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로 회사 생활 거의 20년차 되갑니다. (프리랜서 생활 합쳐서요) 현재 해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고, 한국에서는 약 6년의 회사생활을 하고 해외로 와서 석사를 마쳤고요. 학생때는 프리랜서로 생활비를 벌고, 방학때는 한국에서의 직장경험으로 여기저기 인턴을 좀 하다가 졸업하고 나서야 제대로 된 직장을 잡아서, 올해까지 정규직으로 일한지 한 8년정도 되었네요.
한국에서는 대기업을 다녔었고, 해외에서는 작은 스타트업부터, 에이전시, 현지 대기업, 글로벌 대기업 등등의 경험이 있습니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 크기는 중소기업이지만 글로벌 마켓을 상대로 하는 기업을 다니고 있고요, 재정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일 자체도 재미있고, 특이하고 신선한 프로젝트들이 많아 샐러리가 조금 부족해도 그냥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습니다. 게다가 100퍼센트 재택근무가 가능한 점, 프라이빗 의료보험이 회사에서 모두 커버되는 점이 장점이고요.
여기까지가 배경설명이고,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인간 관계문제인데요.
저는 이 회사 현재 4년차고, 직급은 시니어이며, 레벨은 시니어중에 가장 높은 레벨입니다.
일년 전쯤에 저랑 팀장이랑 인터뷰로 뽑은 쥬니어 친구가 있는데, 저는 어플리케이션 및 포트폴리오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 친구를 OK 하지 않았었구요. 이 직종자체가 현지에서 구하기가 힘들어서 1년동안 공석이었던 자리였던지라, 팀장이 똥줄이 탔는지 재차 저에게 검토를 요구하였고, 저는 일단 면접을 한두번 더 진행해보겠다 정도로만 이야기를 했습니다.
면접 후에도 영 마음에 들지않아, (제가 보기에는 실력보다 말이 너무 거창하고, 정작 아는척은 많이 하는데 실질적인 업무질문을 물어보면 말을 자꾸 돌리는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팀장에게 별로다라고 의견을 표했구요.
한두번 다른 동료들하고 면접을 보더니, 결국 최종 합격이 되었고, 팀장은 저를 불러서 지금 업무가 너무 급해서 어쩔 수가 없고, 6개월의 프로베이션 기간이 있으니 일단 한번 보자라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저도 동의를 했구요. (이 나라에서는 6개월의 트라이얼 기간중에 고용주, 노동자 양쪽 어느 누구던 해고, 퇴사를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계약을 할때, 분명히 이 친구 경력이 잘쳐줘봐야 대학 졸업 후 3년정도 이어서 쥬니어라는 직책으로 뽑을 예정이었고, 뽑으려던 직무 조차도 저와는 다른 쪽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제 직무랑 같은 타이틀로, 게다가 시니어라는 직책으로 계약서를 진행했더라구요. 너무 황당해하니 팀장이 다시 말하길, 그 친구가 시니어를 원했고. (??????) 직무 타이틀도 제 직무 타이틀을 원했으며 (이거는 그 친구 직책이 특이 직종이라, 제 직무타이틀로 하면 나중에 다른 회사가서도 범용적으로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긴합니다), 팀장 말이 당장 너무 급하고 일을 처리할 게 많아, 그 친구 의도대로 해줬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같은 시니어라도 레벨은 너보다 훨씬 낮으니 걱정말라? 는 말을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자세한 일정보고나, 프로젝트 과정보고는 너에게 하게 시키겠다고...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었지만, 저랑 경력이 거의 15년차인데... 당황스러웠고 자존심도 상했지만, 저야 뭐 돈받는 회사원이니 그냥 알겠다고하고 다녔습니다.
문제는 이 친구가 보고를 안하더군요. 프로베이션 기간중에는 잘보이려했는지, 종종 친한척도 하고 업무적으로도 별 문제가 없었는데, 프로베이션 기간 딱 끝나고 나서, 완전 제멋대로입니다. 혼자 진행하고, 다른 팀 리드랑 제 의견도 묻지 않고 진행을 하거나 하네요. 이 일로 팀장과 각팀 리드한테 몇번 이야기를 해서 팀장은 아주 곤란한 표정으로 몇번이고 저에게 자기가 잘 이야기하겠다 약속까지 했습니다.
황당한건 팀장앞에서는 알겠다고 대답하고 저에게 개인적으로 단둘이 있을때는 철저히 생깝니다. 이를 보고 있던 다른 팀 리드가 심지어 저에게, 쟤 말 안듣지? 라고 한 적도 있어요. ㅎㅎ
몇 달간 제가 좀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소위 MZ세대, Gen Z 라 그런가. 아니면 내가 동양인이라 그런가. 그 친구는 거의 뭐 제 조카뻘에 키도 크고 덩치도 어마어마하거든요. 그런데 일이라도 잘하면 모를까, 자기 분야는 특수분야니 잘하는 것 같습니다만, 직위가 저랑 같은데, 제 분야는 경력을 보니, 온라인 코스 6개월 두번, 총 1년 들었더라구요. 실무경력은 전무합니다.
