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오진영 페이스북)
영화 <건국전쟁> 을 홍보하고 세미나 소식도 알리는 건 이승만을 '칭송'하거나 '숭배'하자는 게 아니다.
초대 대통령 업적 중 부당하게 잘못 알려졌던 사실을 바로잡자는 거다.
어느 지도자에게나 공과 과가 있고,
누구에게나 빛과 그림자가 있다.
잘한 일은 잘한 일대로, 잘못한 일은 잘못한 일대로,
사실 기록에 입각해서 평가해야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고, 보다 나은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어떤 권력은 좋은 권력이고 어떤 대통령은 나쁜 대통령이라는 식으로 단순 범주화하는 건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손바닥만한 조직을 이끌어도 잘하는 일 못하는 일이 엉키기 마련이다.
하물며 국가 경영한 이들을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나.
언젠가 어떤 분이 "대한민국에서 극우 판별 기준은 이승만, 박정희를 칭송하면 극우" 라고 말한 걸 봤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승만, 박정희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지도자라도 그를 '칭송'하는 건 위험한 극우, 극좌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의미에서 맞다.
한편 지금의 '건국전쟁' 신드롬은 이승만 영웅화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그의 말은 틀렸다.
지금의 이승만 재조명은 오랜 세월 폄하되었던 인물에 대한 오해를 풀자는 시도다.
영화는, 장기집권 시도가 잘못된 일이었다고, 이승만의 '과'를 정확히 지적한다.
대한민국 근대사에는 정의롭고 좋은 세력과 힘세고 악랄한 권력이 있으며
역사는 이 두 권력의 싸움이라는 세계관을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사는 이들이 있다.
바로 86 운동권 민주당 정치인들이다.
이 사람들이야말로 특정 지도자를 '숭배' 아니면 '척결'의 대상으로 보기에 위험하고 극단적이고 폭력적이다.
'이승만, 박정희 세력은 나쁜 친일 기득권 세력이에요,
나쁜 친일 기득권 세력에 저항하는 노무현, 문재인 세력은 정의롭고 좋은 세력이에요.
정의롭고 좋은 세력이 이겨야 하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이재명 같은 개발비리 범죄자, 조국 같은 입시비리 범죄자도 지지해요.
왜냐하면 정의롭고 좋은 세력의 승리를 위해서니까요.'
이게 바로 우리가 극복해야 할 86 운동권 사고방식이다.
<조국백서>의 공동저자인 어떤 시인이 "예수도 운동권이었다. 예수를 따른다면서 운동권 욕하는 바보들아. 그의 생애를 기리는 것은 악에의 저항과 그 결과로 그가 겪은 고통을 기린다는 뜻이다."
라고 쓴 글이 타임라인에 공유된 걸 봤다.
역사를 좋은 권력과 나쁜 권력의 투쟁이라고 보는 사고방식에 갇혀 있으면,
'우리는 악에 저항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고통이라도 감수하겠어', 라는 자기도취에 빠져 있으면,
이렇게 예수까지 들먹이는 종교의 경지, 신앙의 경지가 된다.
'대가리가 깨져도 그 분만을 지키겠어요', 수준이 된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86 운동권 청산이 시대정신이라고 말하는 건 오래 해처먹은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 몇 명 날리자는 게 아니다.
정치가 선과 악의 투쟁이라고 보는, 그레이트 마징가 시청자 수준의 서사와
정치인을 '예수'처럼 숭배하는 사고방식에서 이제는 벗어나자는 거다.
개발비리 범죄자와 입시비리 범죄자를
국회가 아니라 범죄자가 가야할 장소인 감옥으로 보내는 유권자의 선택은
그 서사에서 벗어나 미래로 나아가는 길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