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욕먹는 대한민국 복지부 발급 의사면허증을 가지고 있고 이전엔 대학병원에 임상교수로 잠깐 발까지 담궈봤습니다.(96학번입니다) 필수과라 먹고살기 팍팍해서 한국에 있지 않고 탈출해서 최대한 말을 아끼고 싶은데 제 생각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의사경험을 가진 외노자가 한국의료보험에 기대지 않은 약간 객관적인 이야기입니다.
저의입장은 "전제가 있는 의대정원 증원에 찬성합니다만 밀어붙인다면 화를 면하기 힘들것이다."입니다.
결론
어깨넘어 배운 모지리 증원의사 1000명보다는 '똘똘'하게 "증원"한 의사 100명이 훠얼씬 낫고, 나머지는 AI와 환자발생률을 줄이는게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1. 의대 정원 늘려 수업받을 책상과 교탁만 교실에 넣고 정부에서 지원금만 주면 될 일이 아닙니다. 가령 해부학을 공부하려면 시체가 있어야 합니다.(대부분 기증을 받아 실습을 합니다.) 그런데 정원을 늘리려면 기증 시신이 늘어나야 하는데요 당장 현실상 힘들고, 다른 방법은 시신을 수입하거나 무연고 시신을 활용할 수 있지만 무연과 시신은 부폐된 경우가 많아 법적/현실적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소중한 뜻을 가지신 기증자를 죽일 수도 없겠지요.(수입은 더 힘든 문제입니다.) 시신을 카데바라고 하는데 카데바 하나당 실습인원이 늘어나게 되면, 실습환경이 열악해지고 손으로 실습하지 않고 머리로 배운 지식은 실전에 의미가 없어집니다. 저도 전공의때 처음 수술을 집도하면서 해부학책을 엄청나게 봤지만 환자의 배는 책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이건 해부학뿐만 아니라 기초/임상의학 대부분에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첨언을 하자면 대한민국의료가 발전하려면 환자를 보는 임상의도 중요하지만 기초의학을 하는 의사과학자가 지금의 만배정도 필요합니다. 나라가 미쳤는지 의사가 미쳤는지 모르겠으나 의업은 돈이 아니라 소명으로 하는 직업인데 참 아쉬운 부분입니다.)
2. 의학교육은 도제교육시스템이라서 유투브로 배우고 책으로 배운다고 환자가 머리에 있는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경험이 많은 교수진이 지식을 알려주는것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경험을 나누는 과정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교수진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교수가 되려면 박사학위만 있어서는 안됩니다. 지도전문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야하는데 지도전문의 자격증은 또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뭐 지도전문의도 나라에서 바이든 날리면 되겠죠.
3. 학교 교육이 끝나면 인턴, 레지던트의 트레이닝 과정이 필요합니다. 인턴 레지던트를 어디에서 어떻게 트레이닝 시킬건지에 따라 시행할 수 있는 술기의 차이가 많이 납니다. 수련병원지정은 보건복지부 허가사항이므로 빅 5병원에서 모두 트레이닝 시킬수도 있지만, 시행취지가 의료의 형평성과 접근성 향상에 초점을 두고 있는만큼 전국의 수용가능한 곳에서 트레이닝 시킨다고 한다면....대란이 펼쳐질겁니다. 인구가 적은 지방 소도시 시립의료원에서 얼마나 많은 환자 케이스를 볼것이고 그것을 본 사람이 전문의 자격증을 가지고 해당 도시에서 진료를 볼 경우 진료 질 저하로 오진이나 기타 문제가 발생을 할 경우 모두 서울로 집중되는 기 현상을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4. 현대의학은 의사의 진료로 병의 원인을 밝히고 병명이 확정이 되면, 치료에 대한 옵션이 수 많이 있습니다. 가령 병명을 찾아내는 시간보다는 치료하는 시간이 훠얼씬 오래 걸립니다. 그런데 의사수만 많이 늘린다고 능사가 아니라 치료하는 장비에 대한 동반 투자도 같이 해야 합니다. 가령 중입자 가속기등에 대한 시설 투자는 민간병원에서 알아서 해서 돈벌으라고 하고 의사수만 늘려놓아 진료를 통해 확진 환자수만 늘려놓고, 치료할 장소나 시설이 없으면 환자는 병명을 알고 죽는격입니다. 따라서 반드시 장비와 시설에 대한 투자가 동받되지 않는 한 대기환자가 무한증식 되는 지옥을 만들어내는 격입니다.(소아과는 예외)
5. 지역한정 의사를 배출한다는 이야기는 마치 공중보건의사를 늘린다는 개념으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의대를 졸업하고 군대를 가게되면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를 가게됩니다. 군의관이나 공보의는 대부분 대도시가 아닌 의료소외지역에 배치되게 됩니다. 공보의 근무를 하게되면 기본 시설이 열악하고, 그 시설에서 할 수 있는 업무가 한정적입니다. 예를들어 노령자 중심의 소도시 응급실 근무자에게 심장마비 환자가 왔습니다. 그럼 일단 응급실에서 환자를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영상의학과와 중환자실 근무인력에게 연락을 합니다. 영상의학과는 CT촬영과 혈관조영술을 시행해서 스텐트라도 넣어볼 수 있게하고, 시술후 중환자실에 환자가 들어가야 합니다. 소아과는 중환이 아닐경우 소아과 의원이나 응급실에서 일련의 과정들이 종료되지만 다른 만성질환이나 응급질환은 이후 세팅이 받쳐주지 않는이상 의사가 늘어났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되면 의사의 문제를 떠나 의료인력에 대한 문제로 확대가 됩니다. 따라서 의사숫자만 늘릴문제가 아니고 어떻게하면 환자를 만들지 않을지에 대한 예방의학에 기반한 고민이 선결되어 환자발생률을 줄이는게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6. 안해보고 걱정하는 것보단 해보고 대응하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 문제는 의사를 만드는데까지 걸리는 시간 최소 10년이 걸리기에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또한 내 가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보복부는 증원근거자료도 제시하지 않고, 증원과 동반한 대책발표 없이 밀어붙이다가는 또다른 분란만을 만들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나라를 걱정한다면 사회적 합의를 완성하고 진행하는게 맞다고 생각이 듭니다. 또한 지역에 픽스한 의사들의 교육의 질을 어떻게 높일건지 고민하지 않고 지역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다간 나중에 더 큰 의료서비스 지역격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저의 7순 어머니도 지방 소도시에 계시는데 딱 10년뒤면 어머니가 응급실이나 병원에 본격적으로 다니실텐데 걱정입니다. 그렇다고 넉놓고 있자니 문제가 너무 심각해지고...대한민국 내조국이 참으로 걱정입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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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도 있군요.
댓글까지 읽어보시면 요모조모 생각할 부분이 많네요.
아래 삼성전자 형이 적었던 글과 비교해 가면서.....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8590438?c=true#14684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