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릴때 키웠던 망나니과 강아지

첫강아지 조회수 : 3,320
작성일 : 2024-01-09 21:08:56

엄마가 친척집에서 얻어 오셨다며 델몬트 쥬스박스 옆에 구멍을 뚫어서, 데리고 오셨던 치와와 혈통이 섞인 새끼 강아지.

 

얼마나 귀엽던지....당시는 강아지문화가 발달을 안해서 전용사료도 없이 밥,간식을 먹이면서 아파트에서 키웠다. 산책 이런것도 몰랐다.

 

학교 다녀오면  꼬리를 흔들며 나오는 이 생명체가 너무도 신기하고 예뻤다.

 

다 좋은데 한가지 단점이  있었으니 진돗개 워너비였는지  주인인 엄마만 따르는 것이었다.  조그만 녀석이 엄마를 수호하는 경비대원으로 스스로를 착각하고 살았던 녀석이었다. 그게  좀 아니 많이 피곤했다.

엄마 옆에만 누워도 으르렁거리고 비키라고 했다. 내 입장에서는 졸지에 엄마없는 하늘아래도 아니고   개는 원래 이런건가?  혼란스러웠다.

 

어느날은 배달온 아저씨가 엄마께 잔돈을 주시는데 엄마를 공격한다고 착각하고 엄마품에서 아저씨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이놈이 부웅 날랐다. 결론은  다리가 부러짐. 얘는 중력의 법칙을 몰랐다.

 

치킨 다리만한 사이즈의 다리에 기브스를 하고 한동안 지냈었다. 솔직히 좀 웃겼다. 웃어서 그런가... 나중에 나도 다리를 접질러서 반기브스를 했다. 남의 아픔에 웃으면 안됀다.

 

치와와를 안키워봐서 모르겠는데  성격이  많이 아주 많이 호전적이었다.  손님이 오면 미친듯이 짖고 맘에 안드는  적들(엄마의 친구들)의 뒷꿈치를 물어서 스타킹을 빵구내기도 했다. 강형욱 샘도 그당시에는 없었고...그냥 망나니 개썅마이웨이로 원없이 살았다.

다행히 건너 아파트 상가에 동물병원은  그나마 있었다. 검은 뿔테안경을 낀  키가 큰 수의사샘이셨다. 

 

어느 겨울날  학교에서 돌아온 나를 반기며 강아지가 나타나는데 온몸에 동그란 혹이 수십개가 볼록볼록 있는 거였다. 지옥에서 온 강아지 뭐 그런 모습이었다. 뭐지?  꼬리는 흔들고  오는데 나도 모르게 뒷걸음을 쳤다.

 

도우미 아주머니왈 쥐포를 좀 줬는데 

그래서인가? 하셨다.  무섭게 변한 강아지를 품에 넣고 두터운 잠바지퍼를 최대한 올리고 병원으로 갔다. 케이지? 그딴건 그 시절엔 없었다.걸어서 20분거리였는데   지금도 생각나는건 걷다보니 강아지가 꽤 묵직해서 팔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강아지는 주사와 약으로 금방 나았다.

하지만  여전히 엄마를 독차지하려고 식구들도 잘 물고 좀 못된 강아지였다. 

그래도 그 큰 눈망울과 보드라운 털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고 귀엽디 귀여웠다.

 

어느날  엄마는 청천벽력같은 말씀을 하셨다. 내가 공부를 너무 안해서 강아지를 딴곳에 보내기로 했다고...  알고보니 수의사샘이 데려 가는 거였다. (전문가 밑에선 그 드러운 성질을 고쳤을까? 영원한 미스테리다)

 

이별의 날, 울면서 강아지를 수의사샘에게 드리고  창밖으로 밑을  내려다 보니 샘이 차에 강아지를 태우고 붕 떠나셨다.

 

난 여전히 공부를 안했다. 강아지만 없어진  슬픈 나날들이었다...

 

 

 

 

IP : 118.235.xxx.211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후로
    '24.1.9 9:13 PM (124.57.xxx.214)

    그 강아지는 어찌 됐을까 넘 궁금하네요.

