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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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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없는 1월, 3주를 보내고

... 조회수 : 1,939
작성일 : 2024-01-23 00:00:07

술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고, 술자리도 좋아해요. 

미국 교외 지역에 사는데, 이웃에 놀러가면

'와인? 커피? 맥주? 뭐 마실래?' 이런 분위기여서 저는 아주 즐거웠어요. 

 

지난 연말에 연이은 모임에 일요일 아침을 그냥 숙취로 보내는데

기분이 안좋더라고요. 남편과 술 궁합이 잘 맞는 편이어서 둘이 마시면 항상

즐거웠는데, 이런 기분은 좀 아닌데 싶었어요. 

술을 좀 줄여야겠어 라고 남편에게 말했더니,

그가 갑자기 '술 안마시는 1월, dry January' 을

하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안 마실 생각까지는 없었거든요. 

그래도 뭐 같이 하면 좀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 같이 시작했어요. 

 

시작하면서 사실 몇 가지 기대를 했는데

안 해 본 것도 하고, 살도 좀 빠질테지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어요. 

 

술 안마시는 것이 힘들지는 않은데, 아쉬운 순간들이 많아요. 

서양 겨울 음식 특성 상 로스트가 많은데, 여기에 레드 와인 같이 하면

음식도 더 맛있어지고, 와인도 더 맛있어지는데 하며 아쉽고

일요일 아침 핫요가 후 샴페인 마시는 모임에서 그냥 돌아올 때도 아쉽고

-써 놓고 보니, 조기축구 하고 술 마시는 아저씨들 같네요-

뭐 이런저런 사소하지만 즐거운 순간들에 아쉬움이 있어요.

 

조금 크게 다가온 것은 남편과의 대화가 줄어든 것

우리는 자연스런 대화가 많은 부부라 생각했는데

술에 기댄 부분이 꽤 크구나 

내가 교외에서 크게 지루하지 않다고 느낀 것에도

술에 의지한 부분이 많구나

금요일 밤에 서로에게 뭐 할래 라고 물어보는데, 

술을 안 마시니, 레스토랑 가는 것도 별로고

동지 지난지 한 달인데, 아직도 4시 30분이면 컴컴해지고

2주차 금요일에는 살짝 짜증이 났다가

지난 주말에는 우리 또 할 것 없네 하면서 한참 웃었어요. 

날씨가 추워서 하이킹도 못가고 

 

짧은 기간 동안 금주를 하며 좋은 점은

둘이 다가올 노년을 어떻게 즐겁게 보낼까에 대한 생각을 좀 

현실적으로 하게 된 것 같아요. 

몇 잔 술을 잘 즐길 수 있는 건강함에 대해

지루한 상황에서 서로에게 심통부리지 않게

 

 

IP : 108.20.xxx.186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4.1.23 12:01 AM (175.193.xxx.114)

    대단하세요 술하고 커피 없인 이 세상 못살것 같아요

  • 2. ...
    '24.1.23 12:04 AM (108.20.xxx.186)

    술, 맛있게 재미있게 마시는 것 정말 좋아해요.
    이 기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잘 조절해서 마시려고요 ㅎㅎㅎ

  • 3. 찌찌뽕
    '24.1.23 12:09 AM (110.13.xxx.78)

    저도 남편이랑 반주하면서 대화를 많이하는편인데
    요즘 감기로 강제 금주를 하다보니 대화가 없어요.

    오늘저녁 과메기를 먹었는데..
    술없는 과메기는 맛이 없어요..ㅠ

  • 4. 정말 찌찌뽕
    '24.1.23 12:12 AM (108.20.xxx.186)

    하하하 맞아요
    반주가 이리 큰 즐거움인지 잠시 떠나고 나서야 알았어요.

    남편과의 대화도 그렇고 ㅎㅎㅎ

  • 5. 과하지않게
    '24.1.23 12:17 AM (118.235.xxx.52)

    남편과 적당히 즐겁게 마시는게 어때요
    이제 1월 얼마 안남았네요 남은 11개월은 과음 않는 즐거운 음주생활하시길

  • 6. 118님
    '24.1.23 12:21 AM (108.20.xxx.186)

    감사합니다~~ 1월 얼마 안남았어요. ㅎㅎㅎ
    말씀하신대로 남은 11개월 즐거운 음주생활 할께요.

  • 7. 저도
    '24.1.23 1:08 AM (198.90.xxx.30)

    전 와인 한잔 할려고 병 따면 한병을 마셔 버리기에 왠만하면 안 마시고 집에 술도 안 재워놔요

    아쉬울때도 있지만 한달에 2-3차례로 줄일려구요

  • 8. 글쎄요
    '24.1.23 1:10 AM (182.227.xxx.251)

    저도 술자리 좋아 하고 술 참 좋아해서 많이도 마셨는데요.

    이젠 술 없이도 뭐든 맛있게 잘 먹고
    술 안마셔도 재미 있게 잘 놀아요.

    남편도 그렇고요.
    그래서 그냥 이젠 무슨 날이나 딱 한잔 마시거나 하지 더 이상 술 생각이 안나요.

    오히려 늘 맑은 정신 개운한 내 몸 상태 너무 만족 스럽고요.

    내가 옛날엔 왜 그렇게 술에 의지 했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해요.
    없어도 좋은데

  • 9. ...
    '24.1.23 2:01 AM (108.20.xxx.186)

    182님 말씀 이해가요.

    비록 3주 금주했지만, 내가 인식하지 못한 채 술에 많이 의존했구나 하는 자각이 생각보다
    커요. 아직은 여러 음식을 보며, 같이 하고 싶은 술이 생각나지만 또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본문에 쓴 것처럼 술의 유무와 상관없이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확실해졌어요.

    어떤 일 작은 거라도 변화를 주면, 그 앞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될지 모르는게 인생의 어려움이고, 재미같아요.

  • 10. 와인이
    '24.1.23 2:43 AM (108.20.xxx.186)

    와인이 그래서 힘든 것 같아요.
    남기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맥주 남은 것은 뭐 그냥 버리는데 큰 미련이 없고
    증류주는 뚜껑만 잘 닫아놓으면 되는데, 와인은 남기면 그 순간부터 맛 없어지는 것을 아니까
    딱 한 잔 하고싶을 때, 좀 아쉬워요. 그래서 와인은 안주보다 친구가 더 필요한 술 같아요.

    전 오늘 쉬는 날이어서 이것저것 집안 일 하면서, 82에서 담소 하고 싶었는데,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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