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리 강아지는 나의 거칠음과 강압이 싫었을 뿐

.. 조회수 : 1,391
작성일 : 2024-02-11 15:13:43

우리 강아지는

하루 두번 산책 후

얼굴(특히 코와 입주변, 양볼 이마) 세수와

입 안 헹구기를 해줘요

그 다음 꼬추와 @꼬

뒷발 앞발 순으로 말끔히

미온수로 닦아줘요

2년 가까이 이렇게 해줘서

산책 후 당연히 잘 따랐거든요

그런데 2주 전쯤 부터

고추와 @꼬 닦아 주려 하니

굉장히 화를 내고 싫다해서

순서를 앞발과 뒷발로 바꿔

대충 속여 닦아줬어요

 

내 속으로

"애가 왜 이렇게 성격이 못됐나...

점점 나빠지나...에휴

엄니는 뒤치다꺼리 하느라 뼈골이 빠지는데"

이러면서 조금은 밉게 봤어요

 

사실 우리가 도시에 살지 않다보니

우리 강아지가 산책다니는 데가

흙먼지 천지에요

거기다 숫놈이라 그런지 나가면 개구지게 놀고요

온갖 나무 밑에 다 코박고 냄새맡으랴

낙엽숲 헤쳐다니랴 ...

그러니 나갔다 오면 꼼꼼히 씻길 수 밖에 없고

나의 손길은  갈 수록

어쩔 수 없이  "빡빡"

거칠어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어제

이불과 요커버를 바꾸는 날

처음에 요커버 바꿀 때 한창 바꾸고 있는 

요와 이불에 올라가 놀며 방해를 하길래

묶어 두고 작업을 했왔어요

어제도 한 10분 묶어두려 했는데

또 산책나가라는 줄 알고 

(산책 3번은 싫데요 ..;; )

극렬하게 반항하고

비숑도 아닌 놈이 비숑타임처럼 날뛰더군요

 

또 내 속에선

" 애가 왜 이리 못되 먹어가나.. 에휴 내팔자야"

한숨이 절로 나왔어요

할 수 없이 곁에 두고

절대 요 커버 작업하는데

올라가지 말라고 명확단호하게 말하고

요커버를 씌우는데

뭔가 깨달은 얼굴로

 (이것 땜에 자길 묶어두려 한 걸 안 거 같이)

가만히 차분히 서 있더라구요

요 위에 올라가지 않고요

 

보고 있자니

나에게도 작은 깨달음이 왔어요

우리 강아지는 성격이 나빠진 게 아니라

나의 강압이 싫었었구나 ...

내가 괜히 우리 강아지를 못 믿고

묶어두려 했구나 ...

 

어제 저녁의 이 깨달음은

오늘 아침 또 다른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었어요

산책 후 전처럼

입주변부터 살살 부드럽게 닦기 시작했어요

우리 강아지 처음 데려온 1살 때처럼

아기 다루듯 살살

그랬더니 오늘은 순순히 순서대로 닦아도

얌전히 편안히 있는 거에요

 

결국

우리 강아지가 못되고 건방떨었던 게 아니었어요

나의 손길이 전과 달리 거칠어졌고

나의 강압이 싫어서 반항하고 화를 냈던 거였네요

 

혹시 강아지가

뭔가 성격 변화가 왔다면

강아지도 강아지인데

보호자의 처치에 문제가 있나도

살펴봐야 겠어요

 

이제 2년 가까이 키워

곧 3살이 되는 우리 강아지.

