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몇 년 살았어요.
프랑스의 어느 캠핑장을 찍고 가는 길이었어요.
사람 많은데나 관광지 싫어해서
그저 여기저기 휘휘 다니는 여행을 하는데
재래시장은 좋아해서 캠핑장 가는 길에
그 동네 오픈마켓을 검색해서 갔어요.
보통 어딜 가도 관광객을 찾아볼 수 없는 동네만 가는데
한국 사람들도 막 보여요
재래시장 찾아온 동네가 꼴마르라는 관광지였어요.
유럽 몇 년 살면서 관광지를 찾아간 건 처음이라
나름 신기해서 다니다가
재래시장에 어떤 옷가게 매대의
할아버지가 당시 아장아장 걷던 제 딸아이에게
이 옷이 어떻겠냐며 권해요
동화 속에 나올 거 같은
우의였어요. 망토느낌의 우의
너무 귀여워서 하나 사줬어요.
영어가 전혀 안되는 프랑스 할아버지였는데
(무슨 피노키오에 나올 거 같은 외모의 할아버지)
손짓으로 내가 다 만든거다 하는거예요
그러면서 명함을 하나 주시더라고요.
자기는 여기에 없고 원래 여기서 일한다
뭐 그런말을 막 손짓으로 하며 또 오라고
제딸이 두돌정도 됐을때라
서양할아버지 눈에 동양아이가 옷 입고 좋아하며
하이파이브 하니 귀여웠나봐요
그 옷이 너무 귀여워 종종 입혔는데
입고 다닐 때마다 사람들이 이거 어디서 샀냐고 물어요
너무 귀엽다고
다른나라 엄마들도 묻고 그래서
친구딸에게도 선물하고 싶어서
꼴마르를 또 갔어요
그 할아버지가 거기에 안계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받은 명함의 주소로 다음 주말에
찾아 갔어요.
그냥 완전 우리나라 아무데나의 시골 그 자체의 느낌
아주 작은집 유리 너머로
오래된 재봉틀 두 개와
딸아이 입은 우의와 머릿수건 (완전 플란다스의 개의 아로아 스타일) 옷들이 벽에 걸려있어요.
유리창을 들여다 보며 서성대니
영어 전혀 안통하는 옆집 할아버지가
그 집에 사람 없다고 하는 듯 했어요.
어쩔 수 없이 서성이다가만 내려와
프랑스 그동네 빵집에서 0.8유로에 바게뜨를 샀는데
세상에서 젤 맛있었고
그 동네 50유로 3성급 호텔도 너무 다정해서 좋았어요.
그 날 공기가 너무 깨끗해서 차 문을 열고 달리며
손에 닿던 공기의 차고 부드러움
그런 일들 하나하나가
여행 중에 제일 기억에 남아요.
저 옷을 한국에 팔면 그 할아버지 대박인데 싶어서
뭘 해보고 싶다 했지만
제 열정은 거기서 그만 추억만 남긴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