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로 가다’는 죽음을 뜻하는 말이다.
어원사전에서는 ‘골’을 ‘관(棺)’을 뜻하는 옛말로 보고 있다.
만약 ‘골’을 ‘棺’의 뜻으로 보면, ‘골로 가다’는 ‘관 속으로 들어가다’가 된다. 죽어서야 관 속으로 들어가므로 ‘죽다’라는 비유적 의미로 발전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소설가 이재운은 ‘골로 가다’가 비교적 최근에 생긴 표현이기 때문에 관(棺)을 뜻하는 옛말 ‘골’에 어원을 둔다고 보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간밤에 김 생원이 돌아가셨어”
“에휴, 골로 가셨구만.”
좀 이상하다. 굳이 골로 갔다고 맞장구 칠 필요가 없다.
이런 식으로는 거의 쓰지 않는다.
일상에서 ‘골로 가다’라는 표현은 상대를 협박(?)할 때 자주 쓴다.
“너 자꾸 까불면 골로 가는 수가 있다.” “골로 가고 싶니?” “저런 쓰레기들은 다 골로 보내야 돼.”
속된 표현을 넘어 공포와 전율을 느낀다.
그러면 왜 이런 식으로 표현하게 되었을까?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 소설가 이재운이 말한 ‘최근’은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일 것이다.
해방 후 좌우의 대결 속에서 스러져 간 국가폭력의 희생자들, 즉 1948년 4월의 제주4.3항쟁, 한국전쟁 시기의 보도연맹사건, 거창양민학살사건과 같은 천인공노할 역사의 현장에서 무고한 민간인들이 좌익으로 몰려 골짜기에 끌려가 죽임을 당했거나, 학살당한 후에 골에 버려졌다.
실제 좌익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희생자들은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한 예로 대구·경북 지역에서 3만 명의 보도연맹원이 죽었는데, 그 중 실제로 좌익은 5분의 1이었다.
설령 좌익일지라도 재판 없이 처형한 것은 학살이었다.
건을 저지른 불량 정권은 그들의 만행을 소리 없이 덮고 싶었겠지만, 인구에 회자된 ‘골로 가다’라는 표현이 비극의 현대사를 증언하고 있다.
우리가 무심히 쓰는 ‘골로 가다’는 무고한 희생자들의 아픔을 끌어안고 있다.
어원 분야의 전문가들이 긴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에 널리 퍼진 이 말의 사연을 굳이 설명하지 않은 것은 상기할 때마다 마음이 불편한 탓도 있겠지만, 오랫동안 강요(?)된 침묵의 시대를 통과한 까닭도 클 것이다.
‘골로 가다’는 속된 표현이므로 ‘돌아가다’, ‘숨을 거두다’와 같은 말을 쓰는 것이 좋지만 이 말에 담긴 역사는 절대 잊지 않아야 한다.
출처 : 뉴스톱(https://www.newstof.com)
https://www.newstof.com/news/articleView.html?idxno=465
이승만의 양민학살만으로도 평가는 끝난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