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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유전자의 자연스러운 세팅입니다.

이치 조회수 : 6,602
작성일 : 2024-01-06 23:53:11

대문글에 올라온 중년 여성들의 자기 검열에 대해서 글을 읽었습니다. 

일리 있는 글이죠. 사회적인 시선, 혹은 가치관이 중년 여성들의 여성성 표출을 제약하는 것도 현실이구요. 

근데 저는 그게 우리 유전자의 자연스러운 세팅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말씀드리고 싶은 건, 그런 시선, 혹은 제약은 오히려 중년들을 보호하는 장치라고 생각해요. 

이 선 밖으로 나가면 추해지니까 가급적 조심하라는 무언의 장치 아닐까요? 

 

젊은 사람들은 과감한 패션이나 애정표현을 하더라도 우리가 귀엽다고 눈감아 줄 수 있습니다. 

그게 우리의 본능으로 허용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뭘 해도 이쁘죠. 

그런데 나이들어 살가죽 늘어지고 늙음이 얼굴에 자리잡아 있는데 과감한 화장이나 패션을 해봐야 

나이든 게 더 도드라져 보입니다. 

사실 요새는 뭘 어떻게 하고 다니든 앞에서 말하는 사람은 좀 적은데, 

그런 패션으로 다니는 분들이 자기 도취가 심해요. 쉽게 말해서 자기가 예쁜 줄 압니다. 

그런데 안 예뻐요...저도 앞에서는 말 못하고 여기서나 이렇게 얘기합니다. 

저도 외모가 추해지기 시작하는 중년의 나이라서 이렇게 솔직하게 말해봅니다. 

 

저도 제가 젊다고 생각할 때에는 누가 뭐라든 자기만족으로 양갈래머리를 하든 
스키니쫄바지를 입든 그건 자기 마음 아니냐고 생각했는데 

제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깨달으니 소위 중년의 점잖은 패션을 사람들이 선호하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그 점잖은 패션이 우리의 나이듦을 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애정행위의 경우는 더 말 안해도 아실 겁니다. 

서로 뜻이 맞아서 연애를 하든, 모텔을 가든 아무도 안 말립니다. 앞에서 티내지만 않으면 돼요. 

나이든 사람들이 젊은 애들처럼 치장하고 애정행위 과감하게 한다고 생각해봐요. 

그런 사람이 나한테 과감하게 고백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소름끼치는 일입니다.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네요. 저는 실제로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이게 사회적 가치관으로 훈련되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 전에 우리 본능이, 유전자가 시키는 감정입니다. 

나이 들어서 이러저러해야 한다고 하는 규정이나 가치관은 우리를 압박하는 틀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추해지지 않게 보호해주는 안전판이기도 한 것입니다. 

 

대문글 쓴 분이 젊은 연예인을 보고서 나이든 중년 여자들은 쟤네 엄마 참 좋겠다, 

이렇게 말하는 쪽으로 교육되고 압박을 받았다는 논지로 말씀했습니다. 일리 있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역으로 이 상황을 뒤집어 봅시다. 만약 중년 여자가 젊은 남자 연예인을 보고서 

저 남자와 섹스하고 싶다고 말했다 칩시다. 

 

늙은 여자가 왜 그런 말을 하느냐, 도리에 어긋난다, 이렇게 광광대는 성토가 따라오죠. 

그게 억울한 압박이기보다는, 그 젊은 남자 연예인의 입장에서 하게 되는 얘기입니다. 

내 아들에게 나이든 여자가 사랑을 고백하면서 자고 싶다고 말하는 거 한번 생각해 보세요. 

나이 많은 존재가 어린 사람들에게는 그런 존재입니다. 부모 역할 외에는 자기 욕망을 드러내면 인 되는 존재로 설정되어 있어요. 

어린 사람들을 보호하고 우리는 그 디딤돌 역할을 하게 되기로 이미 본능에서 약정되어 있어요. 

우리도 이런 본능적, 사회적 계약을 통해서 보호받으며 컸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성적 욕망을 '섹스하고 싶다' 등의 말이나 성행위를 시도하는 것 등으로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입니다. 

