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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마음공부 긴글) 제 경험 글 나눕니다

이 자아 조회수 : 3,901
작성일 : 2024-01-25 20:27:46

1년쯤 전에 이곳 82 자유게시판에 

짧은 글 올렸다가 댓글 달리는 것을 보면서

제 마음을 관찰했던 글입니다

 

지금 이 글을 다시보니

아.. 지금은 이렇게 세밀하게 길게 못쓰겠어요;;;;

당시엔 지금보다 더 간절함이 있었나봅니다

 

혹시나 마음공부 초입이신 분들께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하고

또 앞서가신 분들의 조언도 듣고 싶기도 하여

부족한 글 부끄럽지만  용기내어 봅니다.

 

조언 환영합니다  :) 

 

================================== 

 

제목) 내 마음을, 마음작용을 보다 

 

오늘 내가 자주 가는 커뮤니티 사이트의 익명게시판에 일상 글을 올렸다.  생활속 소소한 팁을 발견했는데 난 그 팁을 몰랐어서 엄청 고생을 했던 만큼 너무 기뻤고 그것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렇게 기쁨에 겨워 게시판에 올렸는데 그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용한 꿀팁에 고맙다며 좋아했지만, 의외로 몇몇분이 욕하거나 비난하는 댓글을 달아 당황스러웠다. 

 

글 올린 직후에 첨으로 댓글 단 분이 우웩~!! 하며 모욕주는 댓글을 달았기 때문에 순간 나도 기분이 훅 나빠지면서 맘이 확 상해버렸다.


그 댓글을 단 사람은 지금 대참사로 인한 애도기간인데 그런 일상 글을 올리는건 아주 잘못한거라며 마구 공격적으로 비난했다. 

 

기분이 나쁠수도 있겠지만은 그래도 마치 웃는 얼굴에 침뱉는 것 처럼  우웩~ 하고 욕하다니.. 나도 순간 확 열받았고 어느 순간 내 손은 벌써 그에 대한 반박 댓글을 빛보다 더 빠른 속도로 막 써내려가고 있었다. 

 

<기분좋게 쓴 몇 줄 안되는 글이 그 정도로 누군가를 기분나쁘게 만들 줄 몰랐다. 그런데 그렇다해도 의사표현을 그렇게 무례하다니.. 익명게시판이라고 함부로 욕하고 그러는 당신은 더 심하지 않은가.. > 막 씩씩거리며 이런 글을 쓰려던 찰나!! 

 

갑자기 느낌이 왔다.  아.. 이 순간 내가 내 마음을 느끼지 않고 머리를 굴려 상대를 탓하고 있었구나!  분명 내 가슴에 훅 치고 올라오는 그 뭔가가 있었는데 말이다. 

 

그 기분 나쁜 느낌!   이걸 알아차리고 느껴야 하는건데 내가 그러기는 커녕 순간 빛보다 빠른 속도로 상대에게 바로 반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이 잘못했다며.. 미움을 써가며 공격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쓰려던 댓글을 지우고 내 마음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에 훅 올라온게 뭐지?  지금도 기분 나쁜 이건 뭐지?  그래 바로 그건 수치심이었다.   수치심.
아무리 익명게시판이라 해도 공개적으로 첫 댓글로 우웩~ 어쩌구 하면서 나를 공격하며 공개망신을 주니 순간 나는 수치심이 훅~ 올라왔고 동시에 나도 맞공격에 나선 것이었다.  


내가 올리려던 댓글은 말투가 아무리 상대보다는 점잖다 해도 가만히 살펴보면 공격의도가 있었다.  당신이 잘못했잖아!  하는 의미였으니까. 

 

순간 수치심을 느껴보려 했으나 이미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가 살짝 내려간듯하며 여전히 머무르고있는 상태였다.   내가 느낌을 느끼려 몸 감각에 집중하고 있다보니 그 수치심의 감각은 얼마 후 사라진듯 하였다.  솔직히 놓쳐버린건지 아니면 어느정도 느껴서 없어진건지 모르겠지만 그건 상관없다.  왜냐면 나는 이번에 뭔가 현장을 제대로 목격한 것 같으니까. 내게는 그것이 중요했다.  처음이었다 이 현장목격은. 