오늘 ... 이 녀석의 마음을

조금 더 헤아리게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하마트면

내가 무지하고 둔해서

우리 강아지를

힘들고 아프게 할 뻔 했네요

 

 

IP : 121.163.xxx.14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2.11 5:42 PM (1.242.xxx.253)

    이런 성찰과 깨달음 좋아요 저도 강아지를 대할 때 내 생각만 하지말고 한 번 더 배려해야겠습니다

  • 2. ㅇㅇ
    '24.2.11 5:47 PM (125.187.xxx.79)

    순간 혹시 어디아픈가 했어요
    건강도 잘 살펴주세요
    아파도 못만지게 하쟈나요 잘 아시죠

  • 3.
    '24.2.11 7:57 PM (175.197.xxx.81)

    아까 감명깊게 읽었는데 시간없어 댓글 못달고
    지금 달아요~
    강아지의 마음을 헤아려내는 세심한 원글님
    주인을 철학자로 만드는 신통한 강아지
    둘의 감정교류가 너무 신기하고 경이로와요
    이제 세살이니 앞으로 이십년 쭈욱 희노애락을 함께 하기를
    바래요

  • 4. ..
    '24.2.11 8:07 PM (153.172.xxx.118)

    따뜻한 성찰과 반성의글 너무 좋습니다~^^사랑해 강아지~~

  • 5. ..
    '24.2.11 8:34 PM (121.163.xxx.14)

    225.187님

    저도 제일 첨엔 아픈가 해서 살펴봤는데
    다행히 아픈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성격이 나빠진다 생각한 건데
    문제는 …. 저였어요 ㅠㅠ;;;;;

  • 6. 크림
    '24.2.12 3:03 AM (121.161.xxx.217)

    우리 강아지는 나의 거칠음과 강압이 싫었을 뿐...
    너무 좋은 글이에요..
    먼저 떠난 우리 예쁜 강아지 생각에 눈물이...
    지금 곁에 있는 고양이를 보며
    저도 깊이 생각해보게 되네요.. 감사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55113 택배되는 맛집 글 좀 찾아주세요 ........ 2024/02/11 410
1555112 출근할 수 있는 회사가 있는 생활에 감사해요 14 ..... 2024/02/11 4,421
1555111 너를 만났다 이 프로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22 아.. 2024/02/11 15,619
1555110 경찰에 고소하면요. 3 .. 2024/02/11 1,589
1555109 월 200만 나오면 회사 다 때려치고싶데요 7 사랑 2024/02/11 6,470
1555108 기독교인분들 24 ... 2024/02/11 2,567
1555107 검정 퀼팅백 여름엔 더워보이나요 3 문의드려요 2024/02/11 1,447
1555106 나이먹으니 뜨거운물이 시원해요? 2 ... 2024/02/11 1,014
1555105 테무 란 쇼핑앱 쓰세요? 28 깜놀 2024/02/11 6,354
1555104 래쉬가드 루즈핏 입고 동남아 수영해도 되나요? 5 ㅇㅇ 2024/02/11 2,144
1555103 성당 미사중 일어설때요 6 ㅇㅇ 2024/02/11 2,189
1555102 최근 만년필에 빠졌어요 11 푹빠짐 2024/02/11 2,086
1555101 Kbs 역사저널그날 종영했대요 8 .. 2024/02/11 3,770
1555100 명절 미션 클리어 하고 와인에 라면ㅎㅎ 5 ... 2024/02/11 1,373
1555099 졸리푸정 먹는데 부작용은 불면증인거 같아요. 2 졸리푸정 2024/02/11 1,382
1555098 쉴 때 앉아요, 누워요? 32 .... 2024/02/11 4,378
1555097 의대정원 확대마저 총선에 이용하는 자들 16 ㅇㅇ 2024/02/11 1,399
1555096 "설 쇠고 만나요" 요즘 中부부들 '따로따로 .. 9 중국 2024/02/11 4,993
1555095 베지터리언 떡국 대박! 71 오호 2024/02/11 18,882
1555094 반클 기요세 목걸이 금 색상이 애매해요 7 반클 2024/02/11 3,015
1555093 머리 뒷부분을 눌렀을 때.. 2 왼쪽 2024/02/11 1,020
1555092 서귀포쪽 호텔 10 ... 2024/02/11 2,057
1555091 룸메이트 구하는 일 6 .. 2024/02/11 2,853
1555090 유아심리 잘 아시는 분.. 가족그림 그리라 하면 아빠부터 꼭 그.. 18 Dd 2024/02/11 3,919
1555089 연예인 인스타팔로 수 .....,.. 2024/02/11 1,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