나이 든 사람이 젊은 이성에게 성적 욕망을 드러내면 그 사회적 계약을 깨는 존재가 됩니다. 

대신 우리는 팬클럽에 가입해서 활동하거나, 혹은 엄마처럼 말하게 되는 것으로 승화시키는 쪽을 택합니다. 

그것은 엄마처럼 말하고 행동하라는 압박이기도 하지만 우리 욕망의 건전한 승화이기도 하면서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틀인 것입니다. 

이건 남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성매매를 할 상황에서 자기 딸이 생각나서 그만두는 남자들도 꽤 있을 겁니다. 

세상은 그렇게 조금 조심하는 사람이 지키고 발전시켜 왔습니다. 

 

욕망은 굉장히 이기적입니다. 그래서 그걸 드러낼 때 자신이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 

세상의 질서를 훼손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잊고 마음대로 해보라고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되는 게 있습니다. 우리가 늙었다는 사실을...

늙은이들이 이러는 걸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더 나아가 이런 혐오는 사회적 압박이기 이전에 우리의 유전자가 시키는 거라는 사실을...

저는 이런 생각을 하다가 나이 드는 것이 우리에게 축복일 수도 있다는 결론까지 내리게 되더군요. 

적당히 자기 욕망을 접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사회적 역할로 그 욕망을 치환시켜 표현할 줄 알아야죠. 

배우가 비극적인 선택을 해서 가슴이 아프지만 나의 아저씨에서 이선균의 모습에 우리가 공감한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런 부분에 있죠. 

젊은 여자애를 보고 자기 남성성을 어필해서 사귀고 싶어하는 중년의 남자보다는 

어떻게든 잘 이끌어서 사회의 일원으로 살게 해주려고 돕는 아버지, 삼촌 같은 존재가 

바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인 겁니다. 

IP : 210.204.xxx.55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세상은 변한다
    '24.1.7 12:01 AM (61.105.xxx.165)

    자기가 이쁜줄 알고 그러는게 아니라
    그냥 그 옷이 입고 싶어서 입어요.
    세월이 많이 지나면
    우리도 할머니들 민소매 옷 입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겠죠.
    남자들도 예전보다 많이 꾸미는 시절이고..

  • 2. ..........
    '24.1.7 12:09 AM (220.118.xxx.235)

    그 원글은 과한 옷차림 따위나 젊은 남 연예인을 성적으로 보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었던것 같은데요........??

  • 3. 여성성의 어필
    '24.1.7 12:18 AM (210.204.xxx.55)

    음...그러니까 저는 그 원글님이 여자들에게 엄마라는 히잡을 씌우고 여성성을 어필하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적인 시선이나 가치관이 압박적이고 잘못됐다, 라는 논조로 글을 썼다고 이해했고요.
    엄마라는 사회적 위치를 벗어나서 여성성을 표출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젊은 남 연예인을 성적인 시선으로 보면서 표출하는 방식은 엄마로서 한다는 것은
    그 원글님이 본인의 글에 예로 들었기 때문에 저도 제 글에 썼어요.

  • 4. 그 원글님이
    '24.1.7 12:27 AM (58.148.xxx.110)

    말하고자 하는게 뭔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여성성이라고 말하기보다 한 인간으로서 엄마라는 역할에 너무 매몰되어 본인을 잃지 말라 라고 말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남자나 여자이기전에 한인간으로서 자신의 욕망이나 꿈을 아는 것이 먼저일것같은데요

  • 5. 와우
    '24.1.7 12:30 AM (122.37.xxx.67)

    글 너무 잘쓰시네요

  • 6. ......
    '24.1.7 12:52 AM (211.221.xxx.167)

    엄마.부인 보다 여성성을 내세우는게 뭐가 어때서요.
    서양은 나이들어대 끈나시 잘만 입고
    쪼글쪼글 할머니도 원피스 수영복 입어요.
    우리나라에서 그러면 나이든 여자가 추하다고 하겠죠?