 

계속 사색을 해보았다.  아 이런거였구나! 그런데 누가 내게 빈정대거나 무례하게 대했을때 나도 똑같이 반박한게 뭐가 잘못인거지?   하는 의문과 함께 뭔가 이 정리되지 않은 부분을 정리하고픈 생각이 들었다 

 

똑같이 반응해주는게 생각해보면 그게 그리 대단한 잘못은 아니다. 나는 사실 착한사람 컴플렉스가 어릴적부터 지독히 심해서(다른말로 감정억압이 심한 것.)  상대에게 반박하거나 그런걸 잘 못하고 계속 참는 편이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참다참다 결국 폭발하여 싸우게 되거나 아니면 그 관계를 끊어버리곤 했다.  그게 건강하지 못한건 알았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고,  어른들도 그렇고 사회에서도 그렇고 참는게 미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똑같이 대하면 나도 똑같은 사람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부모님도 그게 맞다고 하였다. 참을수 있을때까진 참으라고. 특히 여자는..;;  


너무 괴로웠지만 억울하고 열받고 한이 맺혔지만 그래도 나는 착한사람 좋은 사람으로서 계속 그렇게 살아야 했고 그래야만 인정을 받고 생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완전히 잘못된 방식이었고  어느덧 깊은 마음의 병을 일으켰다. 

 

나는 마음공부를 하면서 감정표현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그건 쉽지 않았다.   그나마 오늘처럼 바로 반박이라도 하려던 것은 예전의 나로 볼때 많이 나아진거였다. 그런데 이게 최상의 방법이 아니라는건 마음속 깊은곳에서 알고 있었다.  계속 서로 반응을 주고 받으면 끝이 안나는거니까.  결국 이게 윤회 아닌가. 


그러나 기나긴 고통스런 여정을 거쳐 마음공부를 하고 있는 지금은 그렇게 하면 안되었다.  그렇게 끝없이 무의식적인 공격 반응을 주고 받는 구도를 빠져나와야했다.


내 마음을 느껴보았다.  이건 뭘까..  수치심이었다.   그리고 나를 공격한 상대를 나도 공격하고 싶은 공격욕구가 있었다. 


수치심과 가해하고픈 공격성. 이 에너지가 느껴졌다. 내 안에 이런게 있었구나.. 하고 그 에너지 생명체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느꼈다. 그 순간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찌르르한 고통의 감각을 느끼었다. 

그리고 나서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동안 머리로 공부한 것들을 생각해보았다.


상대에게 공격 에너지를 쓰면 안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건 무의식적인 자동반응이었다.  지금은 그런 공격성이 없는 의사표현이 필요한 타이밍이었다.  


나는 내 올라온 감정들을 거의 느껴준 상태였고, 그래서 차분할수가 있었으며  공격의도가 없는 댓글을 달았다. 

 

지금은 이렇게 쓰지만 아까 공격을 막 당한 상태에서 나는 공격성 없는 밋밋한 표현을 돌려준다는게 아주 내키지가 않았다. 갑자기 머리를 한대 훅 맞았는데 나는 안때려준 기분이랄까..  그런 불쾌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무의식의 감정덩어리, 자동반응의 굴레를 벗어나겠다는 강한 자발적 의지가 없다면 이 느낌에 딸려갈 수 밖에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글은 단순 일상글이었기 때문에 누군가 마음이 상할수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으며,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이 글을 지우겠다고>   
이렇게 담담히 의사표현을 하는 댓글을 썼다. 내가 봐도 내 댓글에는 이제 상대를 향한 공격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공격성을 스스로 잠재울 수 있었던 것은 자발적으로 무의식의 굴레를 벗어나고 싶다는 강한 의지도 있었지만 그 외에도 더 있다.   그런 욕하는 댓글을 쓴 사람들은 내 글이 잘못되어서 그런게 아니라는 것을 내가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들의 억압된 감정을 투사하고 있었다.  혹은 그들 자신의 강박관념, 자신의 행동잣대...를 내게 들이대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파악한 그들의 관념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는 사고가 일어난 시기에는 일상글은 절대 올리면 안된다. 그런 행동은 나쁜 행동이고, 그러는 사람은 아주 나쁜 사람이다> 라는 관념이 있었던 것이다.  그 관념으로 내 행위를, 나를 판단했던 것이다. 

