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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쇼핑몰이라는 신세계

어플 조회수 : 4,292
작성일 : 2024-01-14 21:09:25

주말에 중고등 애들 오후에 학원내려주고 나면

 집에 남편과 단둘이 있는게 더 고역인지 몇달됐네요.

서로 말 안하고 지내요. (이긴 사정은 차지하고)

저는 부엌, 남편은 거실에 있는데

둘다 아무말 안하고 침묵 속에서,

 바스락 신문넘기는 소리가 들릴정도로 긴장하며 시간을 보내는기분..이 싫어서, 라이드후 집에 안가고 곧장 쇼핑몰 구경이나 가야지 하며 나섰는데,

와ㅡ 나만 빼고 세상사람들 다 이렇게 멋지게 차려입고 나와서 돈쓰는 즐거움에 빠져 살고있었구나?싶게 정말 밝고 환한 세상이더군요.

연말이라 멋진 크리스마스 장식도 거기서 처음보고.

 

학원-집-마트 동네만 오가다 쇼핑몰 가니 딴세상같았어요. 멀지도않은데 딱히 갈 일이없으니 안갔거든요.괜히 나가면 돈쓰지 싶고,

애둘 키우며 보세옷만 입고,

쿠팡 기모바지, 쿠팡 만사천원차리 털운동화가 젤 따뜻하다고 입고 신고다닌 저는,

쇼핑몰은 기빨린다고 싫어했던 시절을 지나,

이젠 좀 밝고 사람 많은 곳에 가야 기운을 얻는 나이든 중년(40대후반) 이 되었더라고요.

 

혼자 쇼핑몰을 걸으며 이쁜것도 많고, 멋지게 차려입고 나온 사람들 보는 것도 눈이 즐겁고, 자라 코스 들어가 이거저거 걸쳐도 보다가 딴데 돈은 안쓰고, 애들먹을 빵정도만 사갖고오곤 해요.

 

그러다 몇주전부턴 쇼핑몰 갈 생각으로 아예 옷도 차려입고 나가게 되었어요.  행색이 추레하면 안 사려는건지 눈치챌까봐 차려입고가서 명품관도 들어가봤어요;;  어쩜 대접을 이리 잘해주나요. 이쁜 가방들은 왤케 많은가요.  기본이 삼사백...돈이 있었다면 지르고싶더라고요.

이쁜거 보고오면 일주일간은 내내  눈에 아른거려요.

 

담주엔 티파니 까르티에 들어가서 쥬얼리매장 순례하려고요 ㅎㅎ

..

.

즤 애들은 공부를 (지지리도)못하니 그간 시킨다고 시킨 저는 참 허망하기도 하고,

대학은 과연 갈수있으려나 하는 고민도 답이 없고...

남편과는 마지못해 사니 정도 없고,

친구들도 각자 사정이 있으니 고민들을 나누긴 그렇고.

나이가 들어서인가 딱히 낙이 없고..

 

그러다 명품매장들에서 대접을 받으니

이래서 사람들이 돈을 쓰게되나보다 싶은 마음도 드네요.

한 유튜버가 그러더군요.

돈을 잘 벌땐 바빠서 돈 쓸시간도 없었는데,

한순간 망하니, 내 자존감이 바닥에 있을때 우연히 들린 명품 매장 직원의 대우가 너무 고마워서, 거기서만 엄청 질렀다고요.

 

아마 저도 지금 제 자존감이 무지 낮나보다 합니다.

명품이니 외모 치장이니 같은걸 내심 얕보고? 지식 활동을 한다고 내심 뻐기고 살았는데, 그것도 다 허영의 한 종류이더라구요. 책보고 공부한다 했던 저보다 명품 치장에 쓸거 다쓰고 이쁘게 꾸미고 놀고했던 엄마들의 자식들이 공부는 더 잘하더란 말이죠.

결국 저는 저 자신의 지적허영에 빠져

정작 자식들은 신경을 덜 썼던것아닌가...엄마가 공부하면 자식들은 알아서 하리라는 착각 속에 빠져있던 거라는 뒤늦은 자괴감도 드는데, 

 

블링블링한 쇼핑몰, 화려한 명품들에 정신을 뺏기다보면 이런 내면의 고단함이 순간 잊히는 것같고,

직원이 깍듯한 대우에 순간 내가 사모님이 된 기분이 들거든요.

 

나홀로 쇼핑하는 중년 부인의 숨기고싶은 이런 마음- 집에 모셔둔 제일 좋은 코트를 입고 가죽가방을 들고간- 을 그 직원들은 알려나요. 너무 정중해서 미안할 지경이거든요;; 

다행인건 그 순간에도 통장잔고가 눈앞에 생생해서 지르려는 그 충동을 막을 수있어요.

집에 와선 혹시나하고 당근마켓에 중고로 있으려나 뒤지고있어요..

 

이런 시기도 지나가겠죠...

