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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희한한 차사고

뭔가 조회수 : 2,671
작성일 : 2024-01-21 19:40:58

작년 연말에 어디 지방에 갔다가 잠깐 마트에 들렸다 나와보니 누가 제 차를 긁고 도망갔더라고요. 꽤 큰 마트였는데 제대로 된 cctv가 없어서 범인을 잡을 길이 없었어요. 긁힌 건 확실한데 눈에 거슬리게 심하진 않아서 언젠가 돈 생기면 고쳐야지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제 집 근처 상가에 갔다가 나오는 데 옆차에 타고 있던 젊은 남자가 나오더니 미안하다고 그러는 거예요. 주차하다 제 차를 긁었다고요. 작년에 긁힌 그 부분이더라고요. 전 그냥 괜찮아요 하고 가려는데 절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리버리한 아줌마로 보는 동정의 눈빛같은 게 느껴졌어요. 아닙니다, 제가 차를 박았으니 보상을 해야죠, 하면서 못 가게 막는 거예요. 박은 거 맞아요? 물었더니 그럼요, 제 차도 똑같이 긁혔고 소리도 들었고 제가 차를 박았는데 그걸 모를까요, 그러더라고요. 그럼 같은 자리를 또 박았단 소린가? 아님 이것도 무슨 피싱? 정신이 없는데 제 폰을 달라고 하더니 자기 전화번호랑 이름을 저장하면서 돈 20만원을 주더라고요. 이걸로 해결 될 것 같진 않지만 지금 가진 현금이 이것뿐이니까 일단 받으시고 수리비 나오면 20만원에서 얼마나 더 오버됐는지 전화로 알려 달라고요. 제가 안 그러셔도 된다고 해도 꼭 받아달라고 하고 황급히 가버렸어요.

 

이게 뭔 일인가, 남편한테 얘기하면 언제나 남의 편만 드는 남편은 그 돈을 받은 제가 잘못 했다고 할 것 같고요. 혹시 작년에 뺑소니 당한 카르마가 어찌저찌 작용해서 또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또 박아서 제가 작년에 못 받았던 보상을 받게 된 게 아닐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하면서 집에 와서 중2 아들한테 그 얘길 했죠. 넌 어떻게 생각해? 그 돈 받은 거 내가 잘못한 거지?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거지? 물었더니 엄마 잘못 아녜요, 엄마가 예뻐서 준 것 같아요. 그 돈으로 그냥 차 고쳐요. 하,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결국 입이 근질거려서 다음날 남편한테 얘기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당장 전화해서 사과하고 돈 돌려주라네요. 참고로 남편은 생활비 갖다 줘 본적 없고 제가 외벌이 가장입니다. 20만원이면 살림에 큰 보탬이 될텐데, 카드만 쓰는 요즘 세상에 지갑에 현금 20만원이나 가지고 다니는 아마도 여유있는 사람을 통해서 하나님이 저한테 선물 보내신 거라고 생각해 버릴까 싶기도 하고요. 이거 정말 무슨 피싱은 아니겠죠? 그런 것 같진 않았지만 제가 워낙 소소한 피싱을 여러번 당한 적이 있어서 한편으론 걱정도 되네요.   

IP : 74.75.xxx.126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4.1.21 8:00 PM (219.250.xxx.211) - 삭제된댓글

    원글님은 심각하신데 저는 너무 웃겨서 자꾸 웃음이 나와요
    해결책은 못 드리겠지만 너무 웃깁니다
    웃음 와중에 감이 제 의견을 말씀드리면 아무렇게나 하셔도 될 것 같아요
    그 사람이 바로 그 자리를 또 박았나 봅니다
    너무 궁금하면 주변 CCTV 확인해 보세요

    자기가 박았다고 빡빡 우기는 그 사람도 너무 웃기고
    예전 스크래치인데 하면서 안 받으려고 하는 원글님도 너무 웃기고
    이 우연이 너무 우스워서 오늘 저녁 많이 웃습니다

  • 2. ㅇㅇ
    '24.1.21 8:02 PM (219.250.xxx.211)

