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랑이 지나가면

짝사랑 조회수 : 2,158
작성일 : 2023-12-16 19:17:50

37년도 더 지난 이야기가 되었네요. 

86년 신입생 시절을 어리버리 흘려보내고 어영부영 2학년이 되었어요.

대학들어오면 꼭 해보고 싶었던 연애도 못하고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너무 아까웠더랬죠.

근데 연애도 해본 사람이나 하지.. 그냥 하란대로 하고만 살았던 저는 말그대로 범생이...

간혹 동급생 남학생들이 좋아하는 티를 내긴 했지만 연애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무엇보다 제 마음속에만 살고있던 이상형이라는게 있었는데 좀처럼 나타나질 않았던 거였죠.

이때껏 기다렸는데 저런 애송이와 연애할수는 없어  하는 쓸데없는 생각으로 고고하게 버티던 어느날 학교앞 전철역에서 한 사람을 보게 되었네요.

상상하던 느낌의 남학생을 보았어요. ROTC 복장이었는데 한마디로 왕자님같았어요.ㅎㅎㅎ

하얀 얼굴에 반듯한 자세로 후배의 경례를 받아주던 그 모습이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그날부터 제 눈에는 그 사람만 들어오는 것 같았어요. 도서관에서 학생회관에서 전철안에서..

그 사람은 나를 전혀 모르는데.. 난 그사람때문에 잠도 못자고 학교에서는 온통 그 흔적만 찾아다니고 너무 바보같아서 울고싶었어요.

같이 다니는 친구에게 이야기 했고 눈이 굉장히 좋았던 그친구는 늘  그 사람의 출몰을 알려주었습니다. " 7시방향, RT다." "도서관 앞에 RT 나타났다."

지금 생각하면 마치 무슨 게임하듯이 그 상황을 두근두근 즐겼던것 같아요.

학교전체가 그냥 무슨 연애게임장 같았어요.

결론적으로 말도 한마디 못해봤어요.

하지만 졸업식날 그 사람옆에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어요. 심지어 학교에서 예쁘기로 소문난 언니라는것도 알게 되었죠.  

선남 선녀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나의 게임도 이렇게 끝나는구나 싶어서 너무 섭섭했던 기억이 있네요.

오늘,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2학년 봄날 벚꽃이 흩날리던 때  학교스피커로 나오던 이노래와 저멀리 지나가던 그 사람의 모습이 어우러져 37년이 지난 지금도 마치 슬픈 뮤직비디오 같은 느낌으로 남아있어요.

그때의 그 설렘, 가슴시림, 그런 감정들을 다시는 못느껴봤어요.

지금 생각하면 인생에 몇번 오지않는 선물같은 시간들이었던것 같아요.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라면 너무 힘들어서 거절하겠지만 일주일정도만 다녀오라면 저는 딱 그때로 가보고싶네요.

그 설레는 마음을 다시한번만 더 느껴보고 싶어요.

젊은 시절의 내 얼굴도 다시 보고싶고요.

ㅎㅎㅎ 할일없어 한번 끄적거려 보았습니다. 다들 지금 행복하시죠?

 

 

IP : 175.125.xxx.42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고백부부의
    '23.12.16 7:19 PM (115.136.xxx.13) - 삭제된댓글

    그 ROTC가 생각나는 글이네요

  • 2. ㅇㅇ
    '23.12.16 7:22 PM (14.51.xxx.185)

    와 필력이..드라마 한편 뚝딱이네요ㅠ 눈으로 보는 것 같아요

  • 3. ...
    '23.12.16 7:23 PM (1.232.xxx.61)

    저도 고백 못한 첫사랑 있어요.
    말도 하고 같이 놀기도 했지만 고백만은 못하고 질질 흘리기만 했던 바보 같은 나

  • 4. ,.
    '23.12.16 7:26 PM (211.243.xxx.94)

    와 .
    지금은 여자도 먼저 대시들 하지만 86학번이라면 쉽지 않죠.
    아련하네요
    행복하시길..

  • 5. 와우
    '23.12.16 10:44 PM (175.213.xxx.18)

    “7시방향, RT” ㅎㅎㅎㅎ~
    가슴 설레었겠어요

  • 6. ㅇㅇ
    '23.12.16 11:32 PM (219.250.xxx.211) - 삭제된댓글

    그 RT분은 어떻게 나이 들어가고 있을까요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있으시네요
    그때는 나이 먹어서 이런 추억이 될지 몰랐겠지만요

  • 7. 대시해보고
    '23.12.17 3:20 AM (36.39.xxx.208)

    후회하는게 100번 나아요.
    좀 안생긴 여자들이 미남과 결혼한거 보면 여자의 적극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54196 야권 위원 쫓아낸 방심위, ‘바이든-날리면’ 심의 강행 7 ........ 2024/01/30 780
1554195 고구마 지은농산 사이트가 따로 있나요? 3 ㅇㅇㅇ 2024/01/30 693
1554194 굥..이태원 특별법 거부권행사 43 .. 2024/01/30 2,208
1554193 스트레스 해소법이 독서와 명화 감상이라면 원래 정서가 안정되어설.. 4 ........ 2024/01/30 1,106
1554192 발톱무좀 병원가면 바로 확진받고 치료 시작하나요? 12 .. 2024/01/30 2,154
1554191 눈가, 이마 보톡스 2주있다가 리터치하는건 어떤가요? 2 주름 2024/01/30 1,479
1554190 무너지는 지방대 정시지원자 0명 학과도 나왔다 2 .. 2024/01/30 2,826
1554189 남향 베란다 기온이 28.6도 ㅎㅎ 8 따뜻해요 2024/01/30 2,985
1554188 아들이 지사진보내요 8 고딩 2024/01/30 3,336
1554187 매일 설사하며 사는 사람도 있던가요. 16 .. 2024/01/30 3,210
1554186 빠니보틀 통통한 어린이 같아요 ㅋㅋㅋ 27 ㅇㅇ 2024/01/30 4,957
1554185 유유상종 남편이 무능력 한탄 말고 24 2024/01/30 3,480
1554184 실화탐사대 바리깡 폭행남 2 2024/01/30 1,539
1554183 조민씨 결혼 해요? 86 어머 2024/01/30 28,063
1554182 강릉 바다가 보이는 숙소 추천해주세요..^^ 23 .. 2024/01/30 2,873
1554181 백내장 수술은 아무 대학병원이나 상관 없을까요? 2 백내장 2024/01/30 1,158
1554180 보일러 동파 5 ㄹㅇ 2024/01/30 1,247
1554179 임종석에 대한 한동훈 오늘 발언 (임종석 출마못할수 있나요?) 19 ㅇㅇ 2024/01/30 3,462
1554178 종각에 포장할만한 간식거리 있을까요 3 레드향 2024/01/30 886
1554177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는데,, 8 ㅇㅇ 2024/01/30 1,212
1554176 리모와 어떻게 사야 저렴한가요?? 4 숨겨진세상 2024/01/30 2,493
1554175 국물에 전혀 관심 없으신 분 계세요? 20 ㅇㄹㄹㄹ 2024/01/30 2,678
1554174 설날 몇 년간 여행갈 듯 해요 비록 시가식구들과 가지만 5 여행 2024/01/30 2,234
1554173 번화가에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18 ... 2024/01/30 3,094
1554172 남편이 집안일 전담하는 분 계신가요? 12 ... 2024/01/30 1,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