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문득문득 잘못하면 손바닥 종아리 회초리로 맞았던 기억은 있지만 전혀 한이 맞히거나 그렇진 않았어요.
다만, 부모님이 가끔 큰소리로 다투셨고 그때마다 불안에 떨던 기억은 살짝 있어요. 그치만 이것도 그냥 평범한 가정집의 풍경일 뿐 폭력이 있다거나 뭘 깨부수거나 그런건 전혀 아니에요.
아무튼 어린시절, 그러니깐...청소년기 이전까지 기억은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분위기랄까...?
그런데 이후 왜 어디에서부터 잘못된건지...우울이 저를 삼켜버린것 같아요. 지금은 좋은 남편 만나서 안정적으로 지내니 많이 나아졌는데 이따금씩 가슴이 뻥 뚫려버린듯 휑하니 쓸쓸하고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을것만 같은 절망감이 듭니다.
지금 돌아보면 어머니가 우울증을 앓았던건지... 언제부턴가 입에 담기 힘든 상스러운 욕을 저한테 배설하듯 질러대고... 그러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듯 괜찮아지고... 저는 그저 이 장단 저 장단 맞춰가며 착한딸로 지내려 노력했어요. 그러다보니 밖에서도 이사람 저사람 비위 맞춰주고, 부탁 다 들어주는 호구로 살게됐던거 같아요.
지금은 어머니가 많이 나아지셔서 안그러려 노력중으지만... 그때의 트라우마인지 다정하게 다가오셔도 불안하고 어색하고 그렇습니다... 물론 겉으로는 안그런척 다정하게 맞장구 치지만요..
호구같은 제가 싫어서 인간관계도 거의 다 끊고 그럭저럭 지내고요.
좋은 남편 만나려고 그런 힘든 시절 지냈나보다 싶게 지금의 생활은 안정적이고 좋은데...............
이따금씩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공허함과 아픔 슬픔이 밀려올때면 생각하게 됩니다.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성숙한 부모님 밑에서 좀 더 사랑받고 자랐다면..... 좀 더 잘 살고있지 않을까 하구요.
마흔이 넘었는데도 부모님 탓을 하나 싶기도 하구요...
뭔가 정서적으로 영구 손상을 입은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