    원글같은 그런 시선부터가 문제라구요.
    나이든 사람이 왜 꾸미면 안돠고
    젊은 패션 중년이상 패션으래 나누는 것부터가 이상해요.

  • 7. 그리고
    '24.1.7 12:54 AM (211.221.xxx.167)

    나의 아저씨의 이선균?
    아무데나 오줌싸면서 부인한테는 소홀하고
    어린 여자한테만 마음쓰는?
    그 친구들 하는 소리는 어린 여자애가 너 좋아하는거라며
    낄낄거리고 엮어주려고 하는데 무슨 좋은 아저씨 ㅋ

  • 8. 저도 나이가 드니
    '24.1.7 1:03 AM (210.204.xxx.55) - 삭제된댓글

    이런 생각도 하게 되네요.
    대문글 원글님의 생각도 맞는 생각인데, 거기에 제 생각을 덧붙여 봅니다.
    세상 일이 마음대로 안 됩니다. 나이 들면 더 그렇죠.
    그런데 어차피 사라지는 젊음이나 여성성, 남성성을 계속 어필하려는 노력보다는
    사회적인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우리 욕망을 더 건전하게 살리는 방법이란 얘기죠.

    저는 나의 아저씨가 어린 사람을 도와주려는 기성 세대의 표본을 그린 드라마라고 봐서요.

    여성성을 드러내며 사는 끝판왕 중에 수잔 서랜든이 있는데
    이분이 12살 연하의 남편하고 이혼하고 30연하 카페 사장하고 열애를 했어요.
    그 나이에 젊은 남자한테 여자로서 어필하는 것도 놀랍긴 한데, 역주행이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 9. ...
    '24.1.7 1:11 AM (218.155.xxx.202)

    유전자 세팅이 그렇게 된 이유 또하나는 중년의 나이에 성적매력 풍겨 아기를 가지면 그 아기를 키우기엔 너무 힘들고 다 키우기 전에 죽어버렸기 때문도 있는거 같아요

  • 10. 원글인정
    '24.1.7 1:14 AM (125.178.xxx.152)

    원글의 논리 저도 동의합니다
    안 그런 분들도 있겠지만 어찌 남의 시선을 무시하겠습니까
    나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분은 남에게 피해 안 주는 선에서 하시면 되고요
    타고나는 찬성도 있고 사회적 환경으로 제어할 수 있는 부분도 있겠죠

  • 11. 맞는말
    '24.1.7 1:17 AM (70.106.xxx.95)

    맞는말이죠
    글 잘 쓰시네요

  • 12. 갱년기
    '24.1.7 1:18 AM (210.204.xxx.55)

    제가 이제는 갱년기 초입에 있어요. 만사가 다 싫고 짜증이 납니다.
    그런데 이런 증세를 겪는게...인간이 오래 살아서 그래요.
    인류 생성 초기에는 14~15세면 2차 성징이 생겨나서 성행위를 통해 임신 출산이 가능했어요.
    수명이 40 정도였을 것이고 영양의 문제 등으로 50가까이 되면 폐경이 되었을 거예요.

    갱년기는 몸과 정신이 한 번 죽었다 깨어나는데
    까마득한 옛날에는 이 시기를 겪는 사람이 얼마 안 됐고 그 사람들은 노인으로 대접을 받았어요.

    그 시절에는 현재의 중년 여인이 손자뻘 아기를 양육하고,
    남자 중년은 사냥 기술과 험난한 자연에서 살아 남는법을 전수하면서
    공동체의 연장자로서 살아갔겠죠.
    이런 사회적인 위치도 수만 년 넘게 고정되어 이어져 내려왔어요.
    이 정도면 나이에 따른 사회적 역할이 무의식에 세팅되기 충분하죠.

  • 13. M..
    '24.1.7 1:28 AM (82.132.xxx.231)

    나아듦의 외모를 추해진다고 표현하시는데 동의 할 수가 없네요. 그라고 인류 생성초기와의 비교는 어패가 있어요. 인류는 진화해 왔고 사상이나 임식면에서 큰 변화가 있었어요. 그만큼 모든 면에서 달라졌어요. 인류초기의 본능이나 상황이랑 비교 할려면 지금 생고기나 뜯고 있던지요.