그러니 저한테 배우던가 아니면 이 회사에서 알아서 배우던가 해야하는데, 이런 애송이를 시니어 레벨을 준 팀장이 제일 문제라는건 말할 것도 없고요. 실무는 배우는 게 없으니, 몇번 다른 리드들이랑 같이 일을 하다가 일이 좀 별로였었는지, 그 리드들이 결국에는 저를 찾아서 저랑 일하겠다고 한 상황입니다.
저는 업무량이 많아 사실, 퀄리티가 후지건 딸리건 간에 될대로 되라지 하고 그 어린 친구한테 일을 몇개 나눠줬었는데, 그 일이 리드들한테 다시 토스되어 저에게 결국 다시 왔습니다.
더 문제는 이 어린 친구가 저를 계속 의식하는게 느껴지는게요, 회의때나 뭐 모임때나, 뜬금없이 유투브에서 본 무슨 기술같은거를 토픽으로 삼아 설명하면서 저한테 그거 아냐고 꼭 물어보더라구요. 제가 알면 마는 거고, 모르면 어떻게든 쫑크를 줍니다. ㅎㅎ 사람들 앞에서 묘하게 제 작업 디스하는 이야기를 할 때도 있고요. 자기가 더 잘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한적도 몇번 있습니다. 제 현재 프로젝트를 탐내서, 현재 프로젝트 개발팀 리드를 따로 만나, 회의에 자기를 껴달라고 자기도 프로젝트 멤버인냥 연기 했다가 ㅎㅎ 그 리드한테 재차 확인 연락을 받고선, 제가 그 친구를 초대 목록에서 삭제한 적도 있어요. 정말 말도 안되게 유치한 짓을 합니다.
얼마전에는 팀원 한명이 퇴사를 했는데, 자기가 자진해서 팀 어벤저스 포스터를 만들어 퇴사하는 팀원에게 주겠다고 하더니, 글쎄 모든 팀원 얼굴을 크게 포스터에 배치해서 어벤져스 처럼 합성을 해놓고, 제 얼굴은 개미만하게 만들어서 자기 발밑에 위치하게 레이아웃했더군요. ㅎㅎㅎㅎㅎㅎ 너무 어이없어서 그냥 아무말 안하고, 웃었습니다.
물론 포스터를 다 프린트해서 나누어줬지만 저는 안가져갔어요.
이거 말고도 별일이 다 있었는데, 팀장한테는 몇번 말을 해서 팀장은 이미 알고있구요. 리드도 몇명은 알고 있습니다. 이 친구 나이가 저희팀에서 제일 어려요. 27살이고, 나머지는 다 40대 50대 60대입니다. 그 중에서 제가 오직 한명 동양인이죠. 이 친구는 동유럽친구구요.
진짜 어이없고 내가 이런 유치한 애를 상대해야하나 싶다가도, 뭐 불러내서 뭐라하기도 참 그런게, 이미 팀장도 경고 줬고 했는데 앞에서만 네네 하고 말을 안들으니, 뭐 제가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는 것 같기도 하구요. 리드들은 일을 저를 주니 뭐 일적인 부분에서 제가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건 없습니다. 그냥 팀회의나 이럴때 얼굴이 잔뜩 뾰루퉁해서 제가 하는 말 족족 말대꾸하는게 꼴보기 싫을 뿐이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또 한명 호주 남자직원이 있는데, 그 어린친구랑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사람입니다. 그때 왜 팀장이 그런 사람들을 둘이나 뽑았는지 모르겠는데, 둘다 운좋게도 프로베이션 기간은 통과해서 지금까지 살아남았으나, 둘다 업무능력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떨어지는 편입니다. 제가 호주직원하고 단둘이 할 일이 많았는데, 자꾸 일정대로 안하고, 보고도 제대로 안하고 해서 제 업무까지 영향이 미쳐 몇번 제가 피해를 봤었구요. 팀장이 이 일을 알게되어, 저에게 자초지종을 물었고, 그 호주 직원에게 경고를 준 상태입니다. 결론은 그래서 그 호주직원과 이 헝가리 애송이 둘이 저를 참 싫어하네요. ㅎㅎ 싫어하는 티를 내는건 뭐 기본이고, 업무일정이나 계획도 저에게 가장 늦게 알려줘서 제가 허겁지겁 일을 처리한 적도 있습니다.
제일 문제는 팀장인데, 저에게는 늘 지지를 하고 업무적으로 도와주려고 하는 분입니다만, 동시에 그 둘을 제대로 처리를 못하기도 해서, 제가 자주 빡치는 상황이 연출이 되니까, 저도 스트레스를 받고, 다른 회사로 이직해야하나 별 생각이 다 듭니다.
그냥 하소연한번 해봤습니다. 딱히 방법이 있어보이진 않는데, 혹시라도 회사에서 처세술 잘 하시는 분 있으신가요? 제가 이 애송이 3년차와 거만한 호주 직원을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하는지 조언이라도 주실 분 계신가 해서 글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