 

그리고 내 글에 의해 그들의 관념이 건드려지고 또 그들안에 있던 억눌린 감정덩어리가 건드려지니 그 고통스러운 느낌을 느끼고 싶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회피하고는 바로 내게 투사한 것이었다.  내가  그들을 화나게 한게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억압된 감정을 스스로 또다시 억압하면서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채 나를 탓하며 전가하고 있는 것이었다.  

 

즉, 나를 향한 <그들의 성냄>은 내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이제 알았기에, 나는 그들의 도발에 말려들지 않을 수가 있었다. 

 

이건 예전엔 잘 몰랐지만 마음공부 하면서 알게 된 부분들이다.  아 이것을 알게되어 어찌나 고마운지 모른다. 이건 내가 그토록 원하는 대자유로 가기 위해 꼭 알아야만 하는 부분이었다.  나는 이제 이런 것을 알게 된 후로는 이제 남들의 반응을 신경쓰지 않으려고 결심한터였고 마침 연습해볼 좋은 기회가 온 것이다. 

 

아무튼 나는 내 나름대로 댓글을 써 놓고 한참후에 들여다보았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다른 사람들이 격하게 내 옹호를 해준 것이다.  자유게시판에 이런 글도 못쓰냐는 둥 왜 사람을 억압하고 표현을 못하게 하냐는 둥..  네가 더 문제라는 둥..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을 비난하며 나를 격려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내가 아까의 그 무의식적인 반응대로 그 상대를 똑같이 공격했다면? 그랬다면 어찌됐을까를 생각해보았다.  아마 서로 흠잡고 공격하는게 어쩌면 계속 이어졌을 것이고.. 그렇게 공격하고 비난하고픈 욕구가 내면에 있는 사람들만 댓글을 달았을 것이다. 아마 다른 사람들은 그 지저분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글을 외면하지 않았을까.. 공격을 주고받는  살기 어린 분위기를 감지하고는  양쪽 다 똑같은 수준이로군. 생각하며 피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밖이 아닌 내면을 보면서 감정응어리의 고통을 느껴주고 소화하고, 그리고나서  공격성없이 남에게 의사표현을 하니 보다못해 다른 사람들이 나서준 것 같다.  이렇게 함부로 남의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현장을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상황은 그들 내면의 억압된 감정덩어리를 훅 건드려, 그들은 그 내면에너지에 이끌려 그들 나름대로 표현한 것이다. 

 

갑자기 뭔가가 보이는 듯 했다.  태어나서 처음보는 공격에너지의 오고감이 감지되는 듯 했다.   여지껏 나는 무의식적인 자동반응(꾹 참거나 or 되받아쳐 공격하거나) 만을  해왔었던 것임을 처음으로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아무튼 또 가만히 살펴보았더니 다들 나름대로의 관념에 따라 판단하며 한마디씩 하고 있었다.  오 이 또한 불과 얼마전까지의 나의 모습 아니던가.     

나는 여기서 이를 어찌 받아들여야할까를 생각해보았다.   


나의 생각은 이렇다. 그들은 아무도 잘못한 사람이 없다.  그냥 그들은 각자의 삶의 경험이 다 다르니까 그로인해 생겨난 생존의 방식도 믿게 된 관념도 다른것이다.  그에 따라 행동하는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 글을 올린 나도 잘못되지 않았고, 나의 단순한 정보 글 보고 고마워하는 사람도 비난하는 사람도 아무도 잘못되지 않았다. 비난하는 사람은 그런 관념하에서 살면서 얼마나 자기 자신을 옴쭉달싹 못하게 하며 표현을 억누르고 살아왔을까..  자신이 자기자신한테 그래왔으니 그렇게 살아온 사람의 눈엔 다르게 사는 사람이 무례해보이는 것일테다.   

