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에 30대 중반 분 인강으로 대학 간 얘기하면서 의지가 없는 애들은 사교육 시켜봤자
아니냐고 해서 여러 분들 속 뒤집어졌던데 저도 그 말엔 원칙적으로 동의는 하지만 막상 저도 자식 있고 이제 중학생 되는데 갈피를 어떻게 잡아야 하나 판단이 안서서
정말 오랜만에 수능 문제 풀어봤습니다.
참고로 저는 80년대 초반생이고 수능 문제는 몇 년에 한 번씩 재미로 풀어보는 사람입니다.
불과 5년 전에 풀어보고 에이 뭐 괜찮네 이 정도면.. 했거든요.
그 이후로는 손 놓고 있었는데
이번에 불수능이네 뭐네 얘기 나와서 수능 바로 다음날 다운로드 받아서 푸는데
와,,,,,
영어 문제를 틀려보긴 첨이네요.
그것도 2개씩이나..근데 문제 다시 봐도 틀렸을 거에요.
난이도 낮은 것들도 지문의 팩트를 완벽하게 이해해야 풀 수 있는 거고
문단 순서 재구성 하는 문제는 평소에 다양한 비문학 지문을 접해봐야 되겠던데요.
영어학원에서 괜히 토플이니 뭐니 어려운 거 들이미는 게 아니네요.
근데 의외로 어휘는 그렇게 고난이도 아니에요. 심지어 각주로 설명해주는 단어들도 그렇게 어렵지 않구요.
대신 지문 길이는 물론이고 문장 구조가 훨씬 복잡해요. 다양한 지문을 접해서 나오는 지문 행간이나 바깥의 의도까지 파악하는 센스가 있어야 1등급이 나오겠더라구요.
언어영역 3등급 나오네요.
객관적으로 언어가 외국어보다 난이도 더 높은 거 맞아요.
진짜 처음 몇 장은 거의 20번까지 하나도 안 틀려서 속으로 풉... 아직 살아있네~~ 했는데
그 이후로 좍좍 틀리는데 ㅜ.ㅜ 쉬운 문제들은 무조건 다 맞아야 돼요.
근데 쉽다는 게 지문을 제대로 빨리 똑바로 읽어야 풀 수 있는거지 그냥 슥~ 봐서
답 나오는 문제는 영어나 국어나 한 개도 없어요.
저 40대 초반인데 한 때 논술로 상도 타고 대학 가서는 서술형 시험 대비나 이외 글 써야 될 일 있으면 저 찾을 정도로 국어는 어지간하게 해요. 영어는 토플 토익 텝스 전부 한 번씩만 보고 650 980 950
받았구요. 근데 이번 수능 어렵네요.
학군지 살면서 애들 어릴 때부터 영어니 수학이니 아주 녹초를 만드는 걸 계속 보면서 이게 맞는건가 싶었는데 지금 이런 형태의 수능과 한 번이라도 삐끗하면 안 되는 내신이라면
깔대기에 대고 일단 들이부어 보고 그 중 백분의 일이라도 흡수가 되라.. 선행의 선행 쳇바퀴를
돌려놓고 그 힘으로라도 몇 발자국 더 나가라... 뭐 이런 기대를 할 수 밖에 없겠어요.
글쎄 모르겠네요. 저희 아이가 6년 후에 수능 볼텐데 과연 이런 문제들을 어느 정도로 소화를 할 수 있을지 갈피가 안 잡혀요.
초등 교과서만 봐도 예전과 많이 달라요.
사회 과목들도 엄청 디테일해지고 내용 자체가 양이 많아졌어요.
중등 과학도 초등 때보다 갑자기 단계가 확 뛰어서 이거 그냥 학교 수업으로 전부 이해가 되려나 의구심이 들기도 하구요.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될놈될이고 대학은 자기 그릇대로 가는 것도 맞아요.
근데 예전에 100미터를 15초안에 들어오면 될걸 요즘엔 온갖 장애물과 함정을 파놓고 10초 안에 들어와라 이런 정도의 난이도 차이 같아요.
누구나 적당히 사교육 시키고 적당히 선행시키고 싶죠. 근데 그 적당히가 나만 적당하면 뭐하나요.
내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솔직히 아무도 자신 못하는 거구요.
인구가 줄어들면 사교육이 좀 가라앉으려나 하는 것도 헛된 기대 같아요.
의대도 간판이 중요하고 인서울도 그냥 진짜로 인서울 갖고 되겠나요?
한숨 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