    원글님은 심각하신데 저는 너무 웃겨서 자꾸 웃음이 나와요
    해결책은 못 드리겠지만 너무 웃깁니다
    웃음 와중에 감히 제 의견을 말씀드리면 아무렇게나 하셔도 될 것 같아요
    그 사람이 바로 그 자리를 또 박았나 봅니다
    너무 궁금하면 주변 CCTV 확인해 보세요

    자기가 박았다고 빡빡 우기는 그 사람도 너무 웃기고
    예전 스크래치인데 하면서 안 받으려고 하는 원글님도 너무 웃기고
    이 우연이 너무 우스워서 오늘 저녁 많이 웃습니다

  • 3. ..
    '24.1.21 8:05 PM (118.40.xxx.76)

    그 사람의 운수소관이니
    그냥 받으세요.

  • 4. ㅇㅇ
    '24.1.21 8:06 PM (223.38.xxx.159)

    그리고 원글님이 20만 원이면 됐다 하면 그 사람은 고마울 거 같아요.
    제가 그 가해 차주였으면 굉장히 감사한 마음이었을 것 같습니다.
    박은 건 사실인 거 같으니까요.
    콩하고 박아도 입원하기도 하는 요즘 세상에
    제대로 수리한다고 치면 백 넘게 나올 수도 있잖아요.

  • 5. ...
    '24.1.21 8:09 PM (182.231.xxx.6) - 삭제된댓글

    그 돈을 받은게 전 너무 찜찜한데요.
    그걸로 무마하려는것도 같고.
    연락처알면 차점검 받아보고 확실히 하세요.
    그리고 긁힌데 그냥 놔두지마세요.
    치과처럼 호미로 막을일 점점 커집니다.

  • 6. 근데
    '24.1.21 8:14 PM (74.75.xxx.126)

    그 사람이 같은 자리를 또 박은 거라면 상당히 경미하게 박았을 거예요.
    기존에 있던 긁힌 자국보다 뭐가 더 상했는지 제 눈으로는 안 보이더라고요.
    그 사람한테 돈 더 내라고 연락하면 그야말로 범죄죠.
    에효 그냥 원래도 긁힌 자리라고 얘기하고 그깟 20만원 됐다고 쿨하게 보내줬으면 남편한테 날강도 소리는 안 들었을텐데. 하지만 그깟 20으로 아이 학원비 하나는 내게 생겼으니 서로 윈윈이었다 생각할까 싶기도 하고요.

  • 7.
    '24.1.21 8:19 PM (115.164.xxx.250)

    원글님 핸드폰을
    그 사람이 만졌다는게
    너무 찜찜해요

  • 8. 저도
    '24.1.21 8:24 PM (74.75.xxx.126)

    핸드폰 때문에 신종 사기인가 의심이 갔는데요. 1분도 안 되는 그 시간 동안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었을까요. 제가 보는 앞에서 제 폰으로 자기 번호 눌러서 자기 폰이 울리는 거 보여주고 그 번호에 자기 이름 입력해서 저장하고 돌려 줬거던요. 나중에 보니 차 앞유리창에도 쪽지를 남겼더라고요. 정말 죄송하다고 이름이랑 전번 남겼던데요. 사람을 너무 의심하는 건가 싶다가도 요새 세상에 현금 20만원을 그렇게 쉽게 주는 사람이 어디 있대요?

  • 9. ㅇㅇ
    '24.1.21 8:25 PM (223.38.xxx.159)

    물론 됐다 하고 가라는 사람도 있지만 그 사람이 박은건 사실인 듯하고
    20 이면 최소가격이지요 스크래치 없었는데 깔끔하게 수리한다면 그보다 더 들테고요
    저라면 상황 다 알아도 그 정도로 수습되는 것에 감사할 듯요 ㅎㅎ

  • 10. ㅇㅇ
    '24.1.21 8:28 PM (223.38.xxx.159) - 삭제된댓글

    휴대폰에 뭔짓 했다는 건 과한 상상이시구요
    (으이그 이느므세상 ㅠ 죽일노무 피싱범들ㅠ)

