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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서 알바중이에요.

ㅇㅇ 조회수 : 9,199
작성일 : 2024-04-22 17:36:20

올해부터 초등학교에서 알바중이에요. 

하루 3~4시간 정도 1학년 교실에 들어가는데  거의 한반만 고정으로 들어가니 반 애들과 모두 친해졌어요. 

 

제가 하는 일은 자폐 아동을 일대일로 보조하는 일이에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혼자하게 하고 학교생활에 필요한 활동을 가르쳐주고 혹시 모를 돌발상황에 대비해서 옆에 있는거죠. 

처음에는 저도 자폐 아동에 대해서 잘 모르고 아이와도 적응하느라 좀 힘들었는데 이제 익숙해졌는지 덜 힘드네요. 아이와도 정이 많이 들어서 가끔 예민해져서 폭 안길때가 있는데 오히려 제 마음이 편안해져요. 주말에는 보고 싶기도 하구요. 

 

초1 교실이라 별일이 다 있어요. 26명인데 정말 아롱이 다롱이에요. 

맨날 지각하는 애, 한글이 전혀 안되는데 영어학원 다니는 애, 수업 내내 단 한순간도 입과 몸을 가만 못두는 애, 화장실 가면 함흥차사인 애, 엄마가 자길 싫어한다고 큰 소리로 말하는 애, 오지랖이 넓어서 누가 수업 시간에 못하겠다고 하면 뛰어가서 가르쳐 주는 애, 친구들이랑은 정말 하루종일 떠들면서 발표 시키면 자기 이름도 말 못하는 애... 

특히 집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를 많이 해주는데 듣기 민망한 가정사도 있어요. 부모님 싸우는데 어떤 말이 오갔는지 고스란히 전달해줘요("그래 이 집 팔아서 반 나눠"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샘이 좀 허용적인 샘이라 더 시끌벅적하고 정신이 없는데 담임샘의 인내심이 정말 놀라워요. 40대 후반 정도 되시는데 저 같으면 벌써 큰 소리 났을거 같은데 정말 최대한 참고 계시더라구요. 그래도 열정적이셔서 아이들마다 무엇이 부족한지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는지 고민 많이 하시고 학부모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하시더라구요. 

 

사실 제 업무는 자폐 아동만 케어하면 되지만 제가 매일 학교 교실에 있으니 아이들이 이것저것 물어보고 해달라고 하는 애들이 많아서 본의아니게  부담임 노릇도 하고 있어요. 

 

애들 키울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작고 이쁘고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이 공부에 덜 치이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싶더라구요. 거의 최저시급에 급식은 제 돈으로 사먹고 있어서 급여는 정말 얼마 안되지만 아이들과 함께 있어서 그런가 부정적인 생각이나 걱정거리도 많이 사라졌어요. 제가 케어하는 아이가 교육으로 인해 조금씩 변화하며 저랑 눈 맞추고 상호작용할 때가 늘어가는데 그것도 감동이에요.

 

제가 좀 에너지가 없어서 집에 있으면 축 쳐져 있는 편인데 언제까지 할 지 모르지만 좋은 에너지 받아서 저도 건강하게 지내보려구요. 

 

추가글>

제가 일하는 초등학교는 특수 교육을 전공한 특수교사가 있고 (전반적인 행정 업무 및 수업도 하세요) 실무사 선생님 있어요. ( 교육청 공고를 통해 뽑힌 분이에요. 일은 저랑 똑같은 일에 행정 업무 조금 있어요 월급제에요) 그리고 저는 자원봉사로 되어 있긴 해요. 그래서 급여도 최저 시급 수준이구요. 그래서 뭐 자격증이나 교원 경험 같은거 없어도 되는데 이미 거기서 일하던 분의 소개로 일하게 됐어요. 

사실 제 자식 말고는 조카도 귀찮아 하던 스타일인데 나이를 먹긴 했나봐요. 애들이 다 이뻐요^^

 

 

IP : 125.177.xxx.81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4.22 5:40 PM (180.70.xxx.231)

    그런일은 어떻게 구하나요?
    보육교사나 교사 자격증 필요하나요?

  • 2. ㅇㅇ
    '24.4.22 5:40 PM (222.233.xxx.216)

    사랑이 많으신 분이네요 아이들이 복 받았네요

    원글님 방과후교사 개념으로 되신건가요
    말 그대로 알바인가요 ?

  • 3. ㅇㅇ
    '24.4.22 5:42 PM (106.101.xxx.50)

    그래 이 집 팔아서 반 나눠라니..;;
    개콘에나 나올 법한데..
    애는 사실 얼마나 그 상황이 무서웠을까요.
    애를 생각해서라도 싸우지 말아야.

