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약을 4년째 먹고있다
생각해보면 나는 타고난 우울증환자였다
기억속에 6살때 분리불안이 있어서 엄마가 안보이면
동네가 떠나가라고 울었고
엄마가 말하기를 갓난아기때 잠시 외할머니 손에 맡겨두고 외출해왔더니
경기를 일으키며 울어서 외할머니가 얘 도저히 못보겠다하며 떠넘기듯이 엄마손에
안겨주었다고 한다.
그후로 기억이 초등, 중등, 고등.....모든 기억들이 나에게는 뭔가 모를 불안감과
우울증으로 도배된 기억의 연속이었다
중학교때 친구를 15년만에 만났었다
그때 친구가 그런말을 했다...
내 기억속의 너는 회색빛이었어...라고
나는 늘 뭔가 상실감을 느끼고 우울하고 불안하고
천정이 무너질까봐 걱정하는....뭔가 무슨일이 터질것 같아 늘 걱정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불안과 우울에 싸여 일평생을 살았다.
그러다가 4년전 작은언니가 간암으로 세상을 등지고 떠났다
그때마침 나는 디스크 수술을 해서 운신을 못하고 코로나시기와 겹쳐서
더더욱 모든것이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시기였다
하루하루가 죽고싶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고
마음속에서 너는 죽어 죽어야 마땅해라는 환청까지 들려왔다
더이상 못견디고 친구를 불렀더니 강아지랑 잘 대화하며 살으라는 말을 하고 갔다
그런데 그날 잠을 자려고 하는데 죽어 죽어 죽어 이런소리가 들리며
강하게 자살충동이 일어났다
너무나 무서웠다.
다행히 나는 예수님을 믿고 있어서 제발 살려달라고 발버둥을 치며 기도했다
내의지는 아니었던것 같다
기도덕분이었을까 난 자살시도를 하지 않고 아침까지 버텼다
그리고 정신과라는곳을 내생애 처음으로 내발로 찾아가봤다
이런저런 테스트와 상담을 통해 나는 중증 입원이 필요한 우울증환자라고 결론이 나왔다
그냥 놔두면 자살할 사람을 이렇게 분류한단다
그런데 그냥 약만 처방해달라고 했다
약을 먹으니 처음엔 우울증은 그대로인데 불안이 사라졌다...
그런데 부작용이 따라왔다
피자한판을 밤에 시켜 혼자 다 먹고 치킨 , 빠리바케트 빵 2만원어치 등등
약만 먹었다 하면 정신줄을 놓고 피자 빵 치킨 등등을 매일 매일 시켜먹고
순식간에 15키로 살이 쪘다
그래서 의사한테 가서 이런상황을 얘기하자 자기몸에 자기가 주사로 살빼는 주사가 있는데
비급여라고 한달분이 십만원이라고 처방받을래요? 이런다
이런 개 미친년이 있나 싶었다
당장 의사를 바꿨다
의사한테 그동안일 얘기하고 약 바꿔달라고 말했다
새로운 의사가 새롭게 약을 처방해 줬는데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존감이 높아지는 경험을 했다
식욕도 안생기고 마음은 평온하고 자존감을 높아지고
주위에서 남들이 나를 성격밝고 차분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내생에 이렇게나 편안해본적은 처음이다
내가 우울증으로 약을 먹기전과 약을 먹은후의 경험을 통해서 배우게 된게 있다
마음이 곧 뇌였다
사람들은 마음이 심장이라고 가슴을 가르키지만
아니었다
마음은 뇌의 작용이었다
우울증약은 뇌를 변화시키는 약이었고 그게 마음을 움직였다
나는 우울증약을 먹기를 참 잘한것 같다
부작용만 없다면 평생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