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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감독님들이 이선균 에게 보내는 위로

파리지엔 조회수 : 7,264
작성일 : 2023-12-30 20:31:00

한국영화감독님들이 이선균배우님 에게

보내는 글이라고 합니다

감독님들 괜히 감독님들이 아니시군요

글 하나하나 

진심이시고 추모는 이렇게 하는것이다

글은 이렇게 쓰는것이다   

정독해볼만한 글입니다

 

PS: 이선균 배우님 어떤분인지 알겠어요

**************************************

 

 

이선균 배우, 추모의 글.

 

어느 시인의 어머니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아들에게 남긴 것으로 보이는 글이 있다. 그 글 어느 중간에 ‘나는 뜻이 없다. 그런걸 내세울 지혜가 있을 리 없다. 나는 밥을 지어 먹이는 것으로 내 소임을 다했다. 봄이 오면 여린 쑥을 뜯어다 된장국을 끓였고 여름에는 강에 나가 재첩 한 소쿠리 얻어다 맑은 국을 끊였다. 가을에는 미꾸라지를 무쇠솥에 삶아 추어탕을 끓였고 겨울에는 가을무를 썰어 칼칼한 동태탕을 끓여냈다. 이것이 내 삶의 전부다.’ 이처럼 성실히 일해 일군 것으로 자식을 먹여 기르는 데에 소임을 다했다는 한 어머니의 경건한 소회 앞에 부박하기 그지없는 세상을 두고 황망히 홀로 떠나간 이선균 배우를 떠올려본다. 배우의 소임은 한 인간이 자신이 온몸으로 겪고 느낀 것들을 켜켜이 마음 한 곁에 쌓아두었다가 카메라 앞에 그간의 삶을 바쳐 꺼내어 놓는 일이 아닐까 한다. 이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자기의 소임을 다했다.

 

감독에게 배우란 서로 숙명 같은 존재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이 애통함을 변변찮은 글로 추모하는 일이 무슨 의미이겠냐만은 그래도 더 늦기 전에 그를 부서지라 껴안고 애썼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이선균 배우는 정말로 한 계단, 한 계단 단단히 자기의 소임을 다하며 힘차게 정상의 계단을 올랐다. 그가 그간 쌓아 올린 작품들 이력만 보아도 그 어디에도 하루아침에 라는 게 없었다. 그는 데뷔 초반 7년간의 오랜 무명 생활을 떨치고 굵직한 드라마로 세간에 주목을 받았지만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가리는 것 없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자리에 가서 날개를 펼쳤다. 오랜 인연의 부탁에 기꺼이 우정 출연과 무보수 출연을 마다하지 않았고 큰 명성을 기대할 작품에 상대 배역을 빛나게 해주는 것에 절대 인색하거나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과한 연기가 드물었던 배우. 그래서 더 용감했던 배우였다. 늘 그가 출연한 작품에 상대 배우들은 이선균 배우 때문에 더 반짝였다. 어디 그뿐인가? 그는 무명의 배우들을 부득부득 술자리에 데려와 감독들 앞에 자랑하기 바빴다. “감독님. 이 친구 정말 연기 잘해요. 진짜라니까요? 꼭 한 번 같이 작업해 보세요. 진짜요.” “감독님! 이 선배 진짜 진짜 연기 잘해요. 같이 작업하면 너무너무 좋을 것 같아요.” <진짜 진짜> <너무너무>를 연발하며 충만한 감정 표현을 해대던 그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선하다. 이렇게나 감정이 충만했던 그였으므로 카메라 앞에 작은 몸짓과 한숨 하나로도 적확한 감정을 전달하는 훌륭한 배우가 될 수 있었음을 짐작한다. 우린 그런 그를 잃은 것이다.