 

그럼 욕하고 그런 것은?  그 또한 익명게시판에서 거친 말로 한풀이 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자신이 노출되지 않는 곳에서 사람은 그러기 마련이라는 것을 나 또한 수없이 보지 않았던가..  욕이라는 것이 나쁘기만 한 것인가?  시원하게 욕 잘 하는 사람 보면서 체증이 확 내려가는 듯 통쾌한 느낌도 들지 않았던가?  

 

어릴적부터 예의바르게 살아야 한다, 점잖은 말만 써야 한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관념을 주입받고는 그 관념을 붙들고 살면서 나는 그렇지 않은 상대를 대할때마다 그 얼마나  고통스러웠던가.  그래서 그 관념을 해방시키고 자유로와지고 싶은게 지금 나의 간절한 소망 아닌가? 


그런 관점에서 보니 욕하고 그런것도 별게 아닌것처럼 느껴졌다.  갑자기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다. 모든것이 받아들여질만 하게 느껴졌다.   

 

그 사람은 자기자신한테 욕한 것이다.  그 사람은 자기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자신의 잣대에 어긋날때마다 자신을 욕하며 괴롭혀왔었을 것이라는 것을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튼 다른 사람들이 뭐라든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느낌이 들었고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해야할 중요한 일은 내 밖의 상황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속에  빛보다 빠른 속도로 훅 치고 올라온 그 순간의 그 감정에너지(내면아이)를 붙잡는 것이다.  올라온 그순간에 바로 딱 알아채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가 올리는 그 고통스러운 에너지를 내가 그저 허용하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평생 내가 억울러오기만 한  그 감정에너지, 그 내면아이.  그가 자기를 인정해달라고 훅 치고 올라와 호소하고 있으며 나는 아이를 품어줘야 하는 것이다.  

그 느낌을 오롯이 느끼면서..  그 아이가 지금 이순간 그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로 생생하게 존재하도록 허용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 동안 내 삶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자꾸 만들어내면서 자기를 인정해달라고 하였던 그 아이를.. 이제는 외부 상황에 밖의 상대에게 반응하며 신경쓸게 아니라 내 내면의 그 아이에게  관심을 줘야 하는 것이다.  

 

그 아이에게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머물러도 된다고 해주었다.  실컷 있다가 원할때 자유롭게 떠나도 된다고 하였다.  그동안 그토록 고통스럽게 하여 너무 미안하다고 용서해달라고 참회하였다.  이번에 또 내게 기회를 주어 고맙다고 하였고 영원히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내게 가장 중요한건 바로 이 아이였다.


아마도 내가 이렇게 내면에 신경쓸 수 있었던것은 이번 사건이 큰 사건이 아니어서인거 같다.  작은 사건이었고 또 실제 사람과 대면하며 소통한게 아니어서 반응하는데 시간적 여유가 있다보니 그 찰나같은 그 틈을 잡아낸 듯 하다.  


아마도 어마어마하게 엄청나게 수치심 모멸감 모욕감을 느끼는 커다란 사건이었다면 나도 훅 딸려가 그 감정과 한덩어리가 되어 열심히 반응하고 상대를 공격하면서 열심히 외부와 투쟁하고 있었을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오늘에서처럼 이런 작은 사건에서 알아차림을 하다보면 이렇게 열심히 단련하다 보면 점점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무의식의 억압된 감정들도 관념들도 이렇게 점점 해방되어 가는게 아닐까.. 희망을 가져본다. 

 

내가 올린 글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의 관념도 볼 수 있었다.  내가 올린 글에 사람들은 꼭 좋아해야 하는가?  얼마든지 싫어할수도 있고 좋아할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저 깊은 곳에는 내 글을 좋아만 해야한다거나 혹은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만 댓글을 써야한다는 관념도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 관념을 자유롭게 해줄 때가 되었다.  그래서 내 글을 싫어하는 사람들 받아들였다. 

