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바빠지게 되어 이번달은 좀 즐겁게 보내보자 해서 좋아하는 지인에게 전시회 같이 가자고 했었어요. 취미가 그림인 사람이라서요. 근데 독감 걸렸고 시간도 안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취미 모임에서 만난지 십년 넘었는데 호감이 가서 1~2년전부터 두세달에 한번 이런저런 제안을 했었는데 세번에 두번 정도는 거절(이유는 있었어요)하고 한번 정도는 만났던 것 같아요. 타이밍이 안맞았는지, 일대일 관계가 불편한 건지 내가 별로인지 확실히 몰랐는데 두번째와 세번째가 섞인 이유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아하는 선배 언니도 너무 바쁜 사람인 건 아는데 제 제안에는 난색을 표하다가 다른 사람과는 시간 내서 영화도 보고 전시회도 갔다는 걸 알게 됐어요. 호감이 있으면 없는 시간도 만든다는 건 남녀 관계에서만 유효한 게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생각해보니 그 둘에게는 늘 제가 먼저 연락하고 제안했지 그들이 제게 뭘 하자고 하거나 연락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새해 첫날 늘 제게 만나자고 하는 지인이 새해 인사를 하며 언제 좀 시간이 나냐고 식사 같이 하자고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이 분께는 제가 먼저 연락을 하거나 제안을 한 적이 없더라고요. 근데 이번에도 역시 선뜻 만나자는 대답이 안나와서 시간 날 때 연락드린다고 얼버무렸네요. 제가 좋아하는 두 사람과 이 분의 차이를 생각해보니 두 사람은 온화하고 수용적인 분위기라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요. 마지막 분은 카리스마도 있는 능력자인데 같이 있으면 이상하게 버겁고 힘든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마지막 분도 주변에 사람은 많아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 건 동성간에도 쉽지 않네요. 그리고 저 분들은 다 성인이 되어 만난 사람들인데 어릴 때부터 친구인 몇몇 절친들은 제가 제안하고 거절하거나 반대의 경우에도 서로 전혀 그걸 마음에 두지 않아요. 바쁘다면 진짜 바쁘구나, 이해되고 길게 설명이 필요없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