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울증이 심한 사람의 청소

용기 조회수 : 6,467
작성일 : 2024-01-16 00:40:36

제가 일주일에 두 번 청소를 해요. 

잘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서 하다 보니까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세간을 정리하다가 멍...하다가 다시 정리하고 청소 도구들을 꺼내고 다시 멍...하고요. 

청소하다가 다시 멍하니...그러다가 다시 합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도 들고 무엇보다도 중간에 자주 끊기지만 

그래도 다 해냈을 때 느껴지는 뿌듯함이 청소를 계속 하게 만드네요. 

이거 덕에 제가 무너지지 않고 사람으로서 살아간다, 이 생각을 합니다. 

 

청소하는 도중에 멍하니 있게 되는 것은 

마음속에 솟구치는 부정적인 감정들 때문입니다. 

비참함, 무기력감, 슬픔, 이거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을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한꺼번에 뒤섞여 

마치 뻘밭을 헤매는 기분을 들게 합니다. 

 

저의 마음에는 조그마한 구멍이 뚫려 있는 것 같아요. 

그 구멍으로 저런 감정들이 용솟음치듯이 솟구치고 

마음을 점령하여 범람하다가 

청소가 끝나고 제가 걸레를 빨 무렵에는 순식간에 빠져 버립니다. 

그때쯤이면 저도 좀 반질반질해진 마루를 바라보면서 청소하길 참 잘했다, 이 생각을 하죠. 

 

근데 이 후련한 성취감이 좀 오래 갔으면 좋겠는데 

며칠 뒤에 청소할 때에는 흔적도 없어요ㅜㅜ 

저 위에 쓴 부정적인 감정들이 똑같이 되풀이 된다는 것이 함정이네요. 

그래도 또 꾸역꾸역 뻘 밭을 헤매는 기분으로 청소합니다. 

끝내면 또 잘했다, 싶고요. 늘 되풀이되네요. 

어쨌든 어제 월요일에 청소했으니 이제 금요일까지는 버틸 수 있어서 기쁩니다. 

저는 이렇게 하루하루 버티어 갑니다. 

IP : 210.204.xxx.55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4.1.16 12:43 AM (220.117.xxx.26)

    좋은 습관 이네요
    전 그냥 늘어져 매일 제자리

  • 2. 그럼에도
    '24.1.16 12:45 AM (211.243.xxx.169)

    너무 잘 하시고 계십니다.
    해야하는데..만 하고 못 움직이는 이가 더 많아요

    응원합니다

  • 3. 행인
    '24.1.16 12:47 AM (222.119.xxx.105)

    중증 우울증환자입니다.
    저역시 청소뻘짓을 매일 합니다.
    주변이 정돈되어야 생각도 정돈?까지는
    바라지않지만 그나마 종일 감정에 안휘둘릴려고
    노력하는 제자신이 기특합니다

  • 4.
    '24.1.16 12:56 AM (211.235.xxx.152)

    엄청 대단하신거에요!
    청소하실때 좀 빠른 음악 들어보세요.
    원글님께서 힘드신와중에 얼마나
    꿋꿋하게 노력하고 있는지
    클린어벤져스같은 청소업체 영상보면
    스스로 기특하실거에요.
    우울증에빠져 몇년동안 청소 안해서
    쓰레기집 만들고 그러잖아요.
    화이팅.

  • 5. ㅇㅇ
    '24.1.16 1:12 AM (223.38.xxx.4)

    매주 자신을 뻘밭에서 건져 주고 계신 원글님
    장하십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자신을 구해 주고 계시네요.

  • 6. 진진
    '24.1.16 1:30 AM (121.190.xxx.131)

    원글님 글 올려주셔서
    비슷한 상황인 분들께 큰 도움 되었을거에요.
    저 포함이요.
    댓글들도 다 보석같이 반짝입니다.

    저도 오늘 어떤 강의에 참석했는데
    이 나이에 왜 이짓을 하고 있냐 하는 자괴감이 몰아쳐서.정말 힘들었어요
    멀쩡한 공간에 멀쩡하게 앉아 있으면서 내ㅜ머리속만 지옥같아지는거에요.
    .오직 생각하나가 휘저어면서요.
    그때 나는 멀쩡한 공간이 아니라 나혼자 지옥속에 있는거에요.

    집에 와서 편히 먹고 쉬니까 생각이 좀 사라졌어요
    오전에 치솟았던 생각에 패배감이 들었는데 댓글님 말대로
    그 생각속에서도 밥해먹고 스스로에게 쉼을 준 대단한.일은 한거였어요

    감사합니다

  • 7. 나만그런게아니네
    '24.1.16 2:03 AM (1.224.xxx.182) - 삭제된댓글

    다들 참..힘겹게 하루하루를 이겨내시네요.
    나만 그런게 아닌것 같아 한편으론 다행이다싶다가도
    이렇게 힘든 사람들이 많은거 같아
    이 세상이 무겁게 느껴지고
    어디서 작은 희망을 찾아야할까 싶네요

    남들이보기엔 부모.남편.자식. 내집. 학벌까지..다 갖고 있는거 같이 보이는 내인생이
    나는 왜 지옥인지ㅜㅜ 미스테리입니다. 진짜.