 

사람들은 꼭 좋은 말만 써야 하는가?  욕하면 안되는가?  사람들은 욕하면 안된다. 고 생각한다면 그 또한 나의 고정관념인 것이다.   그들 입으로 그들은 자유롭게 말할 권리가 있다.  그들이 욕하는건 내가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내면의 고통을 보고싶지 않기에 대신 밖을보며 그 고통을 내뱉는 것일 뿐이다.  

 

이제 나는 그것을 알기에 그들에게 욕할 자유를 맘 편히 인정할수가 있다. 욕하는 그들에 대한 불쾌감에 딸려가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모욕감이 느껴진다 해도 그것은 그들이 욕해서가 아니라 그저 내 안에 있던 것이 자유로와지고 싶어 올라온것 뿐임을 알겠다.    

 

단순한 나의 글에 그들이 욕하며 나를  비난하며 수치주는 이 어이없는 상황은..  아마도 그들 내면의 숨겨진 그것과 내 내면의 숨겨진 그것이 함께 공명하여 이것들이 자유로와지고 싶어 꾸며낸 상황극일 뿐일지도 모른다. (김상운 선생님께서 생각이 꾸며낸거라고 하신게 아마도 이런게 아닐까. )


자유로와진 마음으로 다시 한번 댓글을 살펴보니 좀 더 보였다.   관념을 가지고 판단하는 사람과 안하는 사람 이렇게 크게 나뉘어지는 듯 했다.  아마 별 판단을  안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댓글을 안달았을것이다. 왜냐면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이미 자기의 모습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허용하는 사람들은 딱히 반응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열불내며 자기가 옳다고 의견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을 판단하는 잣대로 자신도 판단하고 남도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모습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그중에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었다.  아주 판단을 신중하고 정교하게 세밀한 잣대로 하는 사람이다.
나는 판단을 하는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인줄 몰랐기 때문에 그 전에는 어떻게 하면 옳은 판단을 할까 연구했었다.  

 

성경에 판단하지 말라, 불교에서 분별하지 말라.. 이 말들이 생활속에서 이렇게 속속들이 판단을 하지 말라는 것을 의미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그걸 설명해주는 종교인들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 쉽게 판단을 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게 그런 의미인줄 전혀 몰랐다. 

 

어쩄거나 나는 함부로 판단하긴 싫었기에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깊에 오래 숙고하여서 판단을 정말로 누가봐도 옳게 하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점점 더 정교한 판단을 하게 되고..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또 함부로 혹은 쉽게 마구 판단하는 사람에 대한 피해의식, 환멸감, 미움을 잘 느끼게 되었다.  자꾸 신경이 예민해지고 피곤해졌고 엄청나게 에너지가 소요되어 힘들어졌다.  누가봐도 옳은 말만 하고 싶어서 말을 주고 받는 것을 세세히 신경쓰다보니 너무 힘들고 쉽게 녹초가 되고.. 

 

그런데 그 댓글들 중에서 이전의 나와 비슷한 사람이 보였다.  그 사람의 의견은  글을 쓴 나도 잘못했고 그런 무례한 댓글을 쓴 그 사람도 다 잘못했다는 것이다.  양쪽이 다 잘못했으며 특히 내가 잘못한 부분은 글에서  ㅎㅎ 표시를 했기 때문이라며 문구를 세밀하게 지적하였다.  요즘같은 애도의 시국에 글에서 정보나누는 일상글은 오케이지만 ㅎㅎ 표현은 잘못됐다는 것. 

 

이 글을 보는데 마치 예전의 나를 보는듯했다.   뭔가 엄청 신중한듯 하지만 결국  자기자신의 잣대를 가지고 남을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더 정교하고 예리한 잣대로 남을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더 많은 관념을 가지고 더 심한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 말은 더 정교하고 세밀한  기준으로 자신을 더 심하게 억압하며 옭아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정교한 엄정한 자기기준에 맞추어 행동하느라 자신부터가 얼마나 힘들고 피곤할까.. 