  • 14. 은이맘
    '24.1.7 3:57 AM (46.126.xxx.152)

    나이 든 것도 서러운데 남한테 큰 피해 주는 거 아니면 그냥 자연스럽게 봐 줍시다...아주머니가 젊게 해 다닌다고 나한테 피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 남편 뺏어가는 것고 아닌데...
    다만 외모만 중요시하고 내면을 가꾸지 않는 그런 가벼운 풍조가 거 문제이지요...다른 사람 너무 의식해서 부자연스럽기도 하고...
    외모가 출중하든 평범하든 외모보다 그 사람의 개성과 성격 캐릭터를 중요시하변 좋겠어요...
    저는 50대지만 한번씩 양갈래 머리하는 사람 괜찮다고 봅니다..그 대신 남한테 민폐 끼치는 욕망...지하철 탈 때 가방 던지고 자리 잡는 그런 모습..좁은 공간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라고..환경문제 신경 안 쓰고 일회용 막 사용하능..나보다 나이 어리면 그냥 편하게 까고 들어가는 인격....이런 걸 부끄러워해야 할 것 같아요

  • 15. 오 설득됨
    '24.1.7 6:09 AM (119.204.xxx.215) - 삭제된댓글

    취미모임(주로 5060) 있는데,
    나이에 안맞는 넘 과한 셋팅은 눈이 부담스러운건 맞음.
    피해주는거 없으니 그냥 눈으로 보고 말지 누가 뭐라고 안하죠
    단지 슬슬 사람들이 피하고 친하고 싶어하진 않더라구요

  • 16. ㅇㅇ
    '24.1.7 8:57 AM (112.163.xxx.158)

    남이 어떻게하고 다니든 품평하는 문화만 없어지면 됩니다 입성으로 인성까지 판단해버리는 것이야말로 젊은애들이나 저지르는 실수지요 타인의 욕망이 자신에게 직접적인 위해가 되지 않는 이상 섣불리 욕하거나 단죄하지 말아야죠 취존이 안되는 세상은 노잼입니다

  • 17. 남에게
    '24.1.7 9:00 AM (118.235.xxx.61)

    피해주는일만 아니라면 다양성을 좀 인정하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입니다.

  • 18. 내가
    '24.1.7 10:28 AM (211.206.xxx.191)

    보기에 예쁘고 안 예쁘고가 뭐가 중요한가요?
    옷 입은 사람이 자기가 예쁘고 만족해서 입고 다니는데..
    제발 남의 외모, 옷 품평 좀 그만 보고 싶네요.
    다양성을 좀 인정하고 삽시다.
    각양각색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루며 사는 게 사회인것을.

  • 19. 윗분 동감
    '24.1.7 11:09 AM (211.234.xxx.40)

    "다양성을 좀 인정하고 삽시다.
    각양각색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루며 사는 게 사회인것을."

  • 20.
    '24.1.7 12:41 PM (118.32.xxx.104)

    간만에 매우 공감하는 글
    지우지마쇼잉~

  • 21. ...
    '24.1.7 5:01 PM (218.155.xxx.202) - 삭제된댓글

    하고싶은대로 꾸미고 다니는거 인정
    그게 주책같고 거슬려 보이는 사람들이많이 있다는것도 인정
    그렇게 보거나 말거나 상관없어하는것도 인정
    그런분은 멘탈 세서 정할것도 없고요
    이중 제일 멘탈 약한 사람은 저게뭐야 주책이야 한마디했다가 상관말라고 머리채잡히는 사람 아닐까요

  • 22. ...
    '24.1.7 5:03 PM (218.155.xxx.202)

    하고싶은대로 꾸미고 다니는거 인정
    그게 주책같고 거슬려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것도 사실
    그렇게 보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하고다니는것도 사실
    그런분은 멘탈 세서 걱정할것도 없고요
    이중 제일 멘탈 약한 사람은 저게뭐야 주책이야 한마디했다가 상관말라고 머리채잡히는 사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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