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에요.
어느 건물 1층 점포에 볼일이 있었는데 여긴 입구가 대로를 향해 있거든요.
보통의 가게나 카페처럼, 거기로 들어가면 돼요.
건물 주차장에 차를 대고 그 입구를 향해 가다가, 건물 옆에 난 유리문 앞에 섰어요.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라서, 급히 내려 걸어가던 제가 너무 거지꼴일 것 같아서요 ㅋㅋ
유리에 비친 머리를 보고, 대충 다듬고 얼른 지나쳐 가려는데 뒤에서 누가
저를 부르는 것 같아요. 잘 안 들리는 소리로.
네? 하고 뒤돌아 보니
어떤 할머니가 저만치 멀찍이 서서
저를 보고, "안 들어갈 거예요...?"
작은 소리로 묻더군요.
???
"네, 안 들어가는데요...?" 하고
내가 건물에 들어갈 건지 아닌지 저 분이 왜 궁금하시징?
하는 순간, 알 것 같았어요.
그 분이, 어른 보행 보조용 유모차 같은 걸 앞에 잡고 있었거든요.
유리문은 제가 거울처럼 비춰 볼 수 있었으니... 닫혀 있었고
그 분은 아마 그 무거운 문을, 밀어 열 힘이 없었거나
보행차를 끌고 문을 잘 열 수 없었던가 봐요.
가까이 가서 "들어가시려구요?" 하니까
"어... 들어가는 줄 알고 막 쫓아왔는데..."
하시는 거예요. ㅎㅎ
막 쫓아왔는데 아직도 저에게서 그만큼이나 멀리 있었던 거였어요.
아니 뭐 문 열어 드리는 게 힘든 일일까요.
이리 오세요, 열어 드릴게요, 하고 열어 드리고
그 분이 천천히 들어가시는 걸 보고
다시 나오실 거면 문 닫지 말까요? 네, 안 닫을게요~.
하고 저는 제 볼일 보러 갔어요.
뭐 착한 일 했다는 게 아니고 ㅋㅋ
아... 정말, 어릴 땐 몰랐는데.
요즘은 저도 아무 이유 없이 어깨가 아파요. 팔도 아프고.
타자 많이 치니 손목도 아파요.
체력은 별로여도 악력은 누구에게 크게 지지 않는다는 쪼그만 자부심이 있었는데
이젠 쨈병이며 돌려 여는 편의점 커피 병도 잘 못 열겠어요.
아직 열긴 여는데, 죽어라~ 힘줘서 열고 우와 손목 아파! 하고 고통스러워하고요.
나에게 이런 날이 오다니...
그러니 저에게도 천천히 걷는 날이 오겠죠.
지금은 쓱 밀고 지나갈 수 있는 두꺼운 유리문이, 큰 벽처럼 느껴지는 날도 올 거예요.
예전엔, 나도 언젠가 노인이 될 거라고 생각은 해도
그게 마치 사람들이 보드 타고 날아다니는 미래가 올 거라는 말처럼
멀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는데, 이젠, 그 날이 그렇게 멀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나이든다는 건, 작고 약하고 희미해져 간다는 거.
언젠가 저도 똑같이 걸어갈 그 길을... 먼저 가는 사람들을 볼 때
멀고 낯설고 나랑 다르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도울 수 있는 건 쓱 돕고, 아무렇지도 않게 가기.
못 듣고 못 보고 지나치지는 않게, 잘 둘러보기.
그러고 싶어서 남겨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