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착한 일은 아니고

조회수 : 875
작성일 : 2024-04-04 23:18:03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에요.

 

어느 건물 1층 점포에 볼일이 있었는데 여긴 입구가 대로를 향해 있거든요.

보통의 가게나 카페처럼, 거기로 들어가면 돼요.

건물 주차장에 차를 대고 그 입구를 향해 가다가, 건물 옆에 난 유리문 앞에 섰어요.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라서, 급히 내려 걸어가던 제가 너무 거지꼴일 것 같아서요 ㅋㅋ

유리에 비친 머리를 보고, 대충 다듬고 얼른 지나쳐 가려는데 뒤에서 누가 

저를 부르는 것 같아요. 잘 안 들리는 소리로.

네? 하고 뒤돌아 보니

어떤 할머니가 저만치 멀찍이 서서 

저를 보고, "안 들어갈 거예요...?"

작은 소리로 묻더군요.

 

???

"네, 안 들어가는데요...?" 하고
내가 건물에 들어갈 건지 아닌지 저 분이 왜 궁금하시징?

하는 순간, 알 것 같았어요.

그 분이, 어른 보행 보조용 유모차 같은 걸 앞에 잡고 있었거든요.

유리문은 제가 거울처럼 비춰 볼 수 있었으니... 닫혀 있었고

그 분은 아마 그 무거운 문을, 밀어 열 힘이 없었거나

보행차를 끌고 문을 잘 열 수 없었던가 봐요.

 

가까이 가서 "들어가시려구요?" 하니까

"어... 들어가는 줄 알고 막 쫓아왔는데..."
하시는 거예요. ㅎㅎ

막 쫓아왔는데 아직도 저에게서 그만큼이나 멀리 있었던 거였어요.

아니 뭐 문 열어 드리는 게 힘든 일일까요.

이리 오세요, 열어 드릴게요, 하고 열어 드리고

그 분이 천천히 들어가시는 걸 보고

다시 나오실 거면 문 닫지 말까요? 네, 안 닫을게요~.

하고 저는 제 볼일 보러 갔어요.

 

뭐 착한 일 했다는 게 아니고 ㅋㅋ

아... 정말, 어릴 땐 몰랐는데.

요즘은 저도 아무 이유 없이 어깨가 아파요. 팔도 아프고.

타자 많이 치니 손목도 아파요.

체력은 별로여도 악력은 누구에게 크게 지지 않는다는 쪼그만 자부심이 있었는데

이젠 쨈병이며 돌려 여는 편의점 커피 병도 잘 못 열겠어요.

아직 열긴 여는데, 죽어라~ 힘줘서 열고 우와 손목 아파! 하고 고통스러워하고요.

나에게 이런 날이 오다니...

 

그러니 저에게도 천천히 걷는 날이 오겠죠.

지금은 쓱 밀고 지나갈 수 있는 두꺼운 유리문이, 큰 벽처럼 느껴지는 날도 올 거예요.

 

예전엔, 나도 언젠가 노인이 될 거라고 생각은 해도

그게 마치 사람들이 보드 타고 날아다니는 미래가 올 거라는 말처럼 

멀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는데, 이젠, 그 날이 그렇게 멀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나이든다는 건, 작고 약하고 희미해져 간다는 거.

언젠가 저도 똑같이 걸어갈 그 길을... 먼저 가는 사람들을 볼 때

멀고 낯설고 나랑 다르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도울 수 있는 건 쓱 돕고, 아무렇지도 않게 가기.

못 듣고 못 보고 지나치지는 않게, 잘 둘러보기.

그러고 싶어서 남겨 봐요.

IP : 112.146.xxx.207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4.4 11:25 PM (203.236.xxx.188)

    흐뭇하네요.
    복 많이 받으세요^^

  • 2. ..
    '24.4.4 11:34 PM (59.9.xxx.174)

    짝짝짝!!!
    참 잘했어요!!!
    ㅎㅎ 우리도 그런 날을 향해 천천히 가고 있죠.
    모임에 어떤 이가 다리가 아프다고 하니
    남 일 갖지않고요.
    암튼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야지 싶네요.

  • 3. 착한일
    '24.4.5 6:57 AM (59.6.xxx.156)

    맞죠. 착한 일 다정한 일 숨쉬듯하며 살고 싶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01101 ktx표 카톡으로 받고 싶은데 도와주세요~ 6 ... 2024/07/22 1,498
1601100 캐스퍼 모시는 분 계실까요 (feat.캐스퍼 전기차 사까마까요).. 12 ㄹㄹ 2024/07/22 2,535
1601099 명품가방 조만간 제출…'양주 등 선물 폐기' 진술 15 Sbs 2024/07/22 2,629
1601098 찜질방 왔어요 밤잠자러요 3 후아 2024/07/22 3,574
1601097 20대 아들은 백수인데 50대 아빠는 새 일자리... 9 ㅇㅇ 2024/07/22 6,623
1601096 줄 돈은 소액이라도 빨리 주세요 4 정말 2024/07/22 2,857
1601095 시엄니들은 왜 그럴까요? 11 샬를루 2024/07/22 4,267
1601094 아이들 어릴때 비싼 공연 많이 보여주셨나요? 22 .. 2024/07/22 3,189
1601093 티몬 큐텐 위메프 인터파크 걱정스럽네요 3 ........ 2024/07/22 3,749
1601092 단독주택 재산세가 주택, 건축물 2가지로 나오나요?? 3 ㅁㄴㅇ 2024/07/22 1,482
1601091 김민기님 친구 들으며,,, 8 ㅜㅜ 2024/07/22 2,051
1601090 여기서 사주 추천해줘서 봤는데 ㅋ 사기당했어요 11 2024/07/22 4,996
1601089 종이컵 나눔 하고 싶은데…알려주세요~ 2 7/22 2024/07/22 1,370
1601088 이진숙 이 여자는 8 에휴 2024/07/22 2,679
1601087 반지늘릴때 2 결혼반지재활.. 2024/07/22 1,229
1601086 아이가 서울에서 자취하는데 사회복지사가 문앞에 쪽지를 12 2024/07/22 5,985
1601085 백종원 해명 영상이 올라왔는데 6 ㅇㅇ 2024/07/22 5,793
1601084 홍진경 비즈니스 어느 항공산가요? 32 .. 2024/07/22 17,573
1601083 혼자 알아서 사는 거 맞는데 왜 우울하죠 3 2024/07/22 3,133
1601082 핸섬가이즈 6 가을바람 2024/07/22 1,755
1601081 넷플릭스 12th Fail, 세 얼간이 감독 최신작(펌) 1 정보 2024/07/22 1,789
1601080 김건희 여사 측 “노출되면 조사 중단” 35 이야 2024/07/22 6,655
1601079 너무 어지러운데 미역국 괜찮을까요? 7 ㅇㅇㅇ 2024/07/22 1,874
1601078 숙제를 학원에서 하는 아이 2 .... 2024/07/22 1,327
1601077 윤씨부부 마음 2 진짜 2024/07/22 1,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