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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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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표현과 사실적 표현의 차이를 모르는 중1 남학생

중1 엄마 조회수 : 1,241
작성일 : 2023-12-20 14:54:18

제목에 적은 아이가 바로 제 아들이에요. 

 

자유학기제인 1학기를 지내고 생애 처음으로 시험이라는 걸 보게 됐는데, 이제야 드러나게 된 아이의 실력에 제가 깜짝 놀랬어요. 

 

말귀를 못 알아듣는 애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어를 이해하는 실력이 학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더라고요. 부족한 어휘야 어휘 공부하면서 쌓아가면 되지만, 제일 큰 문제는 문학적 표현과 사실적 표현 사이에 구분을 못해요. 

 

예를 들어 등장 인물이 헤엄 치며 생기는 물보라의 움직임을 "폭포"에 비유해서 말하면, 그게 진짜 폭포가 아닌 걸 모르더라고요.  시험 준비하면서 그건 진짜 폭포가 아니라고 말해 줬어요. 정확히 "폭포"라는 표현이 처음 나오는 문단을 짚어주면서요.  소설에서 이렇게 말하거든요. 

 

"완이 헤엄치는 모습은 근사했다. 두 손으로 힘껏 물살을 헤쳐 나갈 때면 하늘 높이 물보라가 튀어 올랐고, 재빨리 몸을 틀어 방향을 바꿀때면 커다란 파문이 일면서 물결이 둥그렇게 그를 감싸 안았다. 하늘로 솟구친 물보라는 얇디얇은 폭포를 이루었는데, 그 폭포는 햇살 아래서 무지갯빛으로 반짝였다."

 

여기 나오는 문장과 표현 중에 어디가 그리 어려운지 저는 지금도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이 문단을 다 읽고도 폭포가 폭포처럼 쏟아지는 멋진 물결의 흐름을 묘사하기 위해 쓰인 단어라는 걸 이해 못하니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지 모르겠네요.  

 

문자 매체에 대한 이해도가 이렇게 떨어지면 옆에서 세심하게 봐주는 선생님이 필요한데 학원에 보내서 그걸 기대하기도 어렵고요. 과외를 시켜야할까요? 

 

국어 시험을 잘 보겠다고 나름 교과서 지문도 열심히 보고 문제도 많이 풀었는데, 기본 어휘력과 문해력이 턱없이 부족하니 중학교 국어를 84점을 받았어요. 배점이 많은 문제를 세 개 틀리니 바로 90점 밑으로 떨어지더라고요. 틀린 문제 중에 하나는 소설의 주인공이 붉은 호리병박에 편지를 보냈다라고 적힌 선지를 선택해서 틀렸어요. 소설 속에 편지 보내는 내용은 나오지도 않는데, 왜 그걸 선택했냐고 물어보니, "편지를 보낸다"라는 게 마음을 전한다의 비유적 표현인지 알았다고 해요. 

 

"시각화" 라는 단어를 몰라서 틀린 문제도 있고요. 

 

문해력이 이 정도로 떨어지면 앞으로 살면서 문자로 된 정보 자체를 처리하는 능력이 필요한 일은 할 수가 없는 건데. 심히 걱정 되요. 

 

그런데 또 아직 중1이라 점수를 잘 주셔서 그런지는 몰라도 국어 글쓰기 수행을 보면 아직까지 감점은 1도 없어요. 제가 국어 수행 도와준 적은 한 번도 없지만요. 

 

혹시 이런 아이들 가르쳐 보신 분들 계신가요? 

 

아이가 어릴 때 옆에서 책도 더 세심하게 읽어주고 공부에 신경을 써 줄 걸, 제가 너무 방치해서 그런 건가 싶어 죄책감도 들고 지금이라도 문제점을 알았으니 도와주고 싶은데,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지 몰라서 여기 하소연 해봐요ㅜㅜ 

 

마음 같아서는 제가 옆에서 다 가르치고 싶은데, 공부 가르치려다가 제가 먼저 제 풀에 지치게 되더라고요. 공부하자고 하면, 이 핑계, 저 핑계 되면서 안하는 애한테 짜증이 나서요. 잘 놀고 있다가, 엄마가 공부하자고 하면, 그 때서야 갑자기 "엄마 나 수학 숙제해야 되. 영어 숙제 해야 되." "나 10분만 쉬고" 등등 핑계 되면서 피해 다니니 저도 너무 짜증이 나서 안하게 되더라고요. 

 

이 방에 계신 국어 선생님들, 아이 교육 먼저 경험해보신 선배 맘님들. 이럴 때는 어떤 국어 학원, 혹은 어떤 과외 선생님을 붙여주는 게 좋을까요? 

 

IP : 1.245.xxx.133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잉어
    '23.12.20 3:00 PM (122.36.xxx.228)

    저희 딸이랑 비슷하네요.
    지금 대학생이지만 고딩일때 다른과목은 잘 보는데 국어때문에 고생했어요.
    비문학은 늘 다 맞는데 문학이 너무 어렵다고.
    실제로 영화나 드라마도 재미없다고 안보고 어릴때부터 책(특히 소설)을 많이 안읽었어요.
    내년이날 내후년에 수능한번 쳐보고 싶다면서 우선 책을 마구잡이로 읽을거라고 그럽니다.
    아직 어리니까 쉬운책부터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세요.

