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시인의 시 한편 올려 봅니다.
나는 내가 좋다
나의 안구에는 볍씨 자국이 여럿 있다
예닐곱살 때에 상처가 생겼다
어머니는 중년이 된 나를 아직도 딱하게 건너다보지만
나는 내가 좋다
볍씨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는 나의 눈이 좋다
물을 실어 만든 촉촉한 못자리처럼
눈물이 괼 줄 아는 나의 눈이 좋다
슬픔을 싹 틔울 줄 아는 내가 좋다.
자신의 단점마저 사랑하면
볍씨 자국난 눈이 촉촉한 못자리처럼
슬픔을 싹 틔우며 눈물이 괼 줄 아는 눈이
된다니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어쩌면 마음 가짐에 달렸다는 생각을 다시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