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두달 열흘을 함께 했던 소중한 강아지를 얼마전에 보냈습니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고 15살 정도였을 걸로 추정하고요. 2년째 심장병 치료 중폐고혈압약 증량한 약이 안 맞아서 전날까지 멀쩡하던 애가 점심 때부터 호흡이 안 좋더니 그날 저녁에 급성폐수종으로 아무것도 못해보고 보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노견 병수발 할 생각으로 방수침구도 넉넉히 구비하고, 산소방 대여 같은 것도 알아보면서 고생할 준비하고 있었는데, 식성, 활력다 좋던 상태에서 너무나 갑자기 보내버렸네요. 다견가정이라 다른 아이들 케어해야 하니 (공교롭게도 아픈 아이가 가고 나니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아이가 병원갈 일이 생기네요) 일상으로 돌아와서 지내고 있지만 많이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애들 중에 제일 순둥하고 활동이 적은 아이라서 신경을 덜 써준게 아닐까, 식탐이 제일 강했는데 약 전후 공복시간 맞추느라 간식 많이 줄인 것, 마지막 날 조금만 병원을 빨리 갔더라면 어땠을까 후회와 자책이 많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났을 때 우리 보리를 떠올리면 '우리 보리, 참 신나고 행복하게 지내다 갔다'라고 기억하는 것이 우리 보리를 위해, 그리고 나를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러려고 노력 중입니다. 실제로 순하고 무던한 성격이어서 주변 환경에 스트레스 크게 받지 않고 즐겁게 지냈고, 아들하고 늘 붙어서 함께 다정하게 지냈어요. 떠나기 전 주말에도 깨물 깨물 장난도 치고요.
다음 주에 49재를 해주려고 하는데요. 이게 내가 마지막으로 해 줄 수 있는 것 같아서 그거 준비하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사료랑 평소 먹던 간식에 특식으로 종종 주던 고기채소, 삶은 계란 올려주고 평소 장난감, 산책용품, 이동가방 같은 것 올려주고 좋은 곳 가라고 빌어주려고요.
또 준비해야 하는 게 있을까요?
고기는 넉넉히 준비해서 집에 있는 다른 녀석들, 산책하면서 자주 만났던 동네 친구들하고 나눠 먹으려고 합니다. 그러면 영가에 공덕이 쌓인다고하네요.
불교신자는 아니어서 잘 모르지만, 찾아보니 49재가 지나고 나면 새로이 환생한다고 하는데 그럼 이 아이는 이제 제 곁에 영원히 없는 걸까요?
아이의 영혼이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또 가끔은 제곁에 있는 기척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 무엇이 가장 최선일까 생각해봐도 잘모르겠습니다.
자꾸 떠올리면 안 좋다고 하지만, 좋은 기억을 되새기고 귀여운 추억을 떠올리고 영상을 보는 것도 나쁠까요? 영화 코코처럼 아무도 기억해 주지않으면 그것도 또 나쁠 거 같아요.