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다니는 병원, 모 재단이 나름대로 재정 탄탄한 편인 대학인데 지난 2주간 적자가 50억이래요. 그나마 사정이 나은 재단이라 그럭저럭 버티고는 있지만, 약사와 간호사, 의료 기사분들, 이곳저곳에서 보이지 않게 일하시는 분들의 무급 휴가는 진작부터 신청 받고 있었고, 이대로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해요.
의대생은 늘리고 대학병원은 망하면 실습생들이랑 수련의, 전공의는 어디에서 교육 받나요? 의대생만 늘리면 뭐해요, 병원이 없어질 판인데.
교수님들이야 병원 망해도 일 할 곳이 없진 않겠지만 그 많은 병원 직원들은 다 어떡하고요?
무엇보다 환자들..2차 병원에서 안 돼서 상급종합병원에 가야만 하는 분들..당장 어떡하냐고요.
전국에 있는 수많은 수련 병원들, 모두 사정이 대동소이하고 재정이 시원찮은 병원들은 벌써부터 폐업 하네 마네 하는 수준이에요. 심각합니다.
이거 살리려면 세금이 얼마나 들까요?
아니, 이제는,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요. 너무 멀리 왔어요. 필수의료 하는 사람들을 낙수, 떨거지로 취급해버렸으니, 바이탈뽕에 취해 필수의료 하겠다는 극극극소수의 사람 빼고는 바이탈은 하지도 않을 거고요. 지금 바이탈 전공의들은,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원래 전공으로는 돌아가지 않을 확률이 높아요. 바이탈 해봤자 돈이 되기를 하나, 존중을 받기를 하나, 공공재 취급도 모자라서 사직도 마음대로 못 하게 하는 법이나 만든다고 하니 세상 천지에 누가 그걸 하겠냐는 말이에요.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고. 전공의들 제자리로 돌아간다고 해도 마이너 과들이나 정재영 피안성 같은 돈 되는 인기과 전공의들이나 돌아가겠죠.
정말 심란합니다. 지금 의대생 늘리고 줄이는 게 문제가 아니에요. 멀쩡하던 거 왜 건드려가지고 이 사달을 만드냐고요. 아 진짜, 굥 찍었던 사람들도 너무너무 원망스러워요.
대학병원 살리려면 세금 몇 천 억을 쏟아부어도 모자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