 

아무튼 어떤 관념이 됐든 자기의 관념을 가지고 남을 판단하게 되면 괴로움이 쌓이는 것은 자기자신이고,  이제 상대와의 관계에서 갈등이 유발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고 있는 자신을 꿈에도 모르기가 쉽다. 왜냐면 너무 고심해서 신중히 판단했으니까 자신이 더더욱 옳다고 생각하기가 쉬운 것이다. 그런식으로  더 교만해지기가 쉬운 것이다.   자신도 알아채지 못한 채..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내가 그 함정에서 삶의 상당기간을 헤매었기 때문이고 그 때문에 나는 너무나 고통받았다.  나는 언제나 모범적이고 예의바르고 공정하려고 너무나 애썼고  흠잡히지 않으려고 애썼다. 아무도 요구하지 않은 그 정교한 잣대로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기준을 들이대며 나를 괴롭혔고,  같은 잣대로 남을 은근히  판단했다. 그게 내가 교만해지는 길인 줄도 모르고. 

 

오랜기간 괴로우면서도 뭐가 문제인지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나중에 내가 교만했었음을 깨달았을때의 충격이란..  나는 더 잘 살아보려고 애쓴 것이지만 더 엉뚱한 방향으로 나락으로 가고 있었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이제 그 지점으로 다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기분좋아서 올린 몇 줄 안되는 그 단순한 글에 이렇게나 다양하게 의견이 나오고 갈등과 감정이 오가는 것을 보면서.. 모든 상황은 중립적이며 각자는 그저 자신의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있다는 그 말이 실감되었다. 그 전에는 저 말이 막연하게 느껴졌고 확 와닿지는 않았었다.  

 

그리고 마음이 훅 작용하는 그 순간. 그 짧은 찰나의 순간이 정말이지 얼마나 빠른지.. 그 순간 외부에 딸려가지 않고 나의 내면을 바라보며 느끼며 현존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새삼 실감나게 느껴졌다.   

 

그래도 기쁜 것은 이제 마라톤의 터닝포인트 지점을 돌아서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토록 지난한 세월을 같은 패턴을 반복하며 고통받았다면 이제 벗어나는 길을 비로소 흘낏 본 것도 같다.  이제 연습 또 연습하면 점차 나아지겠지..  

 

줄탁동시.  

나 혼자의 힘으론 어림 반 푼 어치도 없을 것이다.  그 억겁의 세월동안 억눌려져 나를 옭아매온 그 끈끈한 감정덩어리들, 관념들.. 그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 인간 에고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이 약하고 수치와 두려움에 벌벌 떠는 나, 무능하고 어리석은 나를 이끌어달라고 하느님께(근원)께 기도하며 모든것을 맡겨야겠다.  빛의 길로 사랑의 길로 이끌어주시길..  

 

이런 내가 할 일이라고는 매순간 이 인간 나(에고)를  놓아버리는 것 뿐. 모든 것은 하느님께서 근원께서 해주실 것이다.  


그동안 죽도록 애쓰며 살아온 세월은 물 속에서 어떻게든 혼자서 물 위로 떠보겠다고 힘을 잔뜩 준 것이었음을 이제 알겠다. 그렇게 애쓰고 힘 준 나머지 계속 가라앉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인데.. 그토록 어리석게 살아왔음을 알겠다. 

 

이제 나의 할 일은 그저 모든 힘을 빼고서 그저 흘러가는 물결에 나 자신을 내맡기는 것 뿐이었다.  모든 것은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쉽게 저절로 되는 것이었다.  꽃이 저절로 피어나듯. 키가 저절로 자라고 심장이 저절로 뛰듯. 계절이 절로 바뀌듯..  삶은 그렇게 저절로 살아지는 것이었다.  


삶은 내가 애쓰며 사는 것이 아니었고 남과 경쟁하며 힘들게 노력하여 쟁취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존재하며 가만히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그런 것이었다. 

 

이제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그것만으로도 벌써 자유롭다.   꼭 필요할때만 빼고는 머리를 쓰기보다는 가슴으로 느끼면 살아가는 것이 하느님이 인간 에고에게 원하는 거였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경이로운 우주를 자연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끼면서,  내안에서 솟아오르는 기쁨을 느낌 그대로 표현하면 되는 것이었다.  