  • 2. 아잉
    '24.1.9 9:15 PM (106.102.xxx.169)

    투비컨티뉴 인가요?ㅋㅋㅋ
    꼴딱꼴딱 숨 넘어가요
    그래서 갸는 어찌 다시 상봉을 했나요?

  • 3. ..
    '24.1.9 9:15 PM (211.221.xxx.33)

    망나니 새끼 강아지를 키우는 애견맘으로 읽으니 눈물이 나네요.
    강아지와 이별 한다는게 너무 슬퍼요.

  • 4. 강아지는
    '24.1.9 9:17 PM (118.235.xxx.151)

    수의사샘이 키우셨대요.
    그후로는 다시는 못봤습니다.

  • 5. 왜요 왜?
    '24.1.9 9:32 PM (175.195.xxx.148)

    개를 보낸 진짜 이유가 뭐예요?

  • 6. 마지막
    '24.1.9 9:43 PM (180.69.xxx.124)

    난 여전히 공부를 안했다. 강아지만 없어진 슬픈 나날들이었다...

  • 7. 흠흠
    '24.1.9 9:49 PM (125.179.xxx.41)

    글이 웃기고 슬퍼요..ㅋㅋ

  • 8. ^^
    '24.1.9 9:53 PM (125.178.xxx.170)

    무슨 일본 영화 한 편 본 듯요.

    그런데, 그 옛날 엄마들은 왜 그리 야멸찼을까요.
    저도 중딩 때 얻어온 강아지 며칠도 안 돼
    엄마가 딴집 줘 버린 경험이 있어서요. 똥오줌 못가린다고요.

    지금 노견 13년째 키우는데
    옛날이었어도 저는 그리 못했어요.

  • 9. ..
    '24.1.9 10:03 PM (121.163.xxx.14)

    저 어릴 때
    친구네가 치와와를 길렀었어요
    발바리랑 세퍼트만 키워봤는데
    치와와 보고 엄청 충격받았었어요
    너무 작고 귀여워서요

    어릴 땐 키우던 강와지와 저도 몇번 이별했어요
    원글과 비슷한 방식으로 ….
    이유가 뭐든간에

  • 10. ..
    '24.1.9 10:10 PM (183.102.xxx.190) - 삭제된댓글

    지옥에서 온 강아지 ㅋㅋ
    글이ㅈ넘 재밌어요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 11.
    '24.1.9 10:19 PM (61.43.xxx.207)

    님 너무 귀여워서 어째요^^

  • 12. 정말요?
    '24.1.9 10:44 PM (175.195.xxx.148)

    진짜 그게 이유예요?
    자식이 공부 안 하는 거랑 개랑 무슨 상관???

  • 13. ..
    '24.1.9 11:05 PM (99.228.xxx.143)

    저희도 개 키웠었는데 저희부모님은 시골분이라 미신같은게 있어서 키우던개 집에서 죽으면 안된다고 나이들어서 팔았어요. 저 어릴때라 기억은 잘 안나는데 얼마전에 물어보니 절대 잡아먹지 않는다는 약속받고 파셨다는데 그당시에 늙은개를 식용아니면 뭘로 사갔겠나요. 에휴. 지금 반려견 키우는데 그때 생각하면 너무 가슴아파요. 지금하곤 다른 시절이었죠. 개는 그냥 가축 그이상도 이하도 아닌시절.

  • 14. 저장
    '24.1.9 11:09 PM (59.12.xxx.215)

    그냥 망나니 개썅마이웨이로 원없이 살았다...에서 빵 터졌다가..
    마지막에 울컥했네요.
    만나고싶은 원글님

  • 15. 네네네네
    '24.1.9 11:30 PM (211.58.xxx.161)

    귀찮아서 버린거아니에요??
    뭔 개 버리는이유가 그럽니까???

  • 16. 귀여워서
    '24.1.9 11:53 PM (180.68.xxx.158)

    납치당한거…
    수의사쌤한테.
    여전히 개썅마이웨이로 그녀석은 잘 먹고 잘 살았고,
    납치범을 주인이랍시고,
    목숨 걸고 지켰겠죠.