 

그의 범죄혐의가 확정되기도 전에 피의사실이 공표 되었고, 구체적인 수사 상황과 확인되지 않은 혐의가 실시간으로 보도 되었다. 이에 감독조합은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 과정에서 그가 겪었을 심적 부담감과 절망감을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가 우리에게 남긴 작품들은 오롯이 그의 소임이 만든 업적들이다. 카메라 앞에서 그가 받쳤던 성실한 연기는 생전에 매 순간 충실히 겪어온 그만의 삶의 응축물들이다. 언 땅을 녹이고 움트는 새싹처럼, 더운 날에 한 점 소낙비처럼, 낙엽 쌓인 길에 부는 바람처럼, 소리 없이 고요히 내리는 눈처럼, 그토록 충실한 얼굴로 우리에게 오는 것이다.

 

우리는 그를 끝내 지켜주지 못했다. 삶을 던져 카메라 앞에 물질화되어 작품으로 영원히 남겨지는 배우의 숙명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이다. 비통하다. 이제 와 부끄럽지만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도 반드시 힘을 보태겠다. 고민하겠다.

 

故 이선균 배우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2023.12.30. DGK(한국영화감독조합)

 

 

IP : 210.205.xxx.40
3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3.12.30 8:35 PM (1.225.xxx.13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2. .....
    '23.12.30 8:35 PM (123.111.xxx.222)

    저도 힘을 보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故 이선균 배우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 3. ..
    '23.12.30 8:36 PM (59.8.xxx.197)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4. 맞습니다
    '23.12.30 8:38 PM (218.233.xxx.109) - 삭제된댓글

    제 주위 모두가 다 안타까워하는 이유가 차곡차곡 소임을 다하는 그런 배우라는 느낌을 알기에 더 슬픈거 같아요 ㅠ
    배우가 이렇게 떠나니 진짜 슬픕니다

  • 5. 원통
    '23.12.30 8:39 PM (114.84.xxx.8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6. 연대의 힘이
    '23.12.30 8:40 PM (123.214.xxx.132)

    필요한 시대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도요.

  • 7. 정말
    '23.12.30 8:41 PM (112.170.xxx.100)

    비통하고 비통하고 안타깝네요

  • 8. 비통
    '23.12.30 8:43 PM (106.101.xxx.168)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잘가요~
    이선균배우님

  • 9. 마음을
    '23.12.30 8:45 PM (116.44.xxx.5)

    움직이는 글이네요.

    저도 관객이자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하겠습니다.
    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책임질 개인과 조직에게 적절한 처벌이 있기를 바랍니다.

    그때 배우님의 영면을 기도하겠습니다.

  • 10. ㅇㅇ
    '23.12.30 8:46 PM (211.221.xxx.180)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에 안타까움과 비통함이 느껴집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11. ㅇㅇ
    '23.12.30 8:47 PM (119.69.xxx.105)

    어이없는 사회적 폭력에 아까운 배우를 잃었어요
    비통하고 안타깝습니다

  • 12. ..
    '23.12.30 8:48 PM (125.178.xxx.170)

    펌글) 이선균 배우 유작 영화 개봉에 대한
    https://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3757621

  • 13. 애통해서
    '23.12.30 8:49 PM (49.175.xxx.11)

    이선균 글 그만 읽으려했는데 또 슬퍼지네요ㅠ
    너무 아까운 배우를 잃었어요.

  • 14. ...
    '23.12.30 8:49 PM (175.209.xxx.151)

    익숙하게 내려놓은 믿음
    무덤덤히 쌓여가는 변명
    세상 닮은 나를 조각하고
    내 모든 걸 깊이 맘에 묻어두고
    ....
    고단했던 밤이 그친 걸까
    무지개는 다시 떠오르고
    -나의 아저씨 ost 무지개는있다

    편히 쉬시길 기원합니다.

  • 15. 12
    '23.12.30 8:52 PM (175.223.xxx.103)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에 안타까움과 비통함이 느껴집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222

    누가 썼는지 몰라도 명문장입니다.

  • 16. ...
    '23.12.30 8:54 PM (221.151.xxx.109)

    조금 더 빨리 이런 조치를 취해주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ㅠ ㅠ

  • 17. ㅇㅇ
    '23.12.30 8:55 PM (14.52.xxx.241)

    먹먹하네요

    이선균 배우와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 18. 샬롯
    '23.12.30 8:58 PM (210.204.xxx.201)

    이선균 배우 추모의 글...
    가슴을 울리는 명문장이네요.

