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60대입니다.
새로운 일 시작하고 1년 조금 넘었는대
오늘은 작정하고 처음으로 하루 쉬었어요.
자영업이라서 매일 쉬지 않고 출근했거든요.
오늘도...딱히 할 일 없으니
사무실에 나가서 놀까?? 하다가
그게 출근이잖아.... 말자... 하고 집에 있었어요.
늦은 아침으로 냉장고 뒤져서
양배추, 콩나물, 두부, 샤브용 소고기 넣고
말도 안되는 짝퉁 샤브샤브 한 냄비 끓였어요.
스리라챠 찍어서 느긋하게 먹으니
매일 사무실에서 시간 쪼개 먹던 도시락보다
훨씬 속이 편하네요.
오늘 하루를 뭘로 시간 때울까....하다가
neflix에서 영화 포레스트검프를 보았어요.
20여년쯤 전인가... 딸아이에게 DVD를 사주고
집에서 함께 보았던 영화인대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슬픈 영화 였던가요?
오늘은 보는 내내 흐르는 눈물이 주체가 안되네요.
아마도... 그 시절이 기억 나면서
그래도 그때는 삐그덕거리긴 했어도
아직 콩가루로 깨어지기 전이었고
모양새는 온전한 가족이었으니.
금이 간 그릇을 부여 잡고 버텨 온 오랜 기간 나의 버둥거림.
영화가 슬펐던건지, 추억이 그리웠던건지....
이런 날 혼자라서 울적했던건지....
잠깐 낮잠 자고 일어나
냄비 가득한 '짝퉁 샤브샤브'로 다시 배를 채웁니다.
오늘 정리하려고 꺼내 놓은 옷들이
방바닥 가득 그대로지만
지나가며 발길로 스윽 밀어 둡니다. ^^
" 괜찮아. 하기 싫으면 안해도 돼.
너를 너무 들볶지 마. "
한동안 망설이던 '1인용 미니그릴' 주문하고
혼자 좋아합니다.
"나의 힐링은 역시 쇼핑이지~"
내일 저녁에는 미니그릴에 냉동피자 구워서
맥주 한잔 할 생각이예요.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가 아니라
"이런 평안함을 누리려고
지난날 그렇게 천둥번개가 쳤나보다." 입니다.
오랫동안 드나들며 정든 이곳 82쿡.
모두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