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아지는
하루 두번 산책 후
얼굴(특히 코와 입주변, 양볼 이마) 세수와
입 안 헹구기를 해줘요
그 다음 꼬추와 @꼬
뒷발 앞발 순으로 말끔히
미온수로 닦아줘요
2년 가까이 이렇게 해줘서
산책 후 당연히 잘 따랐거든요
그런데 2주 전쯤 부터
고추와 @꼬 닦아 주려 하니
굉장히 화를 내고 싫다해서
순서를 앞발과 뒷발로 바꿔
대충 속여 닦아줬어요
내 속으로
"애가 왜 이렇게 성격이 못됐나...
점점 나빠지나...에휴
엄니는 뒤치다꺼리 하느라 뼈골이 빠지는데"
이러면서 조금은 밉게 봤어요
사실 우리가 도시에 살지 않다보니
우리 강아지가 산책다니는 데가
흙먼지 천지에요
거기다 숫놈이라 그런지 나가면 개구지게 놀고요
온갖 나무 밑에 다 코박고 냄새맡으랴
낙엽숲 헤쳐다니랴 ...
그러니 나갔다 오면 꼼꼼히 씻길 수 밖에 없고
나의 손길은 갈 수록
어쩔 수 없이 "빡빡"
거칠어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어제
이불과 요커버를 바꾸는 날
처음에 요커버 바꿀 때 한창 바꾸고 있는
요와 이불에 올라가 놀며 방해를 하길래
묶어 두고 작업을 했왔어요
어제도 한 10분 묶어두려 했는데
또 산책나가라는 줄 알고
(산책 3번은 싫데요 ..;; )
극렬하게 반항하고
비숑도 아닌 놈이 비숑타임처럼 날뛰더군요
또 내 속에선
" 애가 왜 이리 못되 먹어가나.. 에휴 내팔자야"
한숨이 절로 나왔어요
할 수 없이 곁에 두고
절대 요 커버 작업하는데
올라가지 말라고 명확단호하게 말하고
요커버를 씌우는데
뭔가 깨달은 얼굴로
(이것 땜에 자길 묶어두려 한 걸 안 거 같이)
가만히 차분히 서 있더라구요
요 위에 올라가지 않고요
보고 있자니
나에게도 작은 깨달음이 왔어요
우리 강아지는 성격이 나빠진 게 아니라
나의 강압이 싫었었구나 ...
내가 괜히 우리 강아지를 못 믿고
묶어두려 했구나 ...
어제 저녁의 이 깨달음은
오늘 아침 또 다른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었어요
산책 후 전처럼
입주변부터 살살 부드럽게 닦기 시작했어요
우리 강아지 처음 데려온 1살 때처럼
아기 다루듯 살살
그랬더니 오늘은 순순히 순서대로 닦아도
얌전히 편안히 있는 거에요
결국
우리 강아지가 못되고 건방떨었던 게 아니었어요
나의 손길이 전과 달리 거칠어졌고
나의 강압이 싫어서 반항하고 화를 냈던 거였네요
혹시 강아지가
뭔가 성격 변화가 왔다면
강아지도 강아지인데
보호자의 처치에 문제가 있나도
살펴봐야 겠어요
이제 2년 가까이 키워
곧 3살이 되는 우리 강아지.
오늘 ... 이 녀석의 마음을
조금 더 헤아리게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하마트면
내가 무지하고 둔해서
우리 강아지를
힘들고 아프게 할 뻔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