  • 19. ......
    '23.12.30 9:00 PM (125.240.xxx.160)

    그가 너무 그립네요.

    이선균 배우와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합니다2222

  • 20. ...
    '23.12.30 9:06 PM (116.125.xxx.62)

    구구절절 가슴에 와 닿는 명문이네요.

  • 21. ...
    '23.12.30 9:11 PM (211.198.xxx.91)

    아까운 배우의 인상깊은 연기를 다시 볼 수 없다니 먹먹합니다.
    아침마다 깨어날때마다 내상을 입은 기분입니다.

  • 22.
    '23.12.30 9:15 PM (211.104.xxx.38)

    너무 마음 아픕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 23. .,,
    '23.12.30 9:39 PM (14.55.xxx.5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세월호때의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갇혀있는 사람들을 도와줄수 없는..
    공권력에 의해 먹잇감으로 던져져 낭떠러지로 밀리는 사람의
    바닥으로 치닫았을 절망감을 생각하면
    분노가 차오릅니다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겠습니다
    이선균 배우님 평안히 쉬세요

  • 24. 맘이아픕니다.
    '23.12.30 9:45 PM (121.129.xxx.115)

    허망함과 무력감으로 우울함이 며칠을 가네요.
    그나마 감독님들의 조문이 위안이 되는 것 같습니다.
    고 이선균 배우의 명복과 가족분들의 평안함을 기원합니다.

  • 25. ㆍㆍ
    '23.12.30 9:56 PM (59.4.xxx.50) - 삭제된댓글

    적확한

    살아있을때 용기 내 주시지...

    지금이라도 다행인건지...

    죽은자만 불쌍...

  • 26.
    '23.12.30 10:07 PM (118.32.xxx.104)

    얼마나 힘들엇을까ㅠㅠ

  • 27. 저도
    '23.12.30 10:11 PM (116.34.xxx.24)

    저도 힘을 보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故 이선균 배우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 28. 에고
    '23.12.30 10:40 PM (125.179.xxx.89)

    하늘도 비통한지 많은 눈이 내리네요

  • 29. ..
    '23.12.30 11:00 PM (58.140.xxx.252)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괴롭고 가슴이 아픕니다.
    감독님들, 고맙습니다.

  • 30. 영면하시길..
    '23.12.30 11:08 PM (220.72.xxx.3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31. 호박
    '23.12.30 11:21 PM (175.123.xxx.37)

    편안하세요 이선균배우님 감사했습니다 미안해요

  • 32.
    '23.12.31 2:23 AM (122.36.xxx.160)

    감독님들의 글도 문학적이네요. 감사합니다.
    그분들이 이선균을 얼마나 아꼈는지 느끼겠어요.
    그분들의 회한이 우리와 같겠죠.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 33. 아픔
    '23.12.31 7:53 AM (180.66.xxx.124)

    떠나고 나니 소중함이 크게 다가오는 이선균 배우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34. ...
    '23.12.31 10:01 AM (149.167.xxx.183)

    참된 지성인들이 마음을 바쳐 쓰셨네요. 감사합니다. 이선균 배우님. 감사합니다. 왜 죽음을 당하게 됐는지 잊지 않을게요. 부디 안식하소서.

  • 35. 00
    '24.1.2 4:20 AM (76.135.xxx.111)

    이선균씨가 업계 평판이 정말 좋더라구요. 단지 연기력뿐 아니라 선후배 무명배우들 끌어주고 동료들 사이 평판이 좋더라구요. 개인사는 털어서 먼지 한톨 안 나는 완전무결한 사람이 세상에 어딨겠어요? 업계에서 평판이 좋다는건 그깟 성실하고 좋은 사람이었단 증거겠죠. 김독,동료들, 선후배들이 다 이선균씨를 많이 좋아한거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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