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집은 삼계탕이나 닭죽은 해줘도 닭볶음탕은 한번도 안해주셨어요. 전 심심한 닭죽, 삼계탕을 싫어해서 거의 안먹고 컸어요.
두둥 대학에 갔는데 선배들이 데려간 허름한 주점에서 닭볶음탕을 처음 먹었는데 정말 너무너무 맛있었어요.
뭘 얘기했는지는 기억이 하나도 안나고 그 강렬했던 맛만 기억나요. 달콤하고 매콤하고 국물도 맛있고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집에서 닭볶음탕을 해달라는 말은 못하고 가끔 밖에서 우르르 먹었는데, 왜 이렇게 맛있던지요.
근데 생닭을 무서워해서 집에서는 몇번 안해먹었네요. 처음 신혼때 생닭을 사서 물에 씻는데(지금은 씻으면 안된다는걸 알지만 그때는 몰랐어요)
그 흐물거리는 목을 보고 닭이 덜 죽어서 움직이는 줄 알고 다리가 풀려서 주저앉아서 많이는 못해먹었어요. 머리가 없는데 살아있다고 생각을 하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네요.
지금은 갱년기라 만사 귀찮아서 가끔 치킨이나 시켜먹으며 살고 있어요.
닭볶음탕과 어울리는 술은 그때 선배들과 먹었던 막걸리가 최고같아요.
이번주 불금에는 치킨하고 먹걸리 한통 마셔야 겠어요. 그 선배들은 다들 어디에 서 사는지, 그때가 그립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