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울증이 심한 사람의 청소

용기 조회수 : 6,310
작성일 : 2024-01-16 00:40:36

제가 일주일에 두 번 청소를 해요. 

잘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서 하다 보니까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세간을 정리하다가 멍...하다가 다시 정리하고 청소 도구들을 꺼내고 다시 멍...하고요. 

청소하다가 다시 멍하니...그러다가 다시 합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도 들고 무엇보다도 중간에 자주 끊기지만 

그래도 다 해냈을 때 느껴지는 뿌듯함이 청소를 계속 하게 만드네요. 

이거 덕에 제가 무너지지 않고 사람으로서 살아간다, 이 생각을 합니다. 

 

청소하는 도중에 멍하니 있게 되는 것은 

마음속에 솟구치는 부정적인 감정들 때문입니다. 

비참함, 무기력감, 슬픔, 이거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을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한꺼번에 뒤섞여 

마치 뻘밭을 헤매는 기분을 들게 합니다. 

 

저의 마음에는 조그마한 구멍이 뚫려 있는 것 같아요. 

그 구멍으로 저런 감정들이 용솟음치듯이 솟구치고 

마음을 점령하여 범람하다가 

청소가 끝나고 제가 걸레를 빨 무렵에는 순식간에 빠져 버립니다. 

그때쯤이면 저도 좀 반질반질해진 마루를 바라보면서 청소하길 참 잘했다, 이 생각을 하죠. 

 

근데 이 후련한 성취감이 좀 오래 갔으면 좋겠는데 

며칠 뒤에 청소할 때에는 흔적도 없어요ㅜㅜ 

저 위에 쓴 부정적인 감정들이 똑같이 되풀이 된다는 것이 함정이네요. 

그래도 또 꾸역꾸역 뻘 밭을 헤매는 기분으로 청소합니다. 

끝내면 또 잘했다, 싶고요. 늘 되풀이되네요. 

어쨌든 어제 월요일에 청소했으니 이제 금요일까지는 버틸 수 있어서 기쁩니다. 

저는 이렇게 하루하루 버티어 갑니다. 

IP : 210.204.xxx.55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4.1.16 12:43 AM (220.117.xxx.26)

    좋은 습관 이네요
    전 그냥 늘어져 매일 제자리

  • 2. 그럼에도
    '24.1.16 12:45 AM (211.243.xxx.169)

    너무 잘 하시고 계십니다.
    해야하는데..만 하고 못 움직이는 이가 더 많아요

    응원합니다

  • 3. 행인
    '24.1.16 12:47 AM (222.119.xxx.105)

    중증 우울증환자입니다.
    저역시 청소뻘짓을 매일 합니다.
    주변이 정돈되어야 생각도 정돈?까지는
    바라지않지만 그나마 종일 감정에 안휘둘릴려고
    노력하는 제자신이 기특합니다

  • 4.
    '24.1.16 12:56 AM (211.235.xxx.152)

    엄청 대단하신거에요!
    청소하실때 좀 빠른 음악 들어보세요.
    원글님께서 힘드신와중에 얼마나
    꿋꿋하게 노력하고 있는지
    클린어벤져스같은 청소업체 영상보면
    스스로 기특하실거에요.
    우울증에빠져 몇년동안 청소 안해서
    쓰레기집 만들고 그러잖아요.
    화이팅.

  • 5. ㅇㅇ
    '24.1.16 1:12 AM (223.38.xxx.4)

    매주 자신을 뻘밭에서 건져 주고 계신 원글님
    장하십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자신을 구해 주고 계시네요.

  • 6. 진진
    '24.1.16 1:30 AM (121.190.xxx.131)

    원글님 글 올려주셔서
    비슷한 상황인 분들께 큰 도움 되었을거에요.
    저 포함이요.
    댓글들도 다 보석같이 반짝입니다.

    저도 오늘 어떤 강의에 참석했는데
    이 나이에 왜 이짓을 하고 있냐 하는 자괴감이 몰아쳐서.정말 힘들었어요
    멀쩡한 공간에 멀쩡하게 앉아 있으면서 내ㅜ머리속만 지옥같아지는거에요.
    .오직 생각하나가 휘저어면서요.
    그때 나는 멀쩡한 공간이 아니라 나혼자 지옥속에 있는거에요.

    집에 와서 편히 먹고 쉬니까 생각이 좀 사라졌어요
    오전에 치솟았던 생각에 패배감이 들었는데 댓글님 말대로
    그 생각속에서도 밥해먹고 스스로에게 쉼을 준 대단한.일은 한거였어요

    감사합니다

  • 7. 나만그런게아니네
    '24.1.16 2:03 AM (1.224.xxx.182) - 삭제된댓글

    다들 참..힘겹게 하루하루를 이겨내시네요.
    나만 그런게 아닌것 같아 한편으론 다행이다싶다가도
    이렇게 힘든 사람들이 많은거 같아
    이 세상이 무겁게 느껴지고
    어디서 작은 희망을 찾아야할까 싶네요

    남들이보기엔 부모.남편.자식. 내집. 학벌까지..다 갖고 있는거 같이 보이는 내인생이
    나는 왜 지옥인지ㅜㅜ 미스테리입니다. 진짜.

