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엄마지만 볼때마다 놀라운게 그 나이에 엄청 정정하세요.
혼자 사시는데 명절마다 한결같지만 이번 설에도 혼자서 자식들 며느리들 손주들 손주며느리들 사촌들 오촌들... 다 맞아 명절을 치르셨다는..
설 일주일 전부터 매일 버스 타고 나가서 장을 봐다 날랐대요.
소갈비 10킬로에 닭고기에 각종 찬거리들을 노인네가 혼자 죄다 사다 나르고 그 많은 음식을 혼자 하고 만두를 매번 800개씩 혼자 빚어요.
만두 800개를 혼자서 방망이로 밀가루 반죽 밀어서 속 만들어서 한개한개 만들어요.
저는 명절에 저희집에서 손님 치르고 차례 지내야해서 가서 돕지도 못하고요.
이젠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자식들 먹이고 싶어서 말도 안듣고요.
본인 음식에 대한 부심이 일단 너무 크고 자식들이 언젠간 못먹을테니 할수 있을때까진 하겠대요.
시골에 사시는데 허리 꼿꼿하고 다리 무릎 튼튼하고 눈 귀 짱짱 총기도 아직 좋고 그래서 저나 오빠들이나 엄마가 90 노인네라는걸 잊을때가 많아요. 늙으면 추해보이면 안된다고 매일 파운데이션 바르고 입술도 바르고요.
그래서 어릴때처럼 자연스럽게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와요.
엄마 평생 고생담 들어보면 진작에 골병으로 몸이 남아있지 않을것 같은데... 몸도 건강하시지만 마음도 건강하세요.
엄마 고생담은 정말 책으로 써도 될 정도예요.
아버지는 30년전에 돌아가셨는데 아버지도 농사지어서 자식 다섯을 대학을 보내셨으니까 열심히 사셨어요. 그러다보니 엄마 사실 걸 못 남기셨는데 그때 엄마도 이미 환갑이었지만 자식들한테 신세 안진다고 80살까지는 할수 있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쓰셨어요.
저도 엄마 닮아서 조금은 강인한 것 같은데 발끝도 못 따라가는듯..
오늘 엄마랑 통화하다가 뭉클하기도 감동하기도 해서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