  • 2. ...
    '23.12.20 3:02 PM (125.129.xxx.20)

    비유법이 많이 나오는 시, 소설, 수필 등 문학작품을 많이 읽어야겠네요.
    비유법에 대해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구요.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 먼저
    소리내어 읽기, 원고지 공책에 필사하기
    이 두 가지를 방학 동안 꾸준히 시켜보세요.
    문학을 어려워하는 남학생들에게 효과 좋은 방법이에요.

  • 3. 원글
    '23.12.20 3:15 PM (1.245.xxx.133)

    두 분 모두 답변 감사해요. 대학생 따님이 책을 많이 읽겠다고 했다니 너무 기특하네요.

    겨울 방학 때는 교과서 작품 찾아서 소리내어 읽으며 필사하기 시켜봐야겠어요. 제발 우리 아들이 잘 따라와 줬으면 좋겠네요. 애들 먼저 키운 선배맘들이 어릴 때는 몸이 힘들고, 커서는 마음이 힘들다는 말이 애 공부 시키려고 보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 받던 성적 보다 아이가 학교 다니며 받아 오는 성적 때문에 더 마음이 왔다갔다 하네요;;;

  • 4. 달달체리
    '23.12.20 3:16 PM (223.38.xxx.98)

    지금 느린 학습자 중학생 논술 수업하고 있어요. 어린이 신문을 주로 활용해요. 하나씩 짚으며 읽고 생각을 많이 말하면서 스스로 파악하는데 집중하고 있고요. 요새 문해력 낮은 학생들 굉장히 많습니다. 느리더라도 제대로 가야해요. 문해력은 절대적으로 투입한 시간에 비례해요.

  • 5. .....
    '23.12.20 3:22 PM (118.235.xxx.195)

    우라 애도 그랬었는데 영어학원 선생님이 딱 잡더라구요.
    소설책 많이 읽으라고

  • 6. 달달체리님
    '23.12.20 3:22 PM (1.245.xxx.133)

    어린이 신문 이용하는 좋은 방법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혹시 어느 어린이 신문 보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우리 아들 초등학교 때 잠깐 어린이동아일보 구독한 적 있었는데, 이걸 다시 보자고 하면 자존심 상한다고 할까봐 살짝 거정도 되네요. 그런데 문해력 교육 전문가분들은 우선 쉬운 글 부터 읽히라고 다들 조언하시더라고요.

  • 7.
    '23.12.20 3:30 PM (218.155.xxx.188) - 삭제된댓글

    논술샘인데요.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생각을 써보라고 하세요.
    저는 애들 어릴 때
    학교 가는 길, 오는 길에 보고 느낀 것 하루에 세 줄만 써보라고 했어요.
    읽는 것도 자기 생각이 있어야 제대로 읽거든요.
    자기 생각을 키우려면 일단 써야 됩니다.

    다독 다작 다상량..이거 진짜 진리입니다.

  • 8. 우리딸이랑
    '23.12.20 3:31 PM (211.205.xxx.145)

    비슷하네요.저도 지금 속이 말이 아니에요..
    혹시 문학이해가 떨어질까봐 초등고학년때
    중등문학 학습서를 몇세트를 했는데
    잘 풀어서 내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국어 점수가 그렇네요ㅜㅜ

    저도 어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 9. 우리딸이랑
    '23.12.20 3:31 PM (211.205.xxx.145)

    어린이 신문도 항상 읽었는데.뭐가 문제일까요?

  • 10.
    '23.12.20 4:42 PM (219.251.xxx.117)

    사랑방손님과 어머니 읽고서도
    어머니가 손님 좋아한 거 모르는 제 아들도 있습니다.
    소설책 읽히는 수밖에 없겠지요?

  • 11. 근데
    '23.12.20 5:12 PM (175.223.xxx.14)

    어머니가 손님 좋아한 거 모르는 아드님 귀엽습니다.
    중년의 감정을 어찌 소년이 알겠습니까? ㅎㅎㅎㅎ

  • 12. 달달체리님
    '23.12.20 7:11 PM (180.69.xxx.124)

    저희아이가 느린학습자인데 이런 아이들 학습을 전문성있게 지도해주실 교사를 어디서 찾으면 좋을지 알려주실수 있을까요?
    ㅜㅜ

  • 13. 저희집은
    '23.12.20 7:37 PM (1.231.xxx.148)

    본투비 문과 성향은 저와는 달리 저희 오빠가 뼛속까지 이과성향이라 중학교 올라가고 국어점수를 충격적으로 받았나봐요. 문제는 저희 아버지가 국어교육과 교수였고 심지어 오빠의 국어 선생님은 아빠의 제자였죠. 아빠가 너무 창피하다고 처방을 내린 게 다독, 다작. 다작은 일기쓰는 걸로 대신했고 다독은 중학생인데 동화부터 읽혔다 해요. 노력의 결과는 중3때 나타났고 그 후로 쭉 국어는 만점에 가깝게 받았어요. 근데 아직도 성향은 직설화법만 쓰는 이과예요. 무조건 많이 읽히되 첨엔 쉬운 걸로 시작하세요.

  • 14. 어휘력부터
    '23.12.20 10:25 PM (121.147.xxx.48) - 삭제된댓글

    억지로라도 어휘력부터 잡고
    기본 문장, 비유적인 문장, 긴 문장 골고루 매일 적은 양이라도 꾸준하게 읽혀야 할 것 같아요.
    매일 꾸준히. 본인이 하기 싫어하면 흥미진진한 책이라도 골라 읽히세요. 흥미를 느끼면 언어능력의 혁명이 오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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