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중 한 장면인데
창희와 그 친구들이 친구가 가져온 잔치음식과 함께
부엌 담장 밑에서 반주를 해요.
엄마는 비빔국수를 맛있게 삶아 주시면서도
너희들은 덩치만 커졌지 소꿉장난하던
그 때와 똑같다며 그냥 주구장창 늙어만 간다고
구시렁 거리며 아이들을 못마땅해 하시죠.
그러다가 식탁 위에 걸린 어린 창희 사진을 보며
회전목마를 타고 환하게 웃는 창희를 보며
또 말씀하세요.
덩치만 커졌지. 넌데. 그렇지
예쁘게 웃는 어린 아들의 사진을 보니 그냥 또 마음이 풀려서
사진을 쓰담쓰담
저는 남편에게 그런 순간이 있어요.
아무것도 아닌 일일 때도 있고, 또 때로는 나름 큰 일일 때도
있는데, 어떤 순간이 떠오르면 그냥 마음이 풀려요.
저희 둘다 하이킹을 좋아해서 겨울 숲을 참 많이도 헤매고 다녔는데
눈이 펑펑 내린 다음 날, 숲 속을 걸으면서 이 자가 나뭇가지를 살살 흔들며
그 눈을 제게 뿌려줘요. 다시 내리는 눈을 맞는 것 같아
기분이 몽실몽실했죠. 한참을 게속 그러길래 힘들겠다 충분히 낭만적이었어
했는데, 이 남자의 흔들리는 눈빛.
이 자는 그저 나뭇가지에 쌓인 눈을 털어준 것이었어요.
눈이 무겁게 쌓이면 나뭇가지들 부러진다고.
나무에서 더 오래 살라고.
아
착한 인간. 예쁜 인간.
저는 그 순간이 떠오르면 마음이 풀려요.
그래 당신 참 좋은 사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