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왔다.
이번 주말연휴에 시골에 올 수 있냐는
엄마의 전화였다.
왜그런고 하니, 비닐하우스에 심은 열무가
너무 싱싱하고 좋아 김치를 담가주고 싶은데
와서 가져갈 수 있냐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다는 엄마.
그러나 나는
시골에 계신 엄마가 뭐 해놨으니 가져가~
뭐 할건데 왔다가~ 하면
냉큼 다녀올 거리에 살고있지 않다.
평균 3시간 밀리면 4-5시간.
주말에는 거의 4시간 이상 밀리는 곳이라
주말이동은 자제하는 편이다
다녀올 일이 생기면 평일끼고 월차내서
다녀오는 편인데
이번 연휴는 토요일에 일을 하는데다
공휴일에 비소식까지 있다.
시골에 갈 계획도 없었으나 상황으로 봐도 다녀오긴 어렵다.
싱싱하고 푸른 열무를 보니
저걸 맛나게 김치를 만들어 자식들에게
나눠주고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을 엄마.
먹을 사람 없다고
이웃집에 다 나눠주기도 한두번이지
이번엔 못 그러겠다며
뽑으면 몇다발 나오겠는데
마침, 내일 장날이니 내다 팔아야겠다고 하신다.
워낙 좋고 싱싱해서 값도 잘 받겠다며
차선책으로 열무 팔생각을 하셨다.
근데 팔곳이 있냐 물으니
자주 가는 채소가게가 있는데
가끔 이렇게 농산물 사기도 한다며
앞전에도 그 채소가게에 말린 토란대와
묵나물을 (그땐 싼값에) 파셨다고 했다.
엄마~ 그래그래~
고생해서 키운 열무 괜히 남한테 다 나눠주지 말고
(매번 나눠줬더니 당연한듯 받아먹기만 한다고...)
그거 잘 뽑아다가 좋은 값에 팔아서
엄마 맛있는거 사드셔~~. 했더니
그래그래~ 그래야겠다.
자식에게 나눠주지 못하는 마음이
살짝 누그러지신 것도 같아 보인다.
근데 엄마~
오늘 내 생일인데....
먹고살기 바쁘고 자식들도 다섯.
애들 생일 기억하고 챙기고 살 형편도 안돼었지만
또 그런걸 세세하게 챙기는 성격도 아닌 엄마여서
나는 그냥 오래전부터 그런걸 아무렇지 않아했고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몇전 전까지는 내 생일이면 그냥 내가 엄마에게 전화해서
딸 생일이라 알리고
딸 낳느라 엄마도 너무 고생하셨으니
맛있는 거 사 드시라 얼마 안돼지만 용돈 보내드리고
서로 축하했었다
올해는 바쁘기도 했고
별 생각이 없었는데
딱마침 걸려온 엄마의 전화라니.
어머나~ 엄마가 내 생일을 어떻게 기억하시고 전화를 하신걸까? 했더니
전화의 목적은
열무였다.
그래도 엄마의 그 마음을 알아서
열심히 열무 얘기 들어 드리느라
내 생일이라는 말 꺼낼 타이밍을 놓쳤다.
저녁이 되면
엄마는 비닐하우스에서
그 싱싱하고 푸릇한 열무를 북북 뽑아내서
예쁘게 단을 만들어 놓으실 것이다.
내일 엄마의 열무가 좋은 값에 잘 팔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