  • 17. ㅋㅋㅋㅋ
    '24.1.10 1:16 AM (58.236.xxx.72)

    ㅋㅋㅋㅋ 재밌게 잘읽었어요

  • 18. 두번째 강아지
    '24.1.10 2:06 AM (58.224.xxx.2)

    도 왠지 있을거 같아요.
    너무 재밌네요.유머는 타고나는거.
    또 써 주셔요^^

  • 19. 어릴때
    '24.1.10 4:36 AM (121.166.xxx.251)

    옆집 아주머니도 애들 공부안한다고 시골로 강아지 보내버렸어요 그집 아들이 울면서 나중에 부모님 늙어서 아프면 자기도 갖다버린다고...

  • 20. ㅎㅎ
    '24.1.10 6:10 AM (118.47.xxx.9)

    글이 너무 귀여워요.
    덤덤하면서도 생동감 있구요.
    저도 강아지랑 몇번 이별했었네요.
    그 시절 엄마들은 왜 줬다 뺏었다...ㅠ

  • 21. ㅜㅜㅎㅎㅋ
    '24.1.10 6:31 AM (218.50.xxx.110)

    웃기고 슬픈 글....
    강쥐 더 키우셨음 썰좀 더 풀어주셔용

  • 22. ㅜㅜ
    '24.1.10 8:47 PM (211.58.xxx.161)

    무슨 시골은 개받아주는곳인가 다 시골로 보낸대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90499 블핑 지수는 살이 잘 찌는 체질인가봐요 21 .. 2024/06/22 6,587
1590498 갓지은 밥에 밥도둑 반찬들 5 2024/06/22 3,556
1590497 돈주고 학원보내면서 숙제나 단어 관리 전혀 안하는 부모님은 15 ㅇㅇ 2024/06/22 2,883
1590496 이런 스타일 남편이랑 14년 사는데... 속터지는 제가 이상한건.. 18 ... 2024/06/22 5,544
1590495 큰학원에 브랙리스트 3 큰학원 2024/06/22 1,593
1590494 집주인이 에어컨을 못달게 해요 ㅠ 12 그럼 2024/06/22 3,891
1590493 치부책 쓰는 사장 3 .. 2024/06/22 1,413
1590492 순대사먹으면 배추된장국은 무료로 주던 시절이 있었어요^^ 10 ^^ 2024/06/22 2,125
1590491 싱크대 부엌장 손잡이 어떤게 좋을까요? 1 ... 2024/06/22 975
1590490 헬스 피티 받는 분들 근육통 질문 8 장마시작 2024/06/22 1,880
1590489 중등 치아 앞니 군데군데 하얗게 된것도 충치인가요? 12 치아 2024/06/22 1,837
1590488 모고성적과 내신성적 10 2024/06/22 1,471
1590487 할머니들은 진짜 거실에어컨 틀고 방문열어놓으면 43 근데 2024/06/22 23,642
1590486 또 뭐가 불만인지 일주일째 저기압에 삐진 남편 16 ........ 2024/06/22 4,243
1590485 살면서 이름을 바꿨을 경우에요 3 이름 변경 2024/06/22 1,600
1590484 안부수 딸 카톡에 아빠와 검사의 부당거랴 정황 5 쌍방울 2024/06/22 1,643
1590483 임신햇을때 음식 신경 쓴분들 아이 똑똑한가요? 29 태교 2024/06/22 4,153
1590482 그린벨트 풀어서 공급한다면 굳이 지금 비싸게 살 이유가... 1 ... 2024/06/22 1,062
1590481 전지현은 인어가 찰떡으로 잘 어울리네요 8 .. 2024/06/22 2,657
1590480 안전하고 쓰기 좋은 도마 추천해 주세요 5 문의 2024/06/22 2,309
1590479 엄마와 사이좋은 분들이 제일 부러워요 9 모녀 2024/06/22 3,118
1590478 리사 끼가 대단하네요 33 .. 2024/06/22 19,522
1590477 일어나면서 절규했..ㅎ 7 2024/06/22 4,511
1590476 저희집 고양이 냄새 때문에 힘들어요 15 자유 2024/06/22 4,311
1590475 수동 공격이라고 아세요?(feat.구혜선) 35 ㅇㅇ 2024/06/22 8,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