 23 봄날처럼 2024/05/04 4,355
1579668 9월 중순쯤(추석연휴) 여행하기 좋은나라 5 2024/05/04 978
1579667 베트남.ㅡ다낭과 나트랑중.어디가좋나요? 7 여행 2024/05/04 2,572
1579666 디저트에서 냉장고 냄새 좀 안 나게 하라 1 깊은빡침 2024/05/04 1,882
1579665 이대 96학번 본고사 있었나요?? 29 ㅇㅇㅇ 2024/05/04 2,583
1579664 尹 "민정수석실 부활"검토 6 you 2024/05/04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