  • 11. 그거
    '24.1.21 8:28 PM (39.7.xxx.157) - 삭제된댓글

    공업사나 카서비스센터가면 20만원으론 힘들걸요.
    도색 판금 또는 문짝이면 전체 갈아야 말끔해요.
    20만원은 10년전 가격..
    2015년도인가 어떤 젊은이가 지나는 제 차 못 보고 문 열어서 제 차 문을 긁어놨는데, 10만원에 고칠수 있다 어쩌고 해서 기디려보니 견적 그 이상 나와서 보험처리, 문짝갈고 해서 엄청 나왔어요.
    오래 탈 차 아니어서 부식되거나 흠집 신경안쓰면 괜챦지만, 그게 아니라면 깔끔하게 고치세요.
    예전에 택시랑 경미한 접촉사고 있었는데, 자기차 아닌 회사차라 그냥 10민원 달라 해서 주고 끝낸 적은 있어요.

  • 12. ㅎㅎ
    '24.1.21 8:32 PM (222.111.xxx.147)

    이와중에 아드님 소견이 귀여워요

  • 13. ㅇㅇ
    '24.1.21 8:42 PM (222.107.xxx.17)

    원래 긁혔던 자리든 아니든 그 사람이 다시 긁은 건 사실이잖아요.
    가책 없이 20만원 받으셔도 될 거 같아요.

  • 14. ㅇㅇ
    '24.1.21 8:43 PM (223.38.xxx.159) - 삭제된댓글

    맞아요 제가 왜 웃음이 나왔는지 돌이켜보니
    원글님 가족구성원들이 다 넘 재밌어요
    과도하게 양심적이어서 바득바득 내 차가 사고 난게 맞고 묻는 원글님이나
    엄마 예뻐서 줬다는 천진한 아드님이나ㅋ
    생활비는 안 갖다줘도 고고한 양심 원글님보다 한술 더뜨는 남편분이나
    은근 시트콤 분위기 컨셉 맥없이 착하고 웃긴 가족구성ㅋ

  • 15. 잼나
    '24.1.21 8:44 PM (122.42.xxx.82)

    아드님 먹고살겠어요. 귀염뽀짝

  • 16. 원래
    '24.1.21 9:14 PM (121.147.xxx.48)

    경미한 접촉사고에 10-20만원 정도로 퉁치던 시절이 있었어요. 제 남편은 이 정도쯤이야 괜찮다고 보낸 적도 많고 상대편에서 그런 적도 있구요. 요새는 살짝 부딪친 정도의 사고에도 입원하고 보험 부르고...시간과 인력 돈이 그냥 마구 소비되는 시대구요.
    돈을 돌려줄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고 과한 도덕심은 넣어두셔도 될 사안 같네요.

  • 17.
    '24.1.21 10:00 PM (211.57.xxx.44)

    원글님 문제 더 복잡하게 만들지 마시고요
    그냥 넘어가세요
    제발

  • 18. 신통하네요
    '24.1.21 10:08 PM (211.250.xxx.112)

    그냥 한우 소고기 사드셔요. 횡단보도 앞에서 정차하는데 뒤에 따라오던 아줌마가 제차 뒤를 박았어요. 저도 그냥 20만원 달라고 하고 끝냈어요. 그 청년같이 정직한 사람은 복을 받겠네요. 원글님 가족들도 마음이 예쁘고요

  • 19. 귀여워
    '24.1.22 3:28 AM (72.136.xxx.241) - 삭제된댓글

    아들램 귀여워요
    근데 남편은 밉상. 돈도 안 가져다주는데 편도 안들어주니
    그 청년도 20으로 막았으면 잘막았다 할 거에요
    연락해서 차 큰문제 없고 더 보상할 필요는 없다 깔끔히 해결해줘서 감사하다..하면 될거같아요

  • 20. ㅁㅁㅁ
    '24.1.22 6:21 AM (175.213.xxx.18) - 삭제된댓글

    차 문콕방지 스티로폼이 상대방차에 찌익 닿았는데
    기스도 없었습니다 상대측에서 60만원 달라고 하더군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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