 

내가 붙잡고 집착하지만 않으면 희노애락의 시소, 삶이 가져다주는 다양한 느낌의 시소를 타는건 그렇게 끔찍한 고통이 아니었다.  내가 붙잡으려 집착하고 내가 저항하느라 애쓰고 그러면서 외면한 그 작은 고통의 느낌들이 불어나 그것이 거대한 산처럼 되어 그 고통덩어리에 이끌려다니는 괴로운 삶, 끔찍한 삶이 반복되었던 것이다. 이제 다시는 그 함정에 빠지지 않으리라 다짐해보지만.. 아직 현존의 힘이 너무 약한 나는 또 그리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제  아직은 내게 보이지 않지만 나의 빛이 나를 이끌어줄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용기를 내어 한발자욱씩 내딛어본다.  걷다보면 길도 나고 빛도 곧 보일 것이다. 그리곤 내 안에 늘 있었던 빛과 하나되어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것이다.

IP : 222.113.xxx.105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너무 감사
    '24.1.25 8:36 PM (211.234.xxx.77)

    감사해요 이렇게 느끼고 깨닫고 마음공부하기도 쉽지 않은데
    누군가 다른 이를 위해서 긴 글을 쓰고 나눠주시니!
    저 실은 시간에 좀 쫓길 때라 반만 읽었지만
    열심히 읽었습니다
    두고 두고 깊이 생각하며 깨달으며 읽을게요

  • 2. 가문의 영광굴비
    '24.1.25 8:38 PM (180.66.xxx.57) - 삭제된댓글

    오 마음공부가 필요한더 감사합니다!

  • 3. 가문의 영광굴비
    '24.1.25 8:39 PM (180.66.xxx.57)

    마음의 평화가 절실히 필요한 지금 긴글 감사합니다!

  • 4. ㅇㅇ
    '24.1.25 8:41 PM (124.49.xxx.147)

    좋은 글 감사합니다.

  • 5. 아..
    '24.1.25 8:55 PM (211.212.xxx.14)

    아름답다고 느껴져요, 하나도 길게 느껴지지 않아요.
    마음공부하다가 더 들여다보는게 무섭고 힘들어서 도망쳐 나와있는 중이라 더 부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부럽고,
    이렇게 써주셔서 고맙고…
    제 마음의 아이까지 어루만져지는 기분입니다.
    감사드려요.

  • 6. ..
    '24.1.25 9:03 PM (39.115.xxx.132)

    감사합니다 ~

  • 7. ..
    '24.1.25 9:13 PM (121.134.xxx.22)

    삶은 내가 애쓰며 사는 것이 아니었고 남과 경쟁하며 힘들게 노력하여 쟁취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존재하며 가만히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그런 것이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8. 조언
    '24.1.25 9:32 PM (221.145.xxx.192)

    혼자 생각으로 나아가지 마시고 좋은 스승과 같이 공부하는 도반을 두세요.

  • 9. 무적009
    '24.1.25 10:53 PM (211.235.xxx.20)

    요즘 마음 공부하고 있는데 막연하게 잘 이해 안 간 것들이 조금 구체적으로 이해 돼요. 감사합니다.^^

  • 10. .............
    '24.1.25 11:59 PM (70.175.xxx.60)

    위 점둘 님이 인용해 주신 부분이
    저도 특히 좋았어요.^^
    원글님 점둘님 감사합니다.

  • 11. 좋은글
    '24.1.26 12:02 AM (222.99.xxx.166)

    좋은글 감사합니다.

  • 12. 마음
    '24.1.26 12:09 AM (58.127.xxx.56)

    마음 공부글 아껴서 천천히 읽고 싶은 그런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13. ..
    '24.1.27 9:42 PM (172.226.xxx.41)

    요즘 계속 반복되는 힘든 일을 겪고 있었는데 도움이 됐어요 생각과 마음을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

  • 14. 좋은글
    '24.1.31 12:00 AM (183.96.xxx.238)

    두고두고 보고싶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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