 

 

 

IP : 180.224.xxx.94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
    '24.1.14 9:16 PM (59.4.xxx.50) - 삭제된댓글

    작년의 저를 보는것 같네요.
    올해는 아껴야겠어요.

  • 2. 저도
    '24.1.14 9:17 PM (124.49.xxx.188)

    큰애 주말에 학원데려다 주고 바로앞 스벅에서ㅜ 아침에 커피한잔 했을때 그렇게 기분이 좋았어요..그 자유....느긋하고 무심한토욜 오전이 참 좋았지요..요즘 생각해보면 애들 학원다닐때가 뭔가 스산하고 신선하고 희망차고 좋았던것 같아요

  • 3. 엄머나
    '24.1.14 9:18 PM (223.38.xxx.60)

    원글님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나봐요.

  • 4. ..
    '24.1.14 9:23 PM (125.176.xxx.3)

    얼마전 제 모습 같네요
    글 너무 잘 쓰셨어요.
    쇼핑몰 구경만 하고, 애들 먹을 빵만 사오는 것도 같네요.
    정말 모든 뮬욕 없애가며 학원 보냈는데 그만한 결과(?) 없을때, 내 마음 추스리느라 힘들었네요.
    부디 아이들과 사이 나빠 지지 마시고, 본인 몸과 마음 잘 돌보시길..
    인생 길고, 몸도 마음도 건강하개 살다 보면 살 길이 조금씩 보이더라구요.

  • 5. 지적 매력
    '24.1.14 9:41 PM (222.234.xxx.241)

    글이 물흐르듯 자연스러워 고민토로로 느껴지지 않고 편안하네요^^
    지적매력은 숨길 수가 없나 봅니다.
    책도 읽고 쇼핑몰도 즐기고 융통성? 있게 살아요 우리

  • 6. ㅇㅇ
    '24.1.14 9:41 PM (112.146.xxx.207)

    글이 참 귀엽고, 용감하고(저는 안 사려면 명품 매장 기 죽어서 못 들어가요 ㅋㅋ
    추레하게 하고 쇼핑몰도 가기 좀 그렇고요 ㅎㅎ)
    그리고 왠지 마음 아파요.
    자기들 학원 내려 주고
    통장 잔고 생각하며 쇼핑몰 구경하다 빵만 사 오는 엄마의 마음을 아이들은 알까요…

    아이들이 알아 주지 않아도, 뭔가 내맘같지 않아도
    이렇게 씩씩한 원글님
    본인만의 행복을 잘 찾아 누리시길 바랍니다.
    아이들도 꼭 공부가 아니어도 길 잘 찾아가서 잘 살길 바랄게요…!

  • 7. ...
    '24.1.14 9:44 PM (49.171.xxx.187)

    쇼핑몰은 정말 스트레스 풀기에
    적당하죠. 쉼터같은 느낌.
    명품관 둘러보고 집에 오면서
    편의점 커피 한잔마시며
    힐링하죠. 주부의 삶.

  • 8. ..
    '24.1.14 10:05 PM (175.121.xxx.114)

    글도ㅜ잘 쓰시네요

  • 9. 33
    '24.1.14 10:22 PM (182.230.xxx.141) - 삭제된댓글

    저도 젊을땐 쇼핑몰 다니기 귀찮았는데 이젠 그 화려함.활기찬 기운 같은 그 공간의 매력이 좋더라구요..근데 시골 살아서..암튼 글 잘 쓰셨고 공감 갑니다.

  • 10. 미나
    '24.1.14 10:32 PM (175.126.xxx.83)

    저도 백화점이나 중심가 가면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구나 싶어요. 물건 살 수는 없어도 우물안 개구리 되지 않게 가끔 들러야겠어요.

  • 11. ㅇㅇ
    '24.1.14 11:09 PM (222.120.xxx.150)

    제 맘에 들어 갔다 나오셨네요^^
    글이 너무 재밌어요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살았던때
    그랬어요.
    애들 교육 잘시켜 입시에 성공하는게 나의 삶의 전부였던때,
    사교육비가 너무 커서
    어떻게든 내가 공부해서 가르치고, 아님 공부를 다시해서 재취업이라도 하자 하며,
    사람들과의 소소한 대화도 시간낭비라고 굉장히 교만하게
    난 뭐 대단한 세상이라도 사는양 혼자 있었죠.

    저도 어느날, 재밌게 살고 잘꾸미는 사람들이 입시 잘되는건 보고
    내가 굉장히 혼자 갇혀서 융통성 없이 스스로 외롭게 살았구나 싶더라구요.

    치우치지 않으려구요 이제.

    원글님 글 읽고 나의 모습을 다시 객관화 시키고 다시 다짐해봅니다.
    기분이 좋아졌어요^^

  • 12.
    '24.1.15 7:18 AM (223.38.xxx.86)

    빵값 비싸잖아요 빵 두세개 살돈으로 자라 세일하는데서 티셔츠라도 사입으세요 그렇게만 해도 너무 기분 좋던데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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