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망해서 오페라 못 볼까봐 82에서 오페라 영업하는 오페라 덕후에요.
지난 19일 금요일에 대구오페라하우스에 '파우스트'를 보러 갔어요.
시작 전에 객석에 우리나라 최고의 성악가, 세계적인 분들이 몇 분이나 보이는거에요.
인스타 하다보니 알게 되어 인연 맺은 클래식 덕후들 중에 서울 부산 사시는 분들도 보이고 뭔가 오늘 심상치 않다는 조짐이 있더라구요. 서울에 세계적인 공연들이 얼마나 많은데 공연 보러 대구까지 온다는게 흔한 일은 아니쟎아요.
공연이 끝나니 알겠더군요.
아~~ 역시나~~~ 이래서 그랬구나.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베이스바리톤 '사무엘윤'이 악마 역할로 출연했어요.
메피스토펠레스
사무엘윤은 이 지구에서 그 누구와도 다른 사무엘윤만이 할 수 있는 메피스토펠레스를 보여준다는 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하~~ 정말 이렇게 엄청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보는 내내 입을 다물지 못했고
공연이 끝났지만 내가 본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어요.
노래가 연기가 성량이 딕션이 표정이 감정이 뭐가 좋았다고 감히 언급할 수 없는 경지였어요.
저는 그냥 아닥하기로 합니다.
말을 잃어버렸어요.
이 날 사무엘윤 못지 않게 위대했던 이 오페라의 타이틀롤 주인공 파우스트 신상근테너
아주 베스트 컨디션은 아닌듯 했지만 워낙 걸출한 테너시라 정말 대단했어요.
사무엘윤이 모든것을 삼켜버린 이 오페라에서 다른 테너가 왔으면 그냥 파우스트는 흔적도 없고 '메피스토펠레스'만 남을 뻔 했는데 신상근테너라서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의 양 축이 굳건히 버틸 수 있었어요.
역시 메트에서 동양인 최초로 '로미오' 주연하신 테너 답게 아름다운 프랑스 오페라 아리아들의 진수를 보여줬어요.
신상근테너의 음색은 다른 테너 그 누구와도 달라요. 수십명의 노래를 섞어 놓아도 바로 알아볼 수가 있어요. 특히나 그 음색이 프랑스오페라에 잘 어울립니다.
대구가 메트를 이긴 밤이었다고 제 일기장에 썼습니다.
27일(토) 3시에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파우스트 A팀의 두 번째 공연이자 막공이 열립니다.
대구 가까이 사시는 분들은 꼭 가보세요.
마이크를 쓰지 않고 오페라 하우스를 진동시키는 엄청난 소리를 듣게 되실거에요.
비행기 타고 뉴욕 메트까지 간다고 이런 수준의 오페라를 볼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요.
파우스트는 우리 나라에서 이번에 십 몇 년 만에 올려진 오페라라고 해요. 자주 하는 오페라가 아닙니다. 다시 하더라도 사무엘윤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