  • 8. ...
    '24.1.16 2:24 AM (222.239.xxx.66) - 삭제된댓글

    꾹꾹 담담히 눌러쓴 작은수필같아요.
    다들 각자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구나..도 느껴지고.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9. ...
    '24.1.16 2:30 AM (222.239.xxx.66)

    꾹꾹 담담히 눌러쓴 작은수필같아요.
    다들 각자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구나..인사이트도 주시고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10. ..
    '24.1.16 7:09 AM (121.163.xxx.14)

    청소해야 한다고 생각만
    몇일째 하고 있어요
    오늘은 해야하는데…
    할 수 있으려나

  • 11. ...
    '24.1.16 10:18 AM (121.165.xxx.192)

    청소를 하실 마음을 먹는 거,
    시작하시는 거,
    끝까지 해내시는 거
    모두 대단하세요.
    부정적인 감정을 이겨내는 건 저에게도 숙제인데
    저는 그것 때문에 아예 아무것도 안하게 되거든요

  • 12. ㅇㅇㅇ
    '24.1.16 10:41 AM (121.190.xxx.58)

    저도 우울할때 청소를 하네요.

  • 13. 구름
    '24.1.16 1:12 PM (14.55.xxx.141)

    저도 우울할때 청소를 하네요.
    2222222

  • 14. ..
    '24.1.16 2:01 PM (61.253.xxx.240)

    도중에 멍하니 있게 되는 것은

    마음속에 솟구치는 부정적인 감정들 때문입니다.

    비참함, 무기력감, 슬픔, 이거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을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한꺼번에 뒤섞여

    ㅡㅡㅡㅡㅡ
    아 이거 너무 공감이 가요

    댓글님들 말씀대로 뻘 밭을 헤매는 기분이 들더라도 청소하며 매일 자신을 구해내는 중이시네요
    저도 그래야겠습니다

  • 15. 댓글 주신 분들
    '24.1.16 8:50 PM (210.204.xxx.55)

    다들 감사드려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숙제이지만
    그걸 해내고 나면 작은 뿌듯함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에 기대어 살아가요.
    여러분들께서도 그런 뿌듯함이 있으실 거예요.
    그것이 더욱 커져서 단단한 버팀목이 될 겁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97819 17세 장윤주인데 지금이랑 똑같네요 13 대박 2024/07/16 4,377
1597818 당화혈색소 정상이 5.6인데 6 해가 2024/07/16 3,574
1597817 2030대 남성의 인식은 여성이 취집할려는 사람으로만 보는것 같.. 5 결혼 2024/07/16 1,946
1597816 남자 클러치백 이쁜거 좀 추천해주세요 2 00 2024/07/16 850
1597815 조국혁신당 "법무무 기자단, 한동훈 사설댓글팀으로 운영.. 9 특검포함 2024/07/16 2,095
1597814 예뻐요. 예쁜데 촌스럽다고 느끼는 여배우들 54 그냥 2024/07/16 13,319
1597813 옛날 드라마들 보고 있어요 요즘 2024/07/16 777
1597812 이진숙 청문회에 봉준호,정우성부른다네요. 6 ㄹㄹ 2024/07/16 2,829
1597811 정준기 기자, 이 정도면 기레기 맞죠? 한국일보 2024/07/16 783
1597810 잠봉베르? 8 궁금 2024/07/16 2,554
1597809 갤럭시 워치 쓰시는 분들 6 밴드 2024/07/16 1,452
1597808 학습능력 딸리는 7살 영어 수학 어찌시켜야 될까요 7 ㅇㅇ 2024/07/16 1,477
1597807 7/16(화) 마감시황 나미옹 2024/07/16 542
1597806 에어컨 올해 첨 킬때 2 ... 2024/07/16 1,069
1597805 5살이면 아빠 뽀뽀 싫어할 나이인가요? 13 dd 2024/07/16 1,575
1597804 코에 자국 안남는 궁극의 안경테는 어떤건가요 13 ㅁㄴㅇㅎ 2024/07/16 2,556
1597803 식사시 찌개 국 안먹는 집 많나요? 10 ........ 2024/07/16 2,368
1597802 잔금일전에 입주청소 문열어줘도 될까요 19 송파 2024/07/16 4,522
1597801 부모 짝사랑에서 벗어나는법이 있을까요 9 2024/07/16 2,690
1597800 고기 없는데 파채 사놓은거 뭐하면 될까요 13 .. 2024/07/16 1,791
1597799 한끼만 먹어요 8 2024/07/16 2,778
1597798 과외샘 선택하기 3 2024/07/16 917
1597797 냉동 핫도그는 미친 거 같아요 57 ........ 2024/07/16 26,779
1597796 소나타 엣지 3천만원이면 살수있나요? 4 차차차 2024/07/16 1,854
1597795 기후동행 실물 카드 2 서울 2024/07/16 1,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