  • 8. ...
    '24.1.16 2:24 AM (222.239.xxx.66) - 삭제된댓글

    꾹꾹 담담히 눌러쓴 작은수필같아요.
    다들 각자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구나..도 느껴지고.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9. ...
    '24.1.16 2:30 AM (222.239.xxx.66)

    꾹꾹 담담히 눌러쓴 작은수필같아요.
    다들 각자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구나..인사이트도 주시고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10. ..
    '24.1.16 7:09 AM (121.163.xxx.14)

    청소해야 한다고 생각만
    몇일째 하고 있어요
    오늘은 해야하는데…
    할 수 있으려나

  • 11. ...
    '24.1.16 10:18 AM (121.165.xxx.192)

    청소를 하실 마음을 먹는 거,
    시작하시는 거,
    끝까지 해내시는 거
    모두 대단하세요.
    부정적인 감정을 이겨내는 건 저에게도 숙제인데
    저는 그것 때문에 아예 아무것도 안하게 되거든요

  • 12. ㅇㅇㅇ
    '24.1.16 10:41 AM (121.190.xxx.58)

    저도 우울할때 청소를 하네요.

  • 13. 구름
    '24.1.16 1:12 PM (14.55.xxx.141)

    저도 우울할때 청소를 하네요.
    2222222

  • 14. ..
    '24.1.16 2:01 PM (61.253.xxx.240)

    도중에 멍하니 있게 되는 것은

    마음속에 솟구치는 부정적인 감정들 때문입니다.

    비참함, 무기력감, 슬픔, 이거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을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한꺼번에 뒤섞여

    ㅡㅡㅡㅡㅡ
    아 이거 너무 공감이 가요

    댓글님들 말씀대로 뻘 밭을 헤매는 기분이 들더라도 청소하며 매일 자신을 구해내는 중이시네요
    저도 그래야겠습니다

  • 15. 댓글 주신 분들
    '24.1.16 8:50 PM (210.204.xxx.55)

    다들 감사드려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숙제이지만
    그걸 해내고 나면 작은 뿌듯함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에 기대어 살아가요.
    여러분들께서도 그런 뿌듯함이 있으실 거예요.
    그것이 더욱 커져서 단단한 버팀목이 될 겁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46128 지름신이 와서 갈등중...두유제조기요 7 ... 2024/01/16 2,045
1546127 국짐당(맨날 이름 바꾸는 당) 정권이 되면 항상 너무 불안해요... 9 .. 2024/01/16 643
1546126 딸이 월150생활비 줘서 결혼시키시 싫단 것도 호러같은데요 33 2024/01/16 5,871
1546125 남녀의 대화 서로 어떤 사이같으세요? 38 ..... 2024/01/16 3,168
1546124 살이 이렇게 안 빠질 수 있나요??? 31 Ggg 2024/01/16 4,001
1546123 월급 실수령액 얼마부터 3.3프로 세금 떼는 게 불가능하고 4대.. 4 Dfg 2024/01/16 2,679
1546122 노원역 근처 룸있는곳 식당 찾아요 7 노원역 2024/01/16 1,111
1546121 조부모가 100억대 이상 자산가인데 58 자산 2024/01/16 25,536
1546120 아들생활비150 황당한 댓글들 8 ... 2024/01/16 3,803
1546119 한동훈 또 거짓말.jpg 23 오늘은 또 .. 2024/01/16 2,574
1546118 냉동실 훈제오리 1년 지났는데 11 아깝 2024/01/16 2,024
1546117 [연말정산] 연소득 1200 정도인 대학생 교육비 10 ㅇㅇㅇ 2024/01/16 1,680
1546116 요즘 면세점에서는 뭘 사면 좋을까요? 4 면세 2024/01/16 2,348
1546115 여론조사 꽃) 민주당 44.1%...국민의힘 32% 24 .... 2024/01/16 3,817
1546114 이런놈이 국방부장관이라니..놀라울따름 18 문재인 용사.. 2024/01/16 3,912
1546113 우리집 노견.. 12 ㅠㅠ 2024/01/16 2,351
1546112 조선사랑꾼 유현철 김슬기편... 아들 채록이 생각 좀... 17 . 2024/01/16 5,053
1546111 제가 일하고 있으면 모습이 무서운가봐요 6 굳음 2024/01/16 4,399
1546110 압구정 천지연 세신비용 많이 올랐나요? 1 오랜만에 2024/01/16 3,226
1546109 어제 몸이 아파 2 .... 2024/01/16 1,569
1546108 나쁜여자(?)라 보시나요? 12 ㅇㅇ 2024/01/16 4,753
1546107 요리학원에서 대회나가기를 권한다는데.. 11 궁금 2024/01/16 3,576
1546106 나이들면 내가 아직 젊은 시절 얼굴인줄 30 정말 2024/01/16 15,562
1546105 거니와 후니의 주도권 싸움 두둥~ 19 첩은첩꼴을못.. 2024/01/16 5,969
1546104 기차 안에서 싸움 난 거 보세요 누구 잘못인지 60 의자 2024/01/16 23,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