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60이 코앞인 나이가 되다보니 아이들도 다 사회적으로 독립해서 나가 살고
부모님은 돌아가시거나 아프시지만 아직 병원 신세 지실 정도는 아니시고
그러다보니 저나 남편이나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쬐금씩 생기면서 뭔가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시작해서 서로 상대가 하고싶은 것을 하도록 도와주며 살기 시작했어요
저는 남편이 학창시절 하던 프라모델을 다시 시작해서 군인이며 비행기, 배, 탱크 만들어서 책상에 주욱 늘어놓고 사진찍고 동호회 사람들과 얘기 주고받으며 몰두하는 모습을 보니 즐거워 이것도 해봐 저것도 해봐, 와 무지 잘 만들었다, 진짜같다, 모아놓고 찍으니 영화의 한장면 같다~~ 이러면서 추켜세워주고...
남편은 저 혼자 미술관 다니고, 음악회 다니고,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 여행 후에 만나 언니 동생하며 연신 울리는 깨똑소리에 ㅋㅋ대며 문자 주고받고, 동네에서 하는 프로그램 들으며 바쁘게 다니도록 집안일이나 양가 부모님 챙기는 일을 나눠서 맡아해주고...
그러더니 어제밤에 갑자기 이러네요
"전에는 당신을 음악회 보내고 뭘 배우게 해주는게 당신을 위한 것도 있었지만 솔직히 나 편하자고 한게 더 컸어.
당신 하고 싶은거 하게 해주면 나한테 뭘 해주길 바라는 것도 그만큼 적어지고 당신 기분좋으면 나에게도 잘해주니까. 그런데 지금은 당신이 당신 하고싶은거 하면서 행복해하고 즐거워하고 신나고 활력있어하는 모습을 보는거 자체가 마음이 참 좋아서 하고싶은거 다 하게 해주고 싶어"라고 말하더니 스스로 기특한듯 활짝 웃더라고요
그러더니 제가 피곤한 일이 연달아 있어서 몇년동안 안 생기던 구내염으로 구멍이 뽕뽕 났는데 면봉에 약 묻혀오더니 누워있는 제게 입 벌리라고 하고 약발라 주네요
이 남자 뭔가 크게 느낀게 틀림없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