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니라 우리집 두 애들 얘기입니다
7살 차이가 나니 큰애가 작은애를 얼마나 이뻐할까..고들 하는데
아기때는 그랬습니다.
둘째가 예쁘고 귀엽고 그럴때 까지 말이죠.
그게, 둘째 초등 들어가고 천방지축하고 뾰족뾰족 자기 성질 드러내니
첫째가 그 애를 혐오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첫째 중딩 시작이었고요.
지긋지긋한 코로나때 첫째 고딩이었는데
무기력과 우울의 극치를 달리더라고요.
세상 재미 하나 없고 말하나 곱게 안하던 큰아이는
자기 방에 기웃대고 참견하는 꼴통 둘째를 이뻐할리가 없죠
단언컨대 그 당시 첫째는 자기 자신도 버거웠습니다.
첫째는 고요하게 증오를 드러냈어요.
무시와 눈안맞춤. 무미건조한 대답. 투명인간 취급.
저는 엄마로서 그게 너무나 힘이 들었습니다.
중재하느라 애도 썼죠.
첨엔 큰애의 변화에 놀라서 화도 내고 야단 치고 슬퍼했지만
큰애도 작은 애가 버거울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인 나도 adhd이고 발달이 느린 둘째가 많이 힘들거든요)
그래서, 언니답게 굴어라...둘째를 챙겨라..이런 기대는 다 버렸습니다.
예의만 지켜라. 인간으로서 존중해라.
그게 제 유일한 요구였고,
둘째는 언니 선 넘어 들어가지 말라고
계속 주의를 주고요.
이제 둘째는 큰애에게 거의 다가가지 않아요.
그러면서도 관종인 둘째는 자기를 봐주길 바라긴해서
언니가 물 갖다 달라면 얼른 갖다주고..
암튼 짠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첫째가 이번에 대학 들어가고 집에서 태도가 조금 누그러 지더군요.
우리한테나 동생한테나.
그래도 여전히 둘째를 지나가는 행인 보듯 하고,
가끔씩 '쟨 왜 저래' 하는 혐오가 제 눈엔 읽힙니다.
어느 날인가 또 그러길래..
누군가를 '까닭없이' 미워한다면
(이제 거의 따로 놀아서 부딪힐일은 없음)
그건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
너 안의 문제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니 스스로 처리하라고.
속으로 미워하는건 오케이.
드러내고 무시하는건 낫오케이.
애들앞에서 티는 안냈지만 제 마음에는 눈물이 나요.
애들이 서로를 편하게 대하면 좋겠는데
긴장과 미움이 오가는게 보이니까 엄마로서 좌절감 들고 슬펐어요.
애들이 가정 안에서 사랑과 편안함을 배우길 바랐거든요.
아이들에게 서로 옆방 손님처럼 대하라고 할거에요.
둘째도 많이 쌓였을 거에요. 니 탓이 아니라고 해줍니다.
언니는 언니 문제로 그러는 거고,
너는 사랑받으려고 노력하지 말라고요.
그러나 언니에게 너도 지킬걸 지키라고...
안맞는 사람은 서로 가까이 지내려고 할 필요 없다
각자 자기 길 잘 가면 되고, 돌보는건 엄마 일이니 엄마가 할거다.
그러나 최소 인간적으로 존중해라...예의를 지켜라.
그게 말할 때 얼굴 보고 말하기
말조심하기
들고날 때 인기척하기.. 이 정도입니다.
서로를 담담하게 대하면 좋겠네요.
외동 둘 키우는 것 같아 길게 힘이 듭니다.
가족이 서로 사랑할거라는건 큰 환상이에요.
내 원가정이 사랑의 반대에 서있었던터라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너무나 갈망했더군요 제가..
이제 저는 그걸 버렸고요. 하지만 내 편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남편에게 소소하지만 다정하고 편안하게 대하려고 하고요.
애들도 끈기있게 바라보고, 너무 책망하지 않으려 해요.
애들을 잘못키웠나...하는 자책감에 너무 빠지만 힘들더라고요.
그것도 안하고,,,좀 시간을 두렵니다.
이렇게 마음 정리해봅니다.
긴 글...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