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미친듯이 울고 칭찬 받았던 기억(빨간딱지.버스)

53세 조회수 : 1,670
작성일 : 2024-03-01 22:18:19

제가 늦둥이자 막둥이었어요. 그래서 위에 언니 오빠들은 다 학교 가고 엄마랑 오전에 집에 있는데

갑자기 아저씨 몇 명이 집안으로 들어 오더니

방 여기저기에다 진짜 빨간 딱지 같은 걸 막 붙이는 거예요.

엄마가 놀래 가지고 이게 무슨 일이냐고 악다구니 쓰고

막 못 붙히게 말리는데

아저씨들이 그런 엄마 밀치면서 막 붙이는 거예요.

내가 너무 무서워서 벌벌 떨다가 미친 듯이 울었거든요.

진짜 6살짜리 여자애가 경기하듯이 미친 듯이 울었어요.

그제서야 아저씨들도 놀라서 멈추더라고요.

그리고 그만 붙이고 돌아갔는데

나중에 아빠가  집으로 달려 오시고 

알고 보니까 그 아저씨들이 집을 잘못 찾은 거였어요.

진짜 어처구니가 없죠.

그리고 그날 밤 엄마 아빠가 저보고 잘 울었다고 칭찬하셨던 기억이 나요.

 

또 한 번은 7세때인데

엄마가 멀리 사는 이모네 집에 큰맘 먹고 찾아간 거예요.

근데 절 데리고 갔거든요.

근데 제가 기분이 업되어서 한복을 입고 간다고 우겨서

엄마가 한복을 입혀줬어요. 다들 입었던 색동저고리요.

오랜만에 언니네 집 간다고 바리바리 무거운 짐  양손에 들고, 어린딸 데리고 엄마가 버스를 탔어요.

초행길이라 엄마도 긴장한게 역력.

가던중 까만 교복 부대들이 계속 우르르 올라타는 거예요.

문제는 엄마가 내려야 하는 정류장을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에 알아챈거죠.

엄마가 큰소리로 내려야 한다고 소리를 쳤는데

버스 안에 학생들이 너무 많으니까. 안내양한테 들리지가 않았던 거예요.

그리고 학생들이 너무 많으니까 내리는 문까지 갈 수가 없는 거예요.

어린딸에,  양손에 무거운 짐까지 완전 만원버스 안에서 엄마가 얼마나 당황을 했겠어요.

거기서 내려서 버스를 한 번 더 갈아타고

또 한 번 갈아타야

이모네 집에 갈 수 있었거든요.

그러니 거기서 못 내리면 난리가 나는 거예요.

내려야 한다고 내려야 한다고 비키라고

그런데 버스가 출발해버렸어요.

그 와중에  밀쳐지다 보니 옷고름이 풀리고 조금 뜯겼어요. 

이것까지 보니까

순간 너무 무서워서

이번에도 아주 크게 울부짖었어요.

그러니까 버스가 서고 모세의 기적처럼 그 까만 교복들이 통로를 만들어주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내려가지고 이모네 집에 도착하니까 깜깜한 밤이었어요.

밤에 이모한테 잘 울었다고 엄청 칭찬 듣다가 스르르 잠들었네요.

 

이젠 모두 하늘나라에 계시는 분들.

모두들 거기서 잘 지내시길요

IP : 223.38.xxx.10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ㅋㅋㅋㅋ
    '24.3.1 10:21 PM (112.166.xxx.103)

    훌륭한 어린이엿네요

  • 2. ...
    '24.3.1 10:27 PM (1.232.xxx.61)

    ㅋㅋㅋ훌륭한 어린이 ㅋㅋㅋㅋ

  • 3. ....
    '24.3.1 11:34 PM (211.234.xxx.207)

    단편 소설 읽은 느낌이에요ㅋㅋ
    훌륭한 어린이에 빵 터졌네요ㅋ

  • 4.
    '24.3.1 11:54 PM (175.197.xxx.81)

    어머나
    로그인하게 만드는 흡입력 있는 재밌는 글이네요
    막 눈에 그 광경이 생생이 그려져요
    원글님 똘똘한 어린이였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59039 사직한 사람에게 강제 근로시키는 것은 위헌 20 볍률적고찰 2024/03/02 2,603
1559038 마포,서대문구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는 어디일까요? 지방맘 2024/03/02 995
1559037 오늘 숙소 취소하는 법 11 2024/03/02 2,357
1559036 윤석렬의 승리 15 !?/!- 2024/03/02 4,826
1559035 듄 내한영상 보다가 박재민배우 와 8 ..... 2024/03/02 3,611
1559034 미용은 개방 없다고 했다네요 20 정부가 의사.. 2024/03/02 3,959
1559033 외국할머니가 조미김을 어떻게 먹냐고 37 조미김 2024/03/02 18,333
1559032 딸아이재테크 3 2024/03/02 3,950
1559031 부산 부암동 원룸 2 2024/03/02 1,356
1559030 2019년 초가 자꾸 생각나요 2 ㅇㅇ 2024/03/02 2,663
1559029 헐 날씨 왜이래요 지금 영하8도 10 ..... 2024/03/02 6,502
1559028 수정)말조심을 느꼈어요, 26 이번에 2024/03/02 16,587
1559027 세계의사회, 한국 2000명 근거 없는 숫자 정부가 위기 조장.. 5 .. 2024/03/02 1,474
1559026 직감과 생각은 따로 노는것같아요 1 ㅇㅇ 2024/03/02 1,223
1559025 40대 이후에 눈썹 반영구 해보신분들 있나요?? 11 질문 2024/03/02 2,708
1559024 전 90년대 문화가 최애 에요 14 2024/03/02 4,292
1559023 신윤주님 가정음악 8 SFO 공항.. 2024/03/02 2,762
1559022 대학들은 의대 증원 좋아라 하는 눈치네요 8 ㅇㅇ 2024/03/02 1,947
1559021 우리가 공산국가입니까? 10 구려 2024/03/02 1,626
1559020 어우 3월인데 난방 더 세게 돌리네요 1 ..... 2024/03/02 1,907
1559019 월세 미납 세입자에게 내용증명 발송 후... 5 임대인 2024/03/02 3,052
1559018 기프티콘 안 쓴거 1233 2024/03/02 685
1559017 관련 중소기업에서 스카웃. 어떻게 보시나요 7 궁금 2024/03/02 1,091
1559016 회사생활 어렵네요 ㅎㅎ 14 폴리 2024/03/02 4,011
1559015 아들놈이 너무 꼴보기 싫어요 16 봄은 오려나.. 2024/03/02 7,3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