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입니다.
올해는 사직서를 쓰고 마무리해요.
오늘 밤 사직서 쓰고 이메일 초안 써서... 내년 1월 중반정도에 발송되도록 예약 걸어둘려구요.
그만 두고 싶었던 건 딱 2번 이었어요.
처음 , 한 번도 안해본 전문가들이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했을때요.
그때 못하겠다 그만둔다 했었는데, 회사가 너무 다급한 상황이라 절 붙들고 달랬죠.
책임감이 강한 편인 저는 어떻게 든 머리를 쥐어짜고 해냈고, 어떻게 어떻게 어려운 일들을 해냈어요.
두번째 그만 두고 싶었을 땐, 프로젝트를 다 끝내고, 마침 원래 하던 일로 좋은 이직기회가 있어서 그만둘려다 발목 잡혔구요.
지금은 딱 세번째입니다.
실급여는 500넘게 들어오지만, 바뻐 아이들 챙길 틈이 없어요.
한참 크는 아이들이라 손이 많이 가야 하는데, 아는 지인말로는 우리 애들 제가 일한 뒤로 애들한테 윤기가 안난다 하더라구요.
아이들이 제일 큰 문제고, 다른 문제는 저의 성장 가능성입니다.
50 가까운 나이에 젊고 여러 툴을 잘 다루는 직원들과 일한다는게 벅찹니다.
예를 들어, 월간보고 덱을 만든다 치면, 전 덱 자체는 잘 못만들어요.
그런데 덱이 어떤 내용을 어떤 순서로, 어떤 문구로 만들어 넣어야 할지는 이제 연륜이 있어 너무 잘 알지요. 젊은 친구들이 이걸 알기에, 본인이 덱을 만들어야 하는데, 제 의견만 기다리고 있다가 제 의견으로 덱 만들고 자기가 처음부터 한 일로 내세우니 서운하기도 합니다.
전 또 나이가 있어 좋은게 좋은거다 라는 태도를 고객사분들 대하니 다들 좋아하고 연락주시는데, 민감한 일 터지면 너무 온정적이다고, 저한테 오는 전화도 못받게 하고 무슨 내용으로 무슨 말을 했나고 까지 취조하듯 물어보니, 뭐랄까 자존감이 무지 떨어지네요.
돈도 돈이지만, 내 자존감이 이렇게 떨어져 가며 견뎌야 할 필요가 있을까 고민이 많습니다.
분명 이러다 발목 잡히면 또 남게 될까봐 미리 사직서 써둡니다.
발송일은 1월 11일입니다.
하는 일을 원래 있어 수입도 따로 있으니 조금만 벌고 아이들 곁에서 맛난 것 해주고, 뒷산에 꽃구경, 나무구경하러 다니고, 프리 일도 하고, 이렇게 쉬엄쉬엄 살아가려 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나는 실패자가 아닌가 두렵기도 합니다.
버티지 못하고 레이스에서 포기하는 실패자가 아닌가 해서요.
하지만 1월 11일에는 사직서를 발송하려 합니다.
용기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