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영화 밀양 보셨나요?
(안보신분 없겠지만 계신다면 강추)
전도연이 아들 잃고
교회에서 넋놓고 대성통곡하며
하염없이 우는 바로 그 장면.
오늘 새벽엔 제가 그렇게 울었네요;;;
어제보단 조금 수그러들었지만
역시나 짐승같은 울음.
마치 장례식장에서의 그런 가슴이 미어지는 통곡
너무나 구슬프게 애절하게
숨이 끊어지도록 통곡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지켜보고 있었어요
너무 슬프면서도 안스럽고 미안하면서도
낯설디 낯선 느낌.
이게.. 나..라고..?
내안에 이런게 있었다고..?
나 요즘 아무일도 없는데..?
이런 짐승이... 나..?
이런 괴생명체가.. 나..?
어제 오늘 거하게 풀어내고 나니
그간 살면서 알수없이 괴로웠던게
이유없이 힘들고 불편했던게
비로소 이해가 갔어요
마치 신발속에 유리조각이 잔뜩 들었는데
나는 괜찮은 표정을 지으며
웃어가면서 친절하고 싹싹하게
남들 비위맞추며(?) 살아왔었음을
웃기지도 않게 살아왔었음을 알았어요
나의 내면은 너무나 울고 싶고
마구 비명을 지르고 싶었었는데
난 그 자아들을 너무 세게 늘 억눌렀고
그것들은 저 밑에 내려가버려서
감쪽같이 나조차 속고 살았어요
너무 화장을 진하게 분장처럼 가부끼처럼 해와서
내 맨얼굴을 잊어버린 셈이랄까요?
솔직히 말도 안되죠
어쩌면 이럴수가..
그리고.. 갑자기 사람들이 불쌍하게 느껴졌어요
나를 공격하고 미워하고 힘들게 한 그들안에도
그들도 까맣게 모르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이런 무시무시하고 어마어마한 고통이 슬픔이 있겠구나!
그들도 자기들이 왜 이러는지 스스로 괴로워하면서
어쩔줄 모르는 그 거센 힘에 딸려다니며
매일 밤 자신을 자책하며 괴로워하겠구나!
갑자기.
인간이 모두 다 불쌍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다들 자기도 모르는 마음들의 허수아비일 뿐.
대부분이 무의식의 노예이고 꼭두각시라는게
그것도 모르고 살아가는 불쌍한 존재들이라는게
오늘은 너무 실감이 났어요
그리고.
이전보다는 '용서' 라는걸
조금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연민이 생겨나네요. 자연스레..
이러다 어느순간
용서 라는거 자체가 할게 없음을
가슴으로 다 깨닫게 되는 날이 오겠죠?
오늘은 흐느끼면서
가슴 정 중앙에 엄청난 압박을 느꼈어요
누군가 아주 강하게 내리누르는 듯한 통증이..
어제는 공포심이 슬픔보다 컸고 허리가 아프더니
오늘은 공포심에서 슬픔으로 변하더니
슬픔이 좀 더 우세했고
가슴이 명치가 찌르는듯 아팠어요
어떻게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받아들이려구요
오늘도 중간에 토하러 가면서 끊겨서
그게 아쉬웠어요
이 울음을 그대로 울게 두는게
무엇보다 소중한거 알면서도
이불로 입을 틀어막고 우는데
이불에다 그대로 토할수는 없겠더라고요;;
어제도 오늘도
똑같이 이 지점에서 멈추게되어 아쉽고
내면자아들에게도 미안했어요
아무튼 그리 고래고래 울고 흐느끼다 일어나니
어지럽고 휘청~
쓰러질것같이 녹초가 되더라고요
이런게 속에 있는데
그간 긍정적이 되겠다며
긍정확언 내게 막 때려박고 주입하고 했던게
너무 어이없어요;;;
내면아이들이 폭행당한 기분이었을 듯.
정서적 학대.
늘 내가 부모님께 원망하던게 그거였는데
알고보니 내가 내게 그러고 있었네요!
그렇지만
그렇게 내 자신을 가해하던 가해자 모습의 나도 이해하려고요
몰라도 몰라도 너무 감쪽같이 몰라서
그럴수밖에 없었음을..
그저 이해하고 안아주려구요
그러고보니
부모님도 정확히 같은 처지.
당신들 내면이 어떤 상태에서
무엇을 하신지를
몰라도 몰라도 너무 모르신채로 하셨으니까요;;
나 자신을 스스로 정서 폭행하던 내 가해자를
이해하고 포용하고 안아주니
부모님은 자동적으로 용서가 됩니다.
머리 뿐만 아니라 가슴으로도요.
저절로 풀려버렸네요 매듭이.
후아 오늘은
인간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는
그런 오늘입니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연민의 시각을 아주 조금은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들과,
그들의 내면자아들을
희미하게나마 따로 볼 수도 있었어요
이런 시각이 더더욱 자라나서
안착되길 바래봅니다
모든 인간을
'영'으로 볼 수 있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