  • 4. .,.,...
    '24.4.22 5:45 PM (59.10.xxx.175)

    그런 알바는 어떤 조건으로 어떻게 지원할수있는지 궁금해요

  • 5. 동동
    '24.4.22 5:46 PM (116.126.xxx.208)

    특수교워온나누미 하시는건가봐요.
    아이들을 사랑하시는게 느껴져요

  • 6. 정말 ㅜㅜㅋ
    '24.4.22 5:46 PM (112.212.xxx.115)

    애기들 밖에서 별별 이야기 다 해요.
    초등애기들 학습지도 한 적 있는데,,
    엄마아빠 부부싸움 육탄전하고 옷 찢어진 채 집에서 쫒겨난 아빠
    엄마가 알콜중독으로 술 몰래 홀짝이며 운다고
    애기들이 울쩍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는데 애기들도 다 보고 듣고 알더군요.
    세상에 온 우리 천사들 험지 지구에 와서 강해지더군요 ㅠㅠ

  • 7. ㅋㅋㅋ
    '24.4.22 5:47 PM (180.69.xxx.152)

    1학년 애기들 너무 귀여워요....

    요새도 당연히 있겠지요? 교실에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일명 복도반....ㅋㅋㅋㅋ

    선생님들이 고학년 담임 하면서 받은 상처, 1학년 담임 하면서 치유하신다고....ㅋ

  • 8. 감사
    '24.4.22 5:49 PM (58.234.xxx.86)

    남편이 특수학교 교사에요. 해마다 반에 특수교육실무사가 한명씩 배치되는데, 남교사이다 보니 실무사는 여자분이 배치되세요(여학생들 화장실 문제 등으로). 어떤 분이 오시느냐에 따라 교사의 수업 집중도도, 반 분위기도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원글님은 일반학급에 배치되셨으니 자폐아동의 학교 생활 뿐 아니라, 그 반에 모든 학생들이 앞으로 장애친구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될꺼에요. 세상에 가치있고 소중한 일을 맡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9. 세고
    '24.4.22 5:49 PM (122.42.xxx.82)

    에고 급식은 좀 주시지

  • 10. 좋은분이네요.
    '24.4.22 5:49 PM (124.56.xxx.95)

    이런 소중한 분들이 우리 교육 현장에 많이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존경합니다. 저도 초1 아이 키우고 있어서 공감이 많이 됩니다. 저희 아이도 약간의 문제 행동이 있는 편인데 선생님이 차별하지는 않을지, 더 나은 태도로 바뀔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ㅜㅜㅜ

  • 11. ㅇㅇ
    '24.4.22 5:51 PM (221.166.xxx.205)

    저랑같은일을하시네요
    저는adhd담당이랍니다
    2학년이구요
    시작한지 3주차라 이제 슬슬 적응이되네요
    주말지나고 오늘보니 더더욱반갑고
    제가뭐라고 가까이와서 인사하고 시시콜콜 온갖잡담나누고 반가워하는애들보니
    힘든것도 잊혀지네요
    제아이들이다커서 이런어린애들보니 너무귀엽고
    또 이런저런생각이많이들어요

  • 12. ...
    '24.4.22 5:51 PM (211.206.xxx.191)

    교실 안 풍경이 다이나믹 하군요.
    원글님 아이들 사랑하은 마음이 글에서 마구 뿜어져 나와요.

  • 13. ㅡㅡ
    '24.4.22 6:03 PM (121.166.xxx.43)

    읽는 제가 다 감사하네요.
    표도 안나는 경우가 많은 일이지만 강사님 손길 덕분에
    선생님과 학생들이 조금 더 행복하게 지낼 거예요.

  • 14. 유치원교사 친구가
    '24.4.22 6:04 PM (58.123.xxx.123)

    반 아이가 자다 화장실가려고 나왔다가 소파에서 엄마랑 아빠랑 옷벗고 싸우고 있어서 울었다고 말했던 아이있었대요 ㅋ 분명 자기는 놀라서 울었는데, 아침부터 엄마가 계속 너 꿈꾼거라고 화내서 선생님에게만 말해준다고 하더란 ㆍ ㆍㅎ

  • 15. ㅡㅡ
    '24.4.22 6:05 PM (121.166.xxx.43) - 삭제된댓글

    급식은
    행정실에 급식 신청하면 먹을 수 있어요.
    교사들처럼 유료식사이고요.

  • 16. 윗분
    '24.4.22 6:59 PM (125.132.xxx.86)

    ㅋㅋㅋㅋㅋ

  • 17. 에고
    '24.4.22 7:20 PM (116.32.xxx.155)

    그래 이 집 팔아서 반 나눠

    아이 듣는 데서는 안 싸워야
    아이의 영혼이 안 다칠 텐데요 ㅠ

  • 18. ^^
    '24.4.22 8:20 PM (211.234.xxx.223)

    아이들 너무 귀엽네요
    그리고 그걸 받아주는 님과 담임선생님도 멋있으세요

  • 19. 어린이집부터
    '24.4.23 9:04 AM (211.206.xxx.180)

    초등 저학년까지 집에서 있던 일화들 다 말합니다.
    선생